[인터뷰] 미얀마 시위 지도자 "민주화 협박은 세계 협박하는 것"

김남권 2021. 4. 16.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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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자 산, 한국 언론 첫 인터뷰.."학살에도 투쟁하는 국민 포기 안해"
국제사회 적극 대응 호소.."한국민 알아주고 민주화 위해 도와주길 바라"
"소수민족 참여 연방군 안될리 없어..군부 불법성 세계 알린 시민불복종운동 공무원들 영웅"
연합뉴스와 화상인터뷰에서 저항의 상징 '세손가락' 경례하는 타이자 산.2021.4.14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미얀마의 민주화가 협박당하는 것은 세계의 민주화가 협박당하는 것입니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첫 거리 시위를 이끌며 반군부 운동의 불길을 지핀 타이자 산(Tayzar San·32)은 지난 14일 연합뉴스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타이자 산은 쿠데타 사흘만인 지난 2월 4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미얀마 제2도시인 만달레이의 거리에서 동료 20명가량과 함께 군정 반대 문구가 적힌 현수막 등을 들고 기습 시위를 벌였다.

한 시민은 SNS에 "타이자 산은 쿠데타로 대중들이 충격으로 무력한 상태였을 때, 며칠 만에 소규모 시위를 시작했다"면서 "우리가 많은 신세를 진 가장 용맹한 젊은 지도자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미얀마 전통 치마를 두르고 발가락 슬리퍼를 신은 채 시위대 맨앞에서 열정적으로 반군부 구호 등을 외치는 그의 모습은 미얀마 거리시위의 상징적 장면 중 하나가 됐다.

타이자 산의 한국 언론 첫 인터뷰는 우여곡절 끝에 이뤄졌다. 군경의 수배를 받는 그에게 연락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메일을 통해 받은 그의 전화번호는 메신저 앱 시그널을 통해서만 연락이 가능했다. 시그널은 발신자와 수신자만 내용을 볼 수 있도록 모두 암호화하는 메신저다.

애초 인터뷰는 지난 13일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약속된 시간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날 밤 그는 "갑작스럽게 숙소(은신처)를 옮기느라 바빴다"며 사과의 뜻을 전해왔다.

현재 미얀마 군부는 휴대전화 인터넷(모바일 인터넷)과 무선 인터넷을 모두 차단했다. 군부 유혈진압이 미얀마 밖으로 알려지는 걸 막기 위해서다. 그래서 화상 인터뷰는 유선 인터넷망이 갖춰진 곳에서만 할 수 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14일 줌(Zoom)을 통한 화상 인터뷰도 촉박하게 진행됐다. 직전 인근에서 거리 시위대를 이끌었던 그는 1시간 후 또다시 이동해야 한다며 미리 양해를 구했다.

그렇게 이뤄진 인터뷰에서 타이자 산은 "미얀마 모든 국민은 이렇게 정권을 빼앗는 것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으며 인정하지도 않는다"면서 "그래서 시위를 시작한 지 70일이 지났는데도 계속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 중인 타이자 신.2021.4.14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그는 시민불복종 운동(CDM)에 대해 "공무원들은 안전한 직업이고 퇴직금도 받을 수 있다. 그런데도 이들이 시민들과 한마음이라며 군사정권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CDM에 참여한 공무원, 의사, 간호사 등은 '봄의 혁명'에 기록해야 할 우리의 영웅들"이라고 언급했다.

소수민족 무장단체와의 연합정부 및 연방군 창설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타이자 산은 "우리 목숨을 보호하고, 연방민주주의연합(Federal Democracy Union)이라는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임시정부격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와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이 다 같이 함께 싸운다면 연방군(Federal Army) 창설이 안 될 리 없다"고 가능성을 높이 점쳤다.

그는 국제사회를 향해 "세계 한 곳의 민주주의를 협박하는 것은 세계를 협박하는 것과 다름 없다"며 국제사회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미얀마를 위한 목소리를 내줄 것을 요청했다.

또 "한국은 미얀마와 역사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다"면서 "군부가 인터넷을 다 끊어도 미얀마 국민은 독재자를 계속 반대할 것임을 한국민들께서 알아주시길 바란다. 지금까지도 감사하지만, 앞으로도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도와주셨으면 한다"고 바랐다.

다음은 타이자 산과 일문일답.

-- 수배 중이라서 거처를 자주 옮기는 것인가요.

▲ 네. 그렇습니다. 제 고향 마을까지 군경이 찾아가서 저를 찾았습니다. 또 제가 살던 만들레이 동네에 와서 찾기도 했어요.

저만 아니라 다른 시위대 지도자들도 그렇게 협박을 당하고 있습니다. 제 친구들 중에는 체포된 사람들도 있고 총을 맞아서 숨진 이도 있습니다. 미얀마는 전역이 절대 안전하지 않습니다.

쿠데타 발발 이후 첫 거리 시위를 맨 앞에서 주도하는 타자 산. 2021.2.4(자료사진) [미얀마나우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만달레이에서 거리시위를 주도했습니다. 그때 상황을 설명해 주십시오.

▲ 2월 1일 쿠데타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접하자마자 저를 포함해 모든 시민은 쿠데타를 반대했습니다. 그렇지만 시민들은 당황해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2월 2일이 돼서야 학생들과 시민단체들은 서로 모이고 연결해서 어떻게 할지 얘기를 나누고 의논을 했습니다.

