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남아공서도 아시아계 인종차별..반중정서 한몫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 한인회장이 골프장에서 한 백인에게 "중국x"라는 욕설과 함께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봉변을 당했다.
미국에서 아시아계 혐오 및 증오로 폭력 사건이 빈발하는 와중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언뜻 보기에 미국보다 강도는 덜하지만 엄연한 인종차별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위협적인 것은 마찬가지다.
아프리카와 미국에서 벌어진 이런 사건은 아시아라는 공통점이 있고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이라는 요소가 있다. 반중 정서가 그 밑에 깔려 벌어진 것이다.
잘 알다시피 미국은 중국을 심각한 패권 도전 국가로 인식하고 있어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일 뿐 아니라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대결 분위기까지 조성되고 있다.
미국에서 벌어진 한인 슈퍼마켓 난동과 잇단 폭행 등에는 한국 사람을 중국 사람으로 오해하고 역시 코로나바이러스를 언급하는 대목도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에 살거나 방문할 때 싫든 좋든 같은 동양계로 비슷한 외모상 중국과 엮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우쳐줬다.
실제로 한인회장 인종차별 사건을 계기로 다른 교민들도 비슷한 경험담을 쏟아냈다.
한 교민은 지난 9일 고속도로 진입을 하면서부터 백인이 모는 차량이 계속 따라오면서 '차를 멈추라'고 해 멈췄더니 다짜고짜 주먹으로 폭행을 하고 도망쳤다는 황당한 얘기를 했다.
다른 중년 여성 교민도 몇 년 전 자신이 골프장에서 운동하는 그린으로 백인 할아버지가 볼을 대놓고 쳐놓고도 일절 사과조차 하지 않아 크게 항의했으나, 상대방에 대한 제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경험담을 털어놨다.
이 밖에도 크고 작은 무시와 무례, 모욕 등 교민과 자녀들이 남아공 현지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면서 당하는 일들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헤이 차이나(중국) 비켜", "칭총챙"(중국인들의 대화가 서양인 입장에서 칭챙총 따위로 들려 특히 동아시아인을 비하하는 단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차이나" 등이 대표적이다.
한 교민 사회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로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라면서 "남편이 단지 안에서 산책 중인데 골프 카트를 타고 지나가던 백인이 '코로나바이러스!'라고 외치며 도망가서 당황한 경험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도 역시 쇼핑 중에 그곳 직원들이 코로나바이러스라며 손가락질하고, 매장에 들어오던 손님이 나를 보고는 '코로나'라고 외치며 일행과 황급히 도망 나간 경우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지난해 2월 남아공 특파원으로 부임할 때도 주변에서 중국인으로 오해할까 봐 좀 우려된 적이 있었다. 그나마 중국에 이어 대한민국에서도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하다가 점차 세계적 방역 모범국으로 올라서면서 떳떳이 한국인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현지인이 "니하오"라면서 아는 척해오면 처음에는 "나는 코리언"이라고 일일이 밝혔지만, 요즘은 일일이 응대하기가 귀찮아 그냥 듣고 넘길 때도 많다.
어쨌든 최근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 발언과 이유 없는 폭행 사건이 증가하는 것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올해 경기가 더 안 좋아진 데 따른 분풀이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렇듯 미국 내 아시아계 인종 차별을 강 건너 불구경할 수 없을 정도로 사안이 점차 심각해지는 만큼 대응방법을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봉변을 당한 한인회장도 이런 일이 한인사회에 재발하지 않도록 남아공 평등법원 제소 등 법적 대응을 강구하고 있으며 격려 전화도 한국과 현지에서 받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의 골프장 총매니저는 15일 현재 전화취재에 응하지 않은 가운데, 가해자는 과거 현지 한국 대기업에서 간부로 일했으면서도 아직 사과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계 혐오에 대해 우선 현지 한국 대사관(대사 박철주)을 비롯해 한인사회부터 일치해 대응해야 할 것이다.
또 중국과 공동 대처할 것은 하되 중국과 차별화된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좀 더 알리고 국내에서도 아프리카계 등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할 때 우리가 바깥에서 좀 더 당당할 수 있다.
아울러 미국 내에서도 아프리카계 미국인 등 흑인 사회를 적극 포용하며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BLM) 등 민권 향상 운동에 공동보조를 맞춰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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