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싸인 선택과목별 유·불리.. 깜깜이 지원·사교육 의존도 높인다

최민지 기자 2021. 4. 16.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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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고3 수험생을 대상으로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25일 오전 대전에 한 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시험을 보고 있다. /사진=뉴스1


올해 처음 도입되는 문·이과 통합형 수능을 앞두고 치러진 서울교육청 학력평가 통계 결과가 '깜깜이 지원'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선택과목과 관련, 일부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으면서 과목별 유·불리를 알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뒤이은 모의고사에서도 이처럼 제한된 정보만 공개된다면 불안한 학생들은 사교육 기관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15일 서울교육청은 지난달 25일 시행한 전국연합학력평가 채점 결과 분석 내용을 공개했다.

이번 통계는 2022학년도 수능에서 처음으로 실시되는 통합형 수능으로 인해 국어와 수학의 선택과목 점수에 학생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2022학년도 수능에서는 국어와 수학 영역에 ‘공통과목+선택과목’ 구조가 적용, 모든 응시생은 각 영역의 공통과목과 본인이 선택한 1개 과목을 함께 응시해야 한다. 따라서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 현상이 예상되는 바였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선택과목별 유·불리를 판단할 수 있는 수치를 하나도 제공하지 않았다. 이날 시교육청이 밝힌 자료는 △시·도별 응시 현황 △영역(과목)별 응시 현황 △영역(과목)별 등급 구분 △영역(과목)별 원점수 평균 및 표준편차 4가지이다.


영역별 원점수 평균과 표준편차 점수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의 합산 점수만 공개됐다. 예를 들어 수학의 확률과 통계 점수인 30.54점은 공통과목(74점 만점)과 선택과목(26점 만점) 합산 점수의 평균이다. 공통과 선택과목 각각의 평균 원점수를 알 수 없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이 어떤 과목을 선택하는 게 유리한 지 전혀 알 수 없게 된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선택과목은 서로 다른 난이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 여부를 제대로 비교·분석하기 위해서는 선택과목별 평균과 표준편차가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 역시 "인문계생으로 추정되는 확률과 통계 응시자들의 성적이 낮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그 외에 수험생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과목별 유·불리는 학생들이 대입 지원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자료다. 통합형 수능이 의도한 교차지원 활성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예를 들어 성적이 애매한 이과생이 확률과 통계를 선택할 경우 더 높은 대학의 인문계열 학과로 교차지원할 수 있다"며 "선택형 수능이 문·이과 통합이라는 도입 취지에 맞게 대입까지 효과가 이어지려면 선택과목별 원점수 평균과 표준점수 정도는 제공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교육청에서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으면 수험생의 불안이 커지고 사교육 기관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졸업생이 합류하는 평가원 6월, 9월 모의평가에서도 관련 수치를 제공하지 않는다. 평가원 관계자는 "새로운 수능 체제에서는 과목간 유불리 현상을 보정하기 위한 채점 방식을 적용하므로 관련 정보는 따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이번 수능은 최초로 도입된 국어·수학 선택형 과목으로 인해 변수가 많다. 인문계생들이 많이 응시하는 확률과 통계 원점수 평균이 미적분보다 20점이나 낮았다는 점은 문과생들의 불안감을 높인다.

이만기 소장은 "이렇게 정보가 공개되지 않을수록 사교육 기관의 데이터에 공신력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각 사교육기관은 학력평가 채점서비스를 운영하는데 여기에 입력된 회원들의 점수를 토대로 유불리를 판단하는 자료를 추출할 수 있다"면서도 "평가원이 갖고 있는 자료에 비해 비교적 부정확한 자료에 아이들이 의지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수요자 입장에서 더 많은 정보가 공개됐으면 좋겠다는 지적에는 일견 동의하지만 우리는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의 채점방향에 맞춰서 가는 것이므로 교육청이 독자적으로 어떤 정보를 더 혹은 덜 공개할 순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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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지 기자 mj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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