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이 던진 'SK發 파이낸셜 스토리'..박정호 '딥체인지'로 답했다

박정양 기자 2021. 4. 1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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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인수 주도 박정호 SKT 대표, 지배구조 개편으로 '승부수'
최태원 SK회장이 지난 30일 서울 을지로SK텔레콤 본사 수펙스홀에서 SK텔레콤 박정호 사장 및 임직원들과 AI∙5G 미래상에 대해 토론하는 타운홀 미팅을 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2019.5.31/뉴스1

(서울=뉴스1) 박정양 기자 = "매력적인 목표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담은 파이낸셜 스토리가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경영화두로 '파이낸셜 스토리'를 강조해온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주문에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37년만에 업(業)을 바꾸는 '딥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변화)'로 화답했다.

그룹의 핵심 '캐시카우'로 변모한 SK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하는 등 그룹 내에서 '인수합병의 귀재'로 통하는 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지배구조 개편 작업으로 또다시 승부수를 던졌다.

◇SK텔레콤, 존속회사와 신설회사 6대4로 인적분할…핵심은 기업 가치 재평가

박 대표는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도체 분야 M&A(인수합병)에 대해 "시장에서 큰 움직임을 준비할 때"라고 밝혔다. 박 대표가 전날 내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타운홀 미팅에서 공개한 지배구조 개편안은 SK텔레콤을 존속회사 '인공지능(AI) & 디지털인프라(Digital Infra) 컴퍼니'와 신설회사 'ICT 투자전문회사'로의 인적분할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018년 10월 SK그룹 CEO세미나에서 신사업을 주도하려면 SK텔레콤을 중간지주사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 지 2년 6개월만이다.

이 개편안은 통신과 신성장 영역에서 각각 경영구조와 투자기반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존속회사에는 유선통신 사업을 하는 SK브로드밴드 등 통신 관련 회사들이 편입돼 AI와 디지털 신사업을 확장하고, 신설회사에는 하이닉스를 비롯 11번가와 ADT캡스, 티맵모빌리티 등 반도체, e커머스 회사들을 자회사로 두고 국내외 반도체 관련 회사들에 적극 투자할 방침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기업가치 재평가에 있다"며 "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100조인데 하이닉스 지분 20.1%를 갖고 있는 SK텔레콤의 시가총액은 최소 20조원의 가치임에도 올 3월 말 기준 SK텔레콤의 시가총액은 22조원 밖에 안된다. 회사를 나눠서 기업 가치를 주주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할 비율은 존속법인과 신설법인 각각 6대 4 로 검토중이다. 박 대표는 "양쪽 모두 영업이익 1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통상적으로 분할에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이 과정에서 아마존 등 SI(전략적 투자자)가 들어올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호 SKT 사장© News1 민경석 기자

◇올해안에 지배구조 개편 마쳐야 공정거래법 적용 안받아

박 대표가 올해안에 SK텔레콤의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해야 하는 이유는 내년부터 적용될 공정거래법 개정안 때문이다. 개정안은 현재 상장사 20%, 비상장사 40%인 지주사의 자회사, 손자회사 의무 지분 보유율을 각각 30%, 50%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SK하이닉스 지분을 20.1% 보유 중인 SK텔레콤이 법 개정 이후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자회사 지분율을 10%p 더 늘려야 하는데 이때 소요되는 비용은 수조원이다. 더욱이 SK텔레콤이 올해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면 M&A 대상기업 지분을 100% 소유해야 하는 손자회사 위치에서도 벗어날 수 있어 공격적인 인수합병에도 나설 수 있다.

하이닉스 대표를 겸하고 있는 박 대표는 하이닉스가 속한 신설회사의 대표를 맡아 인수합병 등 회사 덩치를 키우는 작업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연내 중간지주사 역할을 할 ICT투자전문회사를 100명 규모로 출범할 예정이다. 다만 박 대표는 "SK㈜와의 합병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는 게 중요하지 과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사례처럼 오너 문제가 발생해선 안된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하이닉스 인수 주도했던 박정호, 또 한번 반도체 신화 쏘아올리나

업계에서는 박 대표가 이번 SK텔레콤의 지배구조 개편으로 또 한번 반도체 신화를 쏘아 올릴지 눈여겨 보고 있다. SK그룹에서 잔뼈가 굵은 박 대표는 최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최측근으로 SK텔레콤 재임 시절인 지난 2011년 SK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했다. 여기에 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문 인수와 도시바 인수전에서도 깊숙이 관여하는 등 하이닉스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 대표의 이같은 행보는 최태원 회장이 SK하이닉스가 미국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 직후인 지난해 10월 CEO세미나에서 경영화두로 제시한 '파이낸셜 스토리'와 맥이 닿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 회장은 당시 "매출과 영업이익 등 종전 재무 성과를 중심으로 한 기업가치 평가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매력적인 목표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담은 파이낸셜 스토리가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의 이런 화두에 박 대표는 통신에 의존하던 SK텔레콤을 탈통신화해 37년만에 업(業)을 바꾸는 '딥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변화)'로 화답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딥체인지는 최 회장의 주요 경영철학으로 단순히 외형적 성장에 그치기보다 미래 성장에 걸맞은 체질 개선을 통해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익성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파이낸셜 스토리의 핵심이 바로 딥체인지"라고 말했다.

pjy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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