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코로나 사태로 세금 안 걷혀 '스포츠도박' 키운다는데..

김표향 2021. 4.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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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주마저 스포츠도박 합법화.. 세수입 증대 기대
사업자 많아지면 세수 효과 미미, 도박 중독도 문제
2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국프로풋볼 결승전에서 우승한 캔자스시티 치프스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주(州)정부들이 너도나도 ‘스포츠도박’ 합법화에 ‘베팅’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곳간이 구멍나자 도박산업에서 거래되는 ‘검은 돈’을 양지로 끌어내 세금을 걷겠다는 일종의 고육책이다. 하지만 사업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세수도 각 주로 분산돼 실질적인 수익 효과는 없고 도박 중독만 양산할 거란 비판이 거세다.

뉴욕주는 이달 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스포츠도박을 허용한 16번째 주가 됐다. 주 예산안에는 스포츠도박 매출에 대한 세금도 포함시켰다. 주 헌법을 근거로 줄곧 스포츠도박 합법화에 반대해 온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도 세수 부족 문제와 성폭력 의혹으로 궁지에 몰리자 결국 입장을 바꿨다. 조지프 애다보 주니어 주상원의원은 14일 “뉴저지주 스포츠도박 시장의 25%를 뉴욕주 시민들이 차지하고 있다”며 “돈이 다른 주로 흘러가는 것을 얼마나 더 오래 지켜봐야 하냐”고 AP통신에 말했다.

앞서 2018년 미 연방대법원이 스포츠도박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 위헌이라고 판결한 뒤 뉴저지를 시작으로 펜실베이니아, 인디애나, 일리노이 등이 이를 허용했다. 코로나19가 급격히 퍼진 뒤로는 더 많은 주가 앞다퉈 합법화에 나서고 있다. 호주 거대 금융사인 맥쿼리그룹의 게임산업 분석가 채드 베이넌은 “주지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게 세수인데 매년 세금으로 3억달러(3,350억원)를 거둬들일 수 있는 노다지는 스포츠도박밖에 없다”고 짚었다.

실제 미 스포츠도박 산업은 규제 완화와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제한에 힘입어 급성장하고 있다. 미국게임협회(AGA)에 따르면 올해 1,2월 스포츠도박 시장에서 거래된 베팅금액은 780억달러(87조원), 매출액은 5억7,600만달러(6,422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에 각각 41억달러, 2억6,200만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폭증세다. 심지어 이 금액엔 ‘3월의 광란’으로 불리는 전미 대학농구선수권 토너먼트 경기 관련 베팅은 들어 있지도 않다. 미 최대 스포츠이벤트인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슈퍼볼) 또한 역대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음에도 베팅금액은 지난해보다 70% 늘어난 5억달러(5,575억원)에 달했다.

국제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향후 10년간 온라인 스포츠도박 시장이 연평균 40%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정부가 스포츠도박에 군침을 흘릴 만한 수치다. 올해 말까지 최대 11개 주가 스포츠도박을 추가로 허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이에 근거한다.

하지만 미 전역에 사업자가 늘면 매출에 대한 세금도 각 주가 나눠가져야 해 장기적으로 세수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회의론이 작지 않다. 도박 세율이 50%를 넘는 주는 두 곳에 불과하다. 미시간의 경우 사업자들이 2월 한 달간 순이익 950만달러(106억원)를 벌어들였으나 주정부에 낸 세금은 고작 14만2,240달러(1억5,900만원)였다. 세율이 8.4%인 탓이다. AP에 따르면 전미 주의회협의회는 지난달 낸 보고서에서 “많은 주가 스포츠도박을 합법화해 한정된 시장을 쪼개 가지면 도박 수익으로 주정부 예산을 메우기가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십중팔구 도박 중독이 급증할 거란 점이다. 영국이 반면교사다. 영국은 2005년 도박 관련 법을 완화하면서 도박 중독자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한 조사에서 통계로 확인된 도박 중독자만 140만명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실상은 훨씬 심각하다고 본다. 결국 규제도 다시 강화됐다. 도박 광고엔 눈에 잘 띄도록 경고문을 실어야 하고 신용카드를 이용한 베팅도 금지했다. 미국도 영국의 전철을 밟을 확률이 높다. 뉴저지만 봐도 스포츠도박을 허용한 후 도박 중독이 전국 평균의 3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도박회사 플러터의 최고경영자 피터 잭슨은 “주지사들은 세수만 늘릴 수 있다면 도박 문제는 어쩔 수 없다고 여기는 듯하다”며 “미국은 유럽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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