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선한 영향력이 청계산을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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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지나치던 쓰레기가 눈에 들어온 건 3년 전 어느 날이었다.
맛있는 아침 식사만 하면 최고의 하루가 될 것 같았던 날, 취사장에 널브러져 있는 술병과 음식물 등 각종 쓰레기를 마주했다.
'산에서 보이는 쓰레기가 불편하셨던 분, 청계산에서 만날래요? 함께 등산하면서 쓰레기도 줍고 이야기 나눠요.'
청계산에는 여전히 쓰레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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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 김강은의 산 네게 반했어]
매번 지나치던 쓰레기가 눈에 들어온 건 3년 전 어느 날이었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지리산 일출을 보고 장터목 대피소로 내려왔다. 맛있는 아침 식사만 하면 최고의 하루가 될 것 같았던 날, 취사장에 널브러져 있는 술병과 음식물 등 각종 쓰레기를 마주했다. ‘산을 사랑해서 왔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쓰레기를 주우며 하산했다.
며칠이 지나도, 그 장면이 계속 마음을 붙들었다. 고민 끝에 소셜미디어에 짧은 글을 올렸다.
‘산에서 보이는 쓰레기가 불편하셨던 분, 청계산에서 만날래요? 함께 등산하면서 쓰레기도 줍고 이야기 나눠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여섯 사람이 모였고, 청계산을 청소했다. 그것이 한 달에 한번 산을 청소하는 ‘클린하이킹’ 캠페인의 시작이었다. 1년 후, 수시로 활동하는 ‘클린하이커스’ 그룹을 개설했다.
4월 7일 식목일을 맞아 첫 모임 후 3년 만에 청계산을 찾았다. 양손에 든 마대자루와 봉투에 가득 쓰레기를 채워 내려왔던 청계산은 과연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졌다.
원터골 입구를 들머리로 잡았다. 공휴일이 아닌데도 사람이 많았다. 남녀노소 다양한 산객, 가벼운 차림의 사람들, 외국인 친구들까지. 산이 우리의 일상에 조금 더 가까워진 시대임을 실감했다. 날씨 덕도 있었다. 햇볕이 따스하고 바람은 선선했다. 봄 꽃잎도 기분 좋게 흩날리는 요즘 같은 날은 등산하기에도, 쓰레기 줍기도 좋은 날씨다.
계곡 물소리와 함께 계단길을 오르며 새로운 참가자가 말했다.
“평소엔 앞만 보고 걸었는데, 쓰레기를 찾으려 두리번거리다 보니 새로운 시각을 볼 수 있어 좋네요.” “그래도 쓰레기만 보지 말고 예쁜 풍경도 보고 가요!”
청계산에는 여전히 쓰레기가 많았다.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는 벤치나 공터엔 특히 더 많았다. 11명이 5시간 동안 수거한 쓰레기는 총 25kg.
많은 쓰레기양은 여전하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함께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다는 것이다. 등산이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바람인 것처럼,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을 넘어 누군가의 쓰레기를 줍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인 시대. 이렇게 하나둘씩 동료를 늘려가다 보면, 언젠가 선한 영향력이 온 산을 물들이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김강은(벽화가·하이킹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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