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형이 아빠는 4월마다 아프다"..어김없이 찾아온 세월호 7주기

정혜민 기자 2021. 4.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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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 미안하지 않아야" 일념으로 '진상규명' 7년
"사참위, 올해는 달라야..진상규명 범위 정립 필요"
장훈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자문위원(전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사참위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4.1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우리는 3월부터 몸이 아프기 시작해요. 4월16일이 되면 제일 많이 아프고…. 몸이 먼저 알아요. 불면증은 달고 살지만 특히 이맘때면 아픈 게 심해지죠."

아들을 먼저 보낸 아버지 장훈씨는 아프다고 했다. 단원고 2학년8반 고(故) 장준형군은 장씨의 마음 속에 여전히 18살의 앳된 모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장씨의 삶은 '그날' 이후 송두리째 바뀌었다.

봄비가 내리던 12일 장씨는 <뉴스1>과 만나 세월호 참사 이후의 삶, 그리고 7년 동안 이뤄지지 못한 진상규명에 관해 이야기했다.

장씨는 전날 전남 목포에 다녀온 참이었다. 사고해역에서 선상추모식이 예정돼 있었다. 해경은 참사 당시 구조실패의 책임이 있던 3009함을 제공했다. 활력징후가 있어 헬기 이송이 시급했던 고 임경빈군 대신 해경 수뇌부만 헬기에 태워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로 그 배다.

유족들은 3009함을 탈 수 없다며 반발했고 결국 선상추모식은 세월호 선체 앞 추모식으로 대체됐다. 장씨는 그날 밤 페이스북에 "우리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구나. 그런 짓 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픈 4월이다"라며 글을 올렸다.

장씨는 "세월호 탈출 경로가 생각보다 간단했는데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반복하는 바람에 아이들이 탈출하지 못했다"며 "마음 속으로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그냥 죽지 않으니 진상규명해서 명예회복 하겠다'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아들의 죽음 이후 장씨는 투사가 됐다. 참사 이듬해 설립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에서 진상규명 일을 도맡아왔다. 현재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자문위원을 담당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7주기를 맞았는데 아직 진상규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세월호 참사 원인이 이미 밝혀졌다고 오해하고 있다.

검찰은 2014년 세월호가 무리한 구조 변경과 과적으로 복원성이 약화된 상태에서 조타 미숙과 화물 움직임이 겹쳐 발생했다는 '내인설'로 결론지었다. 하지만 법원은 조타수의 조타 미숙으로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세월호 선체 인양 및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세월호가 인양된 뒤 침몰 원인을 분석한 세월호선체조사위는 2018년 내인설과 함께 외부 원인 가능성을 포함한 '열린설' 등 2가지를 제시하면서 활동을 종료했다. 세월호 침몰 원인이 미궁을 헤매면서 유족들도 7년 동안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장씨는 "100%의 진상규명은 불가능하다"면서 "어느 정도 진상규명이 될 수 있는지 합의가 필요한데 이런 부분들을 사참위가 정립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달라야 한다"며 "사참위법 개정안 통과로 공소시효가 정지됐으니 사참위도 시간에 쫓기지 말고 차근차근 설명하고 꾸준히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민 공감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씨는 사참위의 태생적 한계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사참위는 독립성은 높지만 힘이 없다"면서 "상시 조사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피조사 기관들도 1~2년 피해갈 생각만 한다"고 지적했다.

장씨는 "사는 게 팍팍하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전 평범한 직장인이었다는 그는 "7년 동안 일을 하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장씨는 "유가족이라는 것 자체가 공격의 빌미가 되더라"고 했다. 세상은 세월호를 놓고 좌와 우를 따지고 있다. 그는 "안전문제에 진보, 보수가 어디 있느냐"고 덧붙였다.

장씨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이날도 발로 뛰고 있었다. 장씨는 "다른 것은 없고 나 죽었을 때 준형이 앞에서 '아빠 잘했지?'하고 물으면 '아빠 잘했어' 그 대답 듣고 싶어서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부모들 거의 다 그 이유예요. 그냥 아이를 보내는 건 억울하잖아요. 그냥 보내는 건 아이들이 억울하잖아. 사고 해역에서 아이들이 사투를 벌였는데 이거라도 해야 아이들한테 미안하지 않을 것 같아서…"라고 했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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