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성 인식이 이규원·차규근 재판 핵심 쟁점.. 네 가지 포인트는
①車, 이규원-대검 기조부 간 논의 결론 알았나
②車, 진상조사단 검사는 '수사권 없음' 알았나
③李, '출금 적법성 문제' 해소됐다고 생각했나
④'조사단이 출금 요청' 결론, 윗선 책임은 없나 미리>
검찰이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출금)’ 의혹에 연루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 출석을 요구하면서 4·7 재보선을 앞두고 잠시 멈춰 섰던 수사에 다시 불이 붙게 됐다. 이에 따라 다음달 7일 시작되는 이규원 전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 파견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 대한 법원 재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두 사람을 기소한 검찰은 ‘명백히 위법적인 긴급출금’이라는 입장인 반면, 이 검사와 차 본부장은 ‘당시 상황에선 불가피했다’고 항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檢 “김학의 피의자 아니었고 수사 착수 단서도 없어”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수사팀은 이규원 검사 등을 직권남용·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두 가지를 전제 사실로 삼았다. 우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긴급출금 조치가 취해진 2019년 3월 23일 새벽, 김 전 차관은 진상조사단 조사 대상이었을 뿐 법률상 ‘피의자’ 신분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당시 조사단 내부 사정을 파악한 결과, 그를 피의자로 보고 수사에 착수할 만한 ‘합법적 단서’도 전혀 확보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게 수사팀 분석이다.
검찰은 이에 더해 김 전 차관 긴급출금을 요청한 이규원 검사에겐 그럴 권한도 없었다고 봤다. 진상조사단에 파견된 이상, 현직 검사로서의 신분 보장은 받지만 ‘강제 수사권’은 없다고 해석한 것이다. 수사팀은 이런 사실을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본부장이 ‘잘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한마디로 ‘민간인’ 김 전 차관의 출국 권리 행사를 국가기관이 위법하게 막았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따라서 향후 법정 공방은 ‘위법성 인식’ 여부를 둘러싸고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차관 출금 과정에 대한 사실 관계는 관련자 진술과 기록·서류 등 각종 물증으로 거의 가려진 만큼, 다툼의 소지가 별로 없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법정에 서게 될 두 사람 입장에선 오히려 ‘범행의 전제 사실’로 제시된 부분을 집중 반박해 검찰의 공소제기 논리를 무너뜨리려 할 공산이 크다.
‘파견 검사엔 출금권한 없음’ 인식 있었을까
예상되는 쟁점은 크게 네 가지다. 차규근 본부장의 경우, ‘진상조사단을 통한 출금 조치’의 적법성 검토 논의를 몰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19년 3월 20일 법무부 수뇌부는 ‘장관 직권 출금’ 방안을 검토한 뒤 하지 않기로 했는데, 이 과정엔 차 본부장도 참여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 이규원 검사와 대검 기획조정부가 주고받은 관련 논의 결과까지 그가 전달받았다고 단정할 순 없다. 당시 이 검사는 기조부에 ‘출금 필요성 검토’를 요청했다가 부정적 회신을 받자 ‘적법 절차 준수 등을 감안해 철회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차 본부장에게 ‘조사단 파견 검사엔 수사권이 없다’는 인식이 있었는지도 짚어볼 대목이다. 앞서 그는 본보와의 인터뷰(1월 21일 자 1, 2면)에서 “출금은 검사를 믿고 하는 것”이라며 의심조차 안 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당시 언론 기사를 읽었으니 알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규원 검사 입장에선 ‘김학의 전 차관 출금의 적법성 문제가 해소된 줄 알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같은 해 3월 22일 밤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전화를 걸어 “법무부와는 얘기가 됐다”며 출금 요청을 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윗선’에서 합법적 출금을 위한 묘수를 찾은 것으로 여겼다고 반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이 검사는 검찰 조사에서도 이런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오수 전 차관 등에 불똥 튈 수도
법적 공방은 법무부 수뇌부의 책임 논란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 당일, 차 본부장은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과 연락이 닿지 않자 김오수 당시 차관에게 이를 보고했는데 “진상조사단의 출금 요청을 기다려 보자”는 쪽으로 정리가 된 탓이다. 김오수 전 차관이나 이용구 당시 법무실장(현 법무부 차관) 등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쪽으로 검찰 수사나 법원 재판이 흘러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법조계에서는 ‘위법성 인식’은 물론, ‘범행의 고의성’이 유·무죄를 가를 관건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이 검사와 차 본부장 모두 ‘적법 절차’에 따라 일을 처리했다고 주장할 수는 있어 보인다”며 “이런 주장을 깨는 것은 검찰의 몫인데, 직권남용의 고의가 있었는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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