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참패 후 지지율 최저치.. 文, '민심 수습' 개각 방향은?
5개 부처 이상 장관 교체 예상
정무·시민사회 수석 등 바꿀 듯
대통령 결심 따라 폭 커질 수도
與도 16일 지도부 경선 레이스
고요한 청와대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바라본 청와대의 모습. 허정호 선임기자 |
한 여권 관계자는 15일 통화에서 “정 총리가 바뀌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며 “이란 순방 직후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정 총리의 사의가 이미 전달된 상황”이라며 “올해 초에 문 대통령을 만나 대선 출마를 하겠다고 한 것부터 사의 의사는 전달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이에 따라 이날 정 총리 사퇴를 발표하면서 후임 총리 후보자를 함께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리 후임자에는 문재인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이 유력하다. 김영주 전 무역협회장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여전히 후보군으로 언급되고 있다. 다만 정 총리의 공식 사퇴 시점은 19일부터 사흘간 진행될 국회 대정부질문 직후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최종 후보 낙점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 총리 사퇴만 발표되고 후임 총리는 좀 더 시일이 걸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 총리 사퇴로 여권 내에서는 이재명 경기도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간 대권 구도에 변화가 올 가능성도 있다. 특히 16일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을 시작으로 차기 지도부 선출 작업이 본격화하는 만큼 여권발 인적 개편 작업과 맞물려 임기 말 당정청이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청와대 정무수석에 최재성 수석 후임으로 민주당 이철희 전 의원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제남 시민사회수석과 윤창렬 사회수석 교체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을 총괄하는 윤 수석이 교체된다면 백신 수급 문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표를 이미 제출한 김영식 법무비서관 후임도 함께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홍보라인 일부 참모도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보선 패배로 앞당긴 인적쇄신… “내 편만 쓰는 인사 탈피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4·7 재·보궐선거 패배 후 10여일 만에 중폭 이상 개각을 단행한다. 정세균 국무총리 교체를 포함해 최대 7개 부처 장관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 참모진 교체도 함께 진행될 것으로 보여 임기 말 국정운영 기조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재보선에서 보여준 민심의 요구를 받아들여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년간 참여정부 때 같이 일했거나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측근,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을 주로 발탁했다. 직전 개각 당시 내각에 들어온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황희 문화체육부 장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모두 친문 인사다.
여당 패배로 끝난 재보선 후 이러한 인사경향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우리 편만 쓴다’는 기조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립적 인사 등용을 통해 정책 쇄신과 이를 통한 국정기조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부 여권 인사는 “인사쇄신과 정책쇄신, 이를 통한 행태쇄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단 정 총리 후임으로 언급되는 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과 김영주 전 무역협회장 모두 친문 인사와는 결이 다르다. TK(대구·경북) 출신인 김 전 의원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김 전 회장은 문 대통령의 부족한 점으로 지적되는 ‘통합’, ‘경제’ 이미지를 보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 총리는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다. 정 총리 교체가 예상되는 만큼 마지막 총리 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임기 말 국정과제 완수라는 측면에서 관료 출신 등 전문가들을 경제부처 전면에 배치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역대 정권은 임기 말 국정과제 마무리를 위해 관료군을 대거 기용했다. 이번 인사에서도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임으로 청와대 국토비서관 출신 윤성원 1차관의 승진 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전문 관료 출신 인사들이 대거 등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최재성 정무수석 후임으로 민주당 이철희 전 의원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또한 개각에서 문 대통령이 좀 더 폭이 넓은 인사를 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친문 색채가 강한 최 수석을 여권 비주류인 이 전 의원으로 교체하는 것 자체가 인적 쇄신을 통한 국정기조 변화를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결국, ‘이철희’ 그다음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중요하지 않느냐”며 “이 전 의원을 뒷받침할 다른 인사들이 청와대에 들어오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의 사퇴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여권 내 대선주자 지형도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의 4·7 재·보궐선거 참패,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권력 말 임기누수현상) 등 여권 상황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정 총리가 본격적으로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면서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로 나뉜 여권 표심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2∼14일 조사해 15일 발표한 ‘진보진영 대선후보 적합도’ 결과 이 지사 33%, 이 전 대표 11%, 정 총리 4% 순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지사가 굳건한 ‘1강’ 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보이지만 적합한 후보가 ‘없다’ 또는 ‘모름·무응답’ 비율도 44%로 높게 나타나 향후 이들의 향방에 따라 잠룡 구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여권은 정 총리가 사퇴 이후 가장 처음 내놓는 메시지에 이목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친문(친문재인)·비문(비문재인)도 아닌 독자적인 행보를 갈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리하려면 당내 주류인 친문(친문재인)에 구애해야 하지만, 문 대통령 지지율이 매주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는 마당에 ‘정권 지킴이’로 나서기엔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범친노(친노무현)계로 분류되는 동시에 당내에서도 ‘SK계’(정세균계)로 불리며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문재인정부 계승보다는 중도층을 공략해 미래지향적 가치에 초점을 맞춘 메시지로 대권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코로나19 자가격리를 마친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민주당이 반성과 쇄신을 통해 국민의 신임을 다시 받는 일에 모든 힘을 보태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선거 패배 책임론의 한가운데 서 있는 만큼, 이 전 대표가 당분간 여의도와 거리를 두고 차기 대선 관련 정국 구상에 몰두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이낙연계 의원들과 모처에서 만나 “죽는 한이 있더라도 대통령을 지키고 가겠다”며 일각에서 위기 타개용으로 거론된 문 대통령과 차별화엔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초부터 독주 체제를 공고히 한 이 지사는 민감한 정치적 이슈를 피하고 민생 밀착형 정책 행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난 1월과 지난달 여의도에서 정책협의회와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 자신의 정책 브랜드인 ‘기본시리즈’(기본소득·기본대출·기본주택)를 강조한 데 이어, 오는 20일에도 ‘경기도 청소·경비 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국회 토론회’ 참석을 예고하며 여의도로의 정치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도형·이동수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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