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합종연횡 본격화..삼성·UMC 제휴로 소니·TSMC 맞서
삼성 설계 이미지센서 UMC에서 생산하기로
디스플레이·전력칩 외부 파운드리에 맡길 가능성↑
삼성 파운드리, 대형사 중심의 미세공정에 집중
"반도체 수급 위해 새로운 형태의 협력 늘어날 것"
삼성전자에서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하는 시스템LSI 사업부가 이미지센서 생산을 자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아닌, 대만 파운드리 기업 UMC에 맡기기로 했다. 이미지센서 세계 1위 소니와 파운드리 1위 TSMC가 협력하는 모델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공급이 부족하자 외부 협력을 통해 생산력 향상을 꾀하겠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의도다.
16일 반도체 업계와 대만 언론 매체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디바이스 솔루션)부문 시스템LSI 사업부는 파운드리 세계 4위 대만 UMC와 반도체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 관계를 구축하고, 스마트폰용 상보형 금속산화반도체(CMOS) 이미지센서 생산에 협력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화한 2000년대 이후, 설계한 반도체를 자사 파운드리에 맡기지 않고 외부에 위탁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UMC는 삼성전자(2위)에 이어 전 세계 파운드리 점유율 3위쯤에 해당한다. 현재 삼성전자의 또 다른 외부 파운드리로 거론되고 있는 미국 글로벌파운드리(GF)와는 매년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한다.
삼성전자는 UMC의 2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에 이미지센서와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의 생산을 맡길 계획으로, 대만 언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대만 남부과학산업단지(난커·南科)의 P6 공장에 반도체 장비 400여대도 지원한다. UMC P6 공장은 오는 2023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월 2만7000장의 웨이퍼를 생산하는 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CMOS 이미지센서는 최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 공급이 부족하다.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역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다. 대만 공상시보는 지난 12일 한종희 삼성전자 VD사업본부장 사장이 대만을 방문해 미디어텍과 노바텍 등 반도체 회사와 AUO 등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와 만났다고 보도했다. 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가 UMC, GF 등과 협력을 늘리려 하는 건, 이들이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분야에서 크게 경쟁하지 않는 부분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TSMC 함께 전 세계에서 유이(唯二)한 10㎚ 이하 선단공정이 가능한 회사다. UMC와 GF 등은 아직 10㎚ 공정에 근접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퀄컴, 엔비디아 등 첨단 미세공정이 필요한 대형 고객사의 유치를 자사 파운드리에 집중하고, 이외 공정으로 만들어지는 반도체는 외부 파운드리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삼성과 UMC의 협력은 지난해 있었던 소니와 TSMC의 협력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글로벌 이미지센서 1위인 소니와 파운드리 1위 TSMC에 이미지센서 2위·파운드리 2위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3위 UMC가 본격적인 반격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미·중 무역갈등이 심해지는 가운데, 일본·대만과 한국·대만의 협력은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도 들어갈 여지가 적다.
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최근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1위 실리콘웍스의 DDI를 최근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리콘웍스는 LG그룹 계열 반도체 설계 기업으로, 오는 5월 인적분할하는 LX그룹에 속할 예정이다. 주로 LG디스플레이에 DDI를 공급하고 있다. 그간 삼성과 LG 간 협력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업계는 이번 수주 역시 이례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니와 TSMC, 삼성과 UMC의 협력은 서로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며 "반도체 물량 확보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가운데, 삼성 파운드리와 실리콘웍스처럼 다른 형태의 협력이 더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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