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부터 전월세신고제 시행.. 세입자 '환영' 임대인 '불안'
새 규제에 벌써 공급 위축 우려
보증금 6000만원 월세 30만원 이상
체결일 30일 이내로 계약 알려야
국토교통부는 15일 전월세신고제의 신고 대상과 내용, 절차 등 세부내용을 규정한 ‘부동산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임대차 3법 처리 이후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는 법 개정과 함께 바로 시행됐지만, 전월세신고제는 시스템 구축 등 사전 준비작업을 위해 1년간 시행을 유예한 바 있다.
전월세신고제 시행에 따라 임대인이나 임차인은 보증금 6000만원 또는 월세 30만원을 초과하는 계약을 한 경우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계약 내용을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 반전세의 경우에는 보증금이나 월세 중 하나라도 금액 기준을 넘기면 신고 대상이 된다. 수도권과 광역시, 세종시, 도의 시 지역에 있는 모든 주택이 신고 대상이고, 고시원·판잣집 등 비주택도 포함된다.
6월부터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면, 지방의 군 단위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도시 지역이 규제 대상이 되는 만큼 우리나라 임대차 시장 전반에 큰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월세신고제 도입으로 임대차 계약의 실거래가 정보가 취합되면서 전세나 월세의 지역별 시세나 계약 조건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임대차 계약 신고를 하면, 확정일자가 자동으로 부여되기 때문에 세입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모든 주택은 물론 고시원, 판잣집, 비닐하우스 등 비주택도 신고 대상이다.
국토부는 각종 전·월세 데이터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11월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제도 시행 초반의 혼선을 막고 미리 대응책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대전시 서구 월평 1·2·3동, 세종시 보람동,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등 5개 동에 대해서는 전월세신고제를 시범 운영한다.
국토부는 임대차 시장의 데이터베이스를 과세 자료로 사용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추후 언제라도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권대중 명지대(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셋값이 크게 오르고 전·월세 시장이 혼란스러워지면 정부도 과세 카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이것을 임차인 보호를 위한 수단으로만 쓰지 않고 다른 무엇인가를 하려 한다면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임대한 주택의 관할 읍·면·동, 주민센터 등 기존 통합민원 창구에서 신청할 수 있고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에 접속해 온라인으로도 신고할 수 있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신고서를 작성하고 공동 날인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임대차 계약서를 제시하면 신고서를 쓰지 않아도 된다. 온라인으로 신고할 때는 계약서를 찍은 사진을 내야 한다.”
─신고를 공인중개사에게 맡겨도 되나.
“위임장은 작성해야 한다. 일반 신고는 별도 양식이 없기 때문에 임차인, 임대인이 대리인에게 위임한다는 내용을 담은 서류를 가져오면 접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
─계약을 갱신했을 때도 신고해야 하나.
“갱신을 한 경우도 계약금액이나 조건 등의 변화가 있다면 신고해야 한다.”
─계약일로부터 30일을 넘겨서 신고하면 과태료 100만원이 나오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신고 지연에 대해서는 4만원부터 100만원까지 계약금과 지연 기간 등에 따라 차등해서 과태료가 부과된다. 4만원은 계약금 1억원 미만 계약이 이뤄진 지 3개월 이내인 경우다. 계약일로부터 2년이 넘어가는 등 지나치게 의무를 해태한 경우 100만원이 부과된다.”
─전월세신고제로 확보되는 자료가 임대소득 과세 자료로 활용될 일은 없나.
“전월세신고제는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함으로써 임차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과세와는 관계가 없다. 국세청도 다양한 보유 정보를 통해 과세를 하고 있기에 전월세신고제 시행을 통해 추가로 활용할 자료는 없다는 입장이다.”
─전월세신고제가 표준임대료 도입 등 임대료 규제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표준임대료를 비롯한 신규 임대료 규제를 도입하는 내용은 검토한 바 없다.”
─갱신 계약 때 종전 임대료도 신고하도록 한 이유가 뭔가.
“종전 임대료에서 갱신 계약을 통해 임대료가 얼마나 올라갔는지 보기 위한 것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강제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에 처벌 목적보다는 시장 변화를 파악하기 위한 행정적인 지표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임대료 증액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 5%룰’을 단속할 계획은 없다. 임대차 계약은 행정 규제를 할 사안이 아니고 사인 간 합의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4차 전용 117.9㎡ 4층이 13일 41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1997년 지어진 이 아파트는 지난 2월 40억3000만원(3층)이었는데 두 달 만에 1억4500만원이나 올라 신고가를 고쳐 썼다. 지난해 10월에 마지막 거래된 33억원(5층)에 비하면 8억7500만원이나 오른 금액이다. 현재 이 평형 매물은 최고 45억원짜리까지 나와 있다고 한다.
2·4 주택 공급대책 발표 이후 잠시 숨을 고르던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뜀박질을 시작한 모양새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 재건축 규제 완화 등에 대한 기대감이 퍼지면서 현대4차 같은 재건축 단지가 집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일 기준 서울의 주간 아파트값은 0.07% 올라 일주일 전 0.05%보다 상승률이 높아졌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올해 2월 첫째 주(0.10%) 이후 꾸준히 상승률이 축소되며 지난주 0.05%까지 낮아졌는데, 이번 주 조사에서 10주 만에 다시 상승 폭을 키운 것이다.
노원구가 지난주 0.09%에서 이번 주 0.17%로 2배 가까이 뛴 것을 비롯해 송파구(0.10%→0.12%)와 강남·서초구(0.08%→0.10%), 양천구(0.07%→0.08%), 영등포구(0.04%→0.07%) 등이 상승을 주도했다. 이들 6개 구는 모두 재건축 시장에서 주요 단지로 꼽는 아파트가 있는 곳이다.
특히 서울에서 전주 대비 상승 폭이 축소된 구가 한 곳도 없다는 게 주목된다. 규제완화 가능성에 따른 집값 상승 기대감이 특정 재건축단지 밀집 지역뿐 아니라 서울 전역에서 확산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도 이런 흐름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렵게 안정세를 잡아가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불안해지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재건축 사업 추진에 따른 개발이익이 토지주(조합)에 과다하게 귀속될 수 있고 이러한 기대가 재건축 추진 단지와 그 주변 지역의 연쇄적 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시장 안정을 고려해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세가는 전국적으로 진정 분위기가 강해졌다. 이번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0.03% 오르며 3주 연속 횡보했다. 강남구가 -0.01%로 4주 연속 하락한 것을 비롯해 마포구는 3주째 -0.01%, 강동구는 지난주 -0.01%에서 이번 주 -0.02%로 하락 폭을 키웠다.
박세준·나기천 기자, 세종=우상규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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