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광주' 고선웅 연출 "애도와 사죄 있었다면.."

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2021. 4. 16.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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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수의) 용기있는 고백이 또다른 고백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앵커의 말이 울리는 가운데, 박한수는 무대 위에 재현한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묘소 앞에 무릎을 꿇고 흐느꼈다.

고 연출은 "당시 사례를 작품에 반영한 건 아니다. 박한수가 사죄 하는 장면은 초고 쓸 때부터 작가와 논의한 부분이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 힘을 많이 얻었다"며 "진실을 받아들이고 (희생자를) 애도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5.18 민주화운동이 현재진행형이 아닐텐데 춤추고 노래하고 행복한 광주가 됐으면 하는 게 창작진의 마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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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뮤지컬 광주 프레스콜 겸 기자간담회
LG아트센터에서 오는 25일까지
라이브 제공
"가장 힘드셨던 게 무엇입니까?"(앵커)
"해마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봄이 가장 힘들었습니다."(505부대 편의대원 박한수)

"(박한수의) 용기있는 고백이 또다른 고백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앵커의 말이 울리는 가운데, 박한수는 무대 위에 재현한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묘소 앞에 무릎을 꿇고 흐느꼈다. "죄송합니다, 형님, 죄송합니다, 여러분."

지난 13일부터 재공연하는 뮤지컬 '광주'의 한 장면이다. 지난해 초연 후 1년 만에 다시 관객을 만나는 이 작품은 등장인물의 서사와 넘버(음악)을 수정·보완해 완성도를 높였다.

지난 15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광주' 프레스콜 겸 기자간담회에서 고선웅 연출은 "초연 후 창작진이 관객 리뷰를 보면서 작품 수정 방향을 논의했다. 지적받은 부분을 집중적으로 개선·보완했다. 음악적으로 정리하고 대본도 손질했다"며 "광주 이야기의 본질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인만큼 이대로 작품을 봐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는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국가권력에 맞서 11일간(5월 16~27일) 항쟁한 광주 시민의 이야기를 재해석했다.

재공연에서는 편의대원(민간인으로 위장한 특수군인) '박한수' 캐릭터를 10년 만에 고향 광주에 파견된 하사로 재설정하고, 야학교사 '문수경'과의 서사를 보강했다. 박한수가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에게 사죄하는 장면도 추가했다.

실제 지난 3월, 5·18민주화운동 당시 20대 청년에게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한 계엄군이 희생자의 유족에게 직접 사죄해 주목받았다. 5·18 가해자가 피해자 가족에게 공개 사죄한 건 5.18 이후 41년 만에 처음이었다.

고 연출은 "당시 사례를 작품에 반영한 건 아니다. 박한수가 사죄 하는 장면은 초고 쓸 때부터 작가와 논의한 부분이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 힘을 많이 얻었다"며 "진실을 받아들이고 (희생자를) 애도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5.18 민주화운동이 현재진행형이 아닐텐데… 춤추고 노래하고 행복한 광주가 됐으면 하는 게 창작진의 마음"이라고 했다.

아픈 역사를 그리지만 작품의 분위기는 무겁지 않다. 광주 시민들은 주저앉는 대신 어깨를 겯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손 잡고 빙글빙글 돌고 발을 구르며 '훌라훌라'를 노래한다.

최우정 작곡가는 "모두 5·18민주화운동 당시 활발하게 불렸던 노래다. 그 시대를 경험한 사람들에게 현장에 있는 느낌을 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신선호 안무감독은 "(훌라훌라를 통해) 나약한 존재들의 응집력을 표현했다. 작은 불씨가 무대에서 큰 에너지로 타오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배우들도 한 마음 한 뜻으로 작품에 임하고 있다. 민우혁은 "광주를 더 좋은 작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신우(B1A4)는 "박한수는 주인공이지만 비겁한 인물이기도 하다. 참회하고 용서를 구하기까지 40년이 걸렸지않나. 이 부분을 간과하지 않고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봄소리는 "보는 관점에 따라 이 작품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배우들은 공연할수록 광주 시민들이 보여준 용기와 희생정신, 자유를 갈망하는 마음이 점점 커진다"고 했다.

'광주'는 '님을 위한 행진곡' 대중화·세계화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2020년 서울, 고양, 부산, 전주, 광주 투어를 마쳤다. 광주문화재단 황풍년 대표는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민주주의 뒤에는 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었다. 이를 문화콘텐츠로 만들어서 기억하고 보편적 가치를 공감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광주'가 '레미제라블'같은 뮤지컬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한수' 역은 민우혁과 신우, '윤이건' 역은 민영기와 김종구, '정화인' 역은 장은아, '문수경' 역은 이봄소리와 최지혜가 맡았다. LG아트센터에서 오는 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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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moon03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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