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이 경제 살려"..장밋빛 지표에 다우·S&P 신고점 '축포'(종합)

김정남 2021. 4. 16.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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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서 빠르게 벗어나는 美 경제
주간 실직자 13개월래 최소.."고용 회복"
뉴욕·필라델피아 제조업 지수 '고공행진'
3월 소매판매 9.8% 급증..시장 예상 상회
백신 속도전..미국 성인 절반은 백신 접종
"사상 최고치 다우·S&P 지수, 더 오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반도체 화상 회의를 진행하는 도중 실리콘 웨이퍼를 꺼내들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경제가 ‘코로나 블루’에서 벗어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백신 속도전을 앞세워 산업, 고용, 소비가 일제히 살아나는 선순환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에 힘입어 뉴욕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美 산업·고용·소비 선순환 시동

15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57만6000건으로 전주(76만9000건) 대비 19만3000명 줄었다. 지난해 3월 둘째주(25만6000명) 이후 1년1개월 만에 가장 낮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70만건) 역시 큰 폭 밑돌았다.

50만명 이상의 주간 실직자는 절대적인 규모상 매우 크다. 팬데믹 이전 주간 실업수당 신청 최대치는 2차 오일쇼크 때인 1982년 10월 첫째주 당시 69만5000건이었다. 역사상 최악 실업난을 겪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더 눈여겨 볼 건 회복 속도다. 올해 들어 주간 실직자는 줄곧 60만~90만명대를 찍었다. 그런데 백신 보급 확대에 따라 각종 영업 제한이 풀리면서 고용시장은 서서히 회복했고, 이날 팬데믹 이후 처음 50만명대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주 캘리포니아주에서만 실업수당 청구가 7만5000건 급감했다. 미국 뉴욕주의 경우 다음주부터 식당과 술집의 영업을 자정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뉴욕포스트는 전했다. 요즘 식당 등 미국 가게 곳곳에서는 ‘직원 모집(Now Hiring)’ 팻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구직사이트 인디드의 앤 엘리자베스 콘켈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시장이 회복세에 올라섰다”며 “일자리 회복은 공중보건 상황과 직결돼 있다”고 말했다.

이는 백신 속도전이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국 내 18세 이상 성인 중 최소 1회 백신을 접종한 이는 1억2479만명에 달한다. 전체의 절반 비중에 가까운 48.3%다. 이스라엘 정도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65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1회 접종한 이는 80%가 넘는다.

고용을 일으키는 산업계는 반색하고 있다. 이날 나온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엠파이어지수)는 이번달 26.3으로 전월(17.4)과 비교해 큰 폭 올랐다. 2017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20.0)를 웃돌았다. 엠파이어지수는 뉴욕주의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다. 미국 전역을 조사하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보다 먼저 나오기 때문에 실물경제를 미리 가늠하는 잣대로 쓰인다.

이번달 필라델피아 연은 지수 역시 50.2로 한 달 전 44.2보다 상승했다. 거의 50년 만의 최고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42.0)를 훌쩍 넘었다. 필라델피아 연은 관할 지역의 제조업 역시 호조라는 의미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내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황. (사진=CDC 제공)

다우·S&P 지수 또 신고점 경신

산업과 고용이 살자 소비는 날개를 달았다. 미국 상무부 집계를 보면, 지난달 소매 판매는 전월보다 9.8% 급증했다. 지난해 5월 18.3% 급증한 이후 10개월 만의 최대 폭 상승이다. 지난 2월 2.7% 감소 뒤 곧바로 상승 전환했다. 블룸버그가 내놓은 시장 전망치(5.8% 상승)를 한참 웃돌았다.

업종별로는 의류(18.3%), 레스토랑(13.4%), 주유소(10.9%) 등의 판매액이 큰 폭 올랐다. 팬데믹 블루를 딛고 미국 주민들이 외출하며 소비 활동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주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하는 것은 이같은 실물경제 회복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90% 상승한 3만4035.99에 마감했다. 사상 최고치다. 장중 3만4068.73까지 오르며 신고점을 갈아치웠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11% 오른 4170.42를 보였다. 이 역시 역대 가장 높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2.47% 하락한 16.57을 기록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큰 손’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CNBC에 나와 “경제가 팬데믹으로부터 회복하려고 하는 것은 금융시장에 낙관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다우 지수와 S&P 지수가 기록적인 수준에 올라있는데, 단기적으로 많은 재료들이 시장을 더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LPL 파이낸셜의 라이언 데트릭 수석시장전략가는 “현재 경기 회복 속도는 우리가 지금껏 봤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며 “사상 최고치의 주가를 정당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2년 미국의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 추이. (출처=미국 노동부,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제공)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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