애초 4일보다 더 일찍 시위하려고 의논했었지만, 상황을 파악하려고 기다리다가 4일에 진행한 겁니다.

모든 국민은 이렇게 정권을 빼앗는 것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우린 연방민주주의(Federal Democracy)를 원합니다. 그래서 70일 이상 계속 시위하는 것입니다.

-- 의사와 간호사들의 시민 불복종운동(CDM) 운동도 도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DM이 왜 중요한가요.

▲ 공무원은 안전하고 퇴직금도 받을 수 있는 직업입니다. 그런데도 '폭력적인 쿠데타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시민들과 한마음이다'라며 군사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CDM 운동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CDM에 참여한 공무원, 의사, 간호사 등은 시민들의 영웅들입니다. '봄의 혁명'에 기록해야 할 영웅들입니다.

자신들을 희생하고 시민들과 민주주의를 위해 그리고 연방연합(Federal Union)을 위해 노력해주신 분들입니다.

특히 CDM 운동은 군사정권이 국민이 인정하지 않는 불법적인 정부라는 것을 세계를 알리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 쿠데타 두 달이 넘었고, 확인된 사망자도 700명이 넘었습니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시민들은 비폭력적으로 시위하는데 희생된 이들만 700명이 넘고, 체포된 사람도 3천명을 훌쩍 넘었습니다.

1962년 쿠데타 이후부터 군부는 시민들이 평화롭게 시위해도 폭력을 휘두르고 죽이고 체포하는 것밖에 못합니다.

그렇게 하면 시민들이 겁나서 계속 반대하지 못할 거라고 예상했나 봅니다. 그러나 군부가 이처럼 학살을 계속해도 분명한 것은 2021 '봄의 혁명'은 계속 진행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국민은 이미 결심했습니다. 우리의 목적인 연방민주주의연합(Federal Democracy Union)을 세우기 위해 계속 이 혁명을 진행할 것입니다. 우린 무서워하지도, 포기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연합뉴스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 중인 타이자 신.2021.4.14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임시정부격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는 소수민족과 함께 연방민주주의연합 결성을 추진 중이고, 연방군 창설도 모색 중입니다.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 우리 국민은 입장이 확실합니다. 국민의 적인 군부를 물리치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생각해서 준비할 것입니다.

그래서 CRPH와 소속민족 무장단체들이 연방군이건, 다른 명칭이건 간에 그런 식으로 마지막에는 무기를 잡아 혁명을 해야 한다고 해도 우리 국민은 그렇게 할 마음의 준비가 돼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우리 목숨을 보호하고, 우리의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CRPH와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이 다 같이 함께 싸운다면 연방군 창설이 안 될 리 없습니다.

만달레이 거리 시위를 이끌고 있는 타이자 산. 2021.4.10 [HLA/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CRPH와도 같이 일을 하고 계신가요.

▲ CRPH가 이달 초 2008년 군부 헌법을 폐기하고 과도 헌법으로 연방민주주의헌장(Federal Democracy Charter)를 발표하기 위해 시민단체들과 상의할 때 만나서 얘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 앞으로 시위를 어떻게 이끌어나갈 생각입니까.

▲ 거리 시위나 각종 파업 투쟁은 나날이 계속될 것입니다. 지금의 시위는 누구 한 사람을 위해서, 어느 한 사람이 지휘해서 또는 어느 한 정당에 정권들 되돌려주기 위해서 하는게 아닙니다.

이것은 정의(justice)와 부당함(injustice) 사이의 투쟁에서 시민들이 정의의 편을 들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입니다. 누구 한 사람이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기에 시위와 각종 파업 투쟁이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해서 진행되리라는 것이 확실합니다.

-- 양곤의 에이 띤자 마웅, 몽유와의 웨이 모 나잉 등 다른 시위 지도자들과도 연락하시나요.

▲ 네, 연락을 자주 합니다. 그분들뿐만 아니라 전국 시위대와 CDM 운동과 관련해 서로 연락하거나 연결돼 있습니다. 회의를 같이 하기도 합니다.

연합뉴스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 중인 타이자 신.2021.4.14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국제사회나 한국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십시오.

▲ 세계 어떤 곳에 부당함이 있다면 그것이 세계에 영향을 준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세계 한 곳의 민주주의에 대해 협박하는 것은 세계를 협박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미얀마는 2010년 후부터 민주주의를 향해 변화가 시작되던 과정에 있었는데, 지금은 과거 군부독재 시대로 돌아갔습니다.

지금 미얀마의 민주화가 협박당하는 것은 세계의 민주화가 협박당하고 있다는 것임을 전세계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제사회가 가진 힘으로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위해, 미얀마 국민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목소리를 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은 우리 미얀마와 역사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자 선진국이고 우리가 부러워하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5천500만명 미얀마 국민은 아무리 어려워도 혁명에 계속 참여할 것입니다. 군부가 인터넷을 다 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이 혁명에 계속 참여하고 독재자를 계속 반대할 것임을 대한민국 국민들이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지금도 한국 국민들이 미얀마를 위해 많이 도와주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주시고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만달레이 거리시위를 이끌고 있는 타이자 신(가운데 오른손 든 이)2021.4.14 [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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