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성토장된 美 인권위 청문회
고든 창·이인호 前대사 등 文정부 맹렬히 비판
"대북전단, 北인권과 무관" 금지법 옹호 의견도
15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산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한국의 시민적·정치적 권리 : 한반도 인권에의 시사점'을 주제로 개최한 청문회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은 물론 문재인 정부의 인권 정책 전반에 대해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이번 청문회는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해 지난달 말 시행된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해 대북 인권단체들이 반발하면서 비롯됐다. 이 법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을 살포하거나 대북 확성기 방송 등을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톰 랜토스 인권위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크리스 스미스 공화당 하원의원이 이 문제에 주목했고 청문회까지 마련한 것이다. 톰 랜토스 인권위는 나치 수용소에서 탈출해 미국으로 이주한 뒤 하원 외교위원장까지 지낸 고(故) 톰 랜토스 의원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초당적 기구다. 미국 안팎에서 발생하는 인권 관련 이슈에 대해 조사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역할을 하지만 일반 상임위원회와 달리 법안이나 결의안을 채택하진 않는다.
2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된 이날 청문회에서 대북전단금지법에 반대하는 쪽 증인으로 참여한 이인호 전 주러시아 대사, 고든 창 변호사, 수잔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 등은 매우 강력한 어조로 문재인 정부의 정책 전반을 비판했다.
특히 이 대사와 창 변호사의 발언 시간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물론 위원회 측은 대북전단금지법에 찬성하거나 중립적인 증인도 불러 균형을 맞췄다. 전수미 변호사는 대북전단으로 인해 접경지역 주민뿐 아니라 탈북자들의 북한에 남은 가족들까지 위협을 받고 있다며 해당법을 지지하는 논거를 폈다. 존 시프턴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국장, 제시카 리 퀸시연구소 선임연구원 등도 대북전단금지법을 둘러싼 논쟁이 정치화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중립적 입장을 취했다.
인권위 공동의장들의 태도는 다소 엇갈렸지만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비판적 시선은 같았다.
공화당의 스미스 의원은 이날 "문재인 정부는 (대북 전략을 위해)인권을 폐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와 의회 멤버들은 이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낼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비판했다. 그는 대북전단금지법을 가리켜 "반(反) 성경적(Anti Bible)"이라며 "대북전단에는 종교에 관한 정보와 BTS와 같은 케이팝 음악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는 스미스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정부를 과도하게 비판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문재인 정부는 국회의 절대 다수권력을 확보하면서 도를 넘는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공동의장인 제임스 맥거번 민주당 하원의원은 한국의 민주주의 위상에 대해 높이 평가한 뒤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맥거번 의원은 "미국에서의 경험에서 알고 있듯이 민주주의는 자동적으로 인권의 완전한 보호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과거에도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를 위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 적이 있지만 과거에 그랬다고 해서 제한해도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법은 이미 법원에서 도전을 받고 있는 중"이라며 "개인적으로 한국 국회가 법을 수정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영 김 공화당 하원 의원도 이날 참여해 "한미 양국은 표현의 자유를 침묵시키고 불필요한 양보를 함으로써 (북한의)나쁜 행동을 보상할 수 없다"며 "북한으로 흘러가는 풍선은 외부 세계에서 제공되는 정보의 유일한 원천"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증언 순서는 초반부에 반대쪽 증인들이 집중되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난과 성토가 매우 높은 수위로 전개됐다.
첫번째 증인으로 나선 보수성향 정치평론가 고든 창 변호사는 "민주주의 개념 자체가 한국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자유를 제한하고, 민주주의적 규칙의 관념을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 대통령은 한국의 외교정책을 중국의 외교정책에 맞추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헌법과 교과서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삭제하려고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문 대통령은 반대 진영에 대해 국가 권력을 이용하는 데 훨씬 공격적"이라며 "KBS 등 국영 방송에 대해 통제를 강화했다"고 비판했다.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선 "김정은의 동생인 김여정의 발언에 의해 고무된 것"이라며 "북한에게 남한에서 허용되는 행동이 뭔지 규정하는 영향력을 부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증언에 나선 이인호 전 주러시아대사도 "한국의 중요한 축들이 갑자기 공격받고 있다"며 "부패척결, 경제정의, 북한과의 평화 등의 매력적 슬로건 아래 급진적인 변화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사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KBS 이사장에서 물러난 바 있다. 그는 이날 문재인 정부의 방송 장악부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22년형 최종 선고, 이재용 삼성 부회장 투옥 등 다양한 주제에 걸쳐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수잔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더 이상 한국은 탈북자들의 천국이 아니다"라며 한국의 탈북자 처우를 비판했고,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선 전혀 위해하지 않은 정보의 유입을 차단한 조치라고 비난했다. 숄티 대표는 "대북전단이 아니라 김정은이 위협을 조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수미 변호사는 '독재자의 비참한 최후'라는 문구와 함께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최고지도자가 죽임을 당한 사진이 실린 대북전단지를 보여주며 대북전단금지법은 북한 주민의 인권과 직접 관련이 없는 문제라고 반박했다. 전 변호사는 특히 전단으로 인해 오히려 북한에 남은 가족들이 위험하다는 탈북자들의 말을 들었다면서 미국이 다양한 탈북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시카 리 선임연구원도 "421개 한국 시민단체가 금지법에 찬성하는 공동성명을 냈다"며 "표현의 자유와 위기 방지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은 어디까지나 한국 국민들에게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2시간 30분에 걸친 이날 청문회는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고, 약 360명이 실시간으로 청취했다. 스미스 의원은 마무리 발언에서 "나는 문재인 정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는다"고 거듭 말했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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