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 심각해 주 70시간 근무도.. 공공의사 처우개선 나선다
“영화 ‘300’과 같은 상황입니다. 정원도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304명의 의사가 하루하루를 전쟁터처럼 보내는 것이죠.”(김경희 서울 성동보건소장)
지난해 1월 첫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시작된 코로나19와의 전쟁이 1년 4개월째 계속되면서 빈약한 국내 공공의료 인프라 현실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와 직접 대면하는 현장의 공공의료인력이 정원도 채우지 못함에 따라 서울시가 공공의사 처우 개선과 함께 대규모 채용에 나선다.
●자치구 정원 259명에 238명만 근무
서울시는 15일 지난 1월 기준 의사 공무원이 304명으로 정원인 348명보다 44명(12.6%)나 부족하다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19 현장을 맡은 자치구의 경우 259명이 정원이지만 현재 238명밖에 없어 21명의 의사가 부족하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시립병원과 방역정책을 담당하는 본청 등의 근무 인원도 정원(89명)보다 23명이 적은 66명에 불과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략 자치구별로 1명의 의사가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축구로 치면 11명이 아니라 10명이 뛰면서 코로나19라는 적과 맞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공공의사가 부족하다. 지난 3년 동안 서울시 공공간호사는 정원이 506명 늘었지만 의사는 정원 변동 없이 결원만 늘어가고 있다. 이렇다 보니 현장에서는 난리다. 성동구 코로나19 현장을 책임지는 김 소장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공공의료인력, 특히 공공의사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빠른 시일 안에 공공의사를 확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보건소장임에도 검체검사부터 집단감염 발생지 조사를 나간다. 공공의료인력 부족으로 1인 다역을 해야 한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공공의사는 대체 인력이 없어 일주일에 70시간을 넘게 근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의욕을 보이던 공공의사들도 장기화되면서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면서 “최근 몇몇 자치구의 경우 공공의사가 그만뒀다”고 귀띔했다.
공공의사 부족이 코로나19에 한정된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공공의료인력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먼저 2000년대 이후 감염병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발생 주기가 점점 짧아진다는 점이다. 실제 2002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생 이후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H1N1) 발생까지는 7년이 걸렸다. 하지만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2015년, 코로나19가 지난해 발생하면서 팬데믹 발생 주기가 6년, 5년으로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서울은 2017년 129만명이던 65세 이상 인구가 2027년에는 202만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상대적으로 의료지원이 더 필요한 1인 가구도 2017년 118만명에서 2027년 138만명으로 뛸 전망이다. 시 관계자는 “공공의료인력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으면 노인과 저소득층 등에 대한 의료공백이 커지는 것은 물론 코로나19 같은 위기에 대응하는 것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령화·1인 가구 증가로 의료공백 우려
그렇다면 ‘공공의사를 더 채용하면 될 게 아니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18년 316명이었던 공공의사 수는 2019년 308명, 지난 1월 304명으로 감소세다. 이유는 뭘까. 한마디로 민간병원보다 처우가 좋지 않아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간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보다 급여가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면서 “소명의식에만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결국 서울시가 팔을 걷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이틀째를 맞은 지난 9일 시청에서 코로나19 종합대책회의를 주재하고 공공의사 채용방식과 처우를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오 시장은 “서남병원도 서북병원도 의사 정원을 다 못 채우는데 가장 큰 원인은 처우에 있다고 들었다. 아낄 게 따로 있지 시민 건강을 챙기는 의료 인력이 정원을 못 채우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상반기 공공의사 정기채용에서 26명을 뽑기로 하면서 충원방식을 수시채용에서 연 2회 정기채용으로 전환했다. 보수는 올해 신규채용부터 최대 40% 인상해 현실화하고 연봉 책정도 근속연수뿐만 아니라 진료과목이나 경력별로도 차등을 두는 등 처우 개선도 진행한다. 전문의 연봉은 진료과목에 따라 1억 1000만원∼1억 4500만원, 일반의 연봉은 7700만원∼1억 200만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민간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지속적으로 처우를 개선해 공공의사를 늘려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 - 저작권자 ⓒ 서울신문사 -
Copyright © 서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미 3세 여아 친모 변호인이 밝힌 사임 이유 “더는…”
- 박수홍 93년생 여친 지목된 김다은 아나운서 입장
- 속옷 입지 말라던 특전사 남친, 몰래 찍어 인터넷에 유포
- 교통방송 김어준 출연료 공방에 왜 유재석이 등장했나[이슈픽]
- “사랑 억누를 수 없어” 펑펑 울며 사제복 벗은 신부
- “살이 너무 빠져” 이연걸 앓는 갑상선기능항진증[헬스픽]
- [포착] 법정 간 숙명여고 쌍둥이의 가운뎃손가락
- “불륜 경험 많아 보여 선임”…김부선, 강용석 택한 이유
- “피할 줄 알았다”···아내車에 121㎞로 돌진한 남편
- “나 짜장면 먹고 싶어”…장난전화 아닌 성폭행 신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