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내주 얀센 백신 평가결과 주목..상황따라 수급차질 심화
'국내제약사 8월부터 해외백신 위탁생산' 막연한 발표로 혼란 가중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불안이 심화하면서 국내 도입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희귀 혈전증' 발생 우려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한 상황에서 다른 백신의 국내 공급 일정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특히 얀센 백신도 같은 이유로 미국 현지에서 일시 접종중단 권고를 받은 상태다.
공교롭게도 두 백신 모두 감기 바이러스의 일종인 아데노 바이러스 벡터(전달체) 플랫폼을 활용해 만들어진 '바이러스 벡터' 백신이다.
미국과 유럽 보건당국이 내주 얀센(존슨앤드존슨) 백신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결과에 따라서는 백신수급 상황이 더 꼬일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의 '11월 집단면역' 달성 계획도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크다.
AZ 이어 얀센 백신 '혈전' 논란…미국·유럽 보건당국, 내주 얀센 백신 권고안 발표
16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정부가 지금까지 확보한 백신은 총 7천900만명분이다.
제약사별 계약을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1천만명분, 얀센 600만명분, 화이자 1천300만명분, 모더나 2천만명분, 노바백스 2천만명분을 확보했고 백신 공동구매 국제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1천만명분을 공급받기로 했다.
이 가운데 상반기 국내에 도입되는 백신은 총 2천80만회분(1천40만명분)이다.
도입이 이미 확정된 물량은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 총 1천808만8천회분(904만4천명분)이다. 나머지 271만2천회분(135만6천명분)은 얀센과 노바백스, 모더나 제품 중에서 추가 도입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 3개 백신의 경우 아직 초도물량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렇게 상반기 수급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현재 '주력 제품'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혈전 생성 문제가 불거져 만 30세 이상에만 접종하고 있다.
앞서 유럽의약품청(EMA)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혈소판 감소를 동반하는 매우 드문 혈전증간 연관성이 있다고 발표했고, 이에 당국은 지난 11일 접종 대상을 30세 이상으로 제한하고 접종 계획을 일부 수정했다.
2분기 대상자 중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 30세 미만은 약 64만명으로 이들이 언제, 어떤 백신을 맞을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에서 얀센 백신을 쓸 수 있을지 여부도 현재로선 불확실하다.
미국 보건당국이 접종 후 '희귀 혈전증' 발생을 이유로 일시 접종중단을 권고한 데 이어 스페인, 스웨덴, 네덜란드, 덴마크, 크로아티아, 루마니아 등도 얀센 백신을 당분간 사용하지 않기로 한 상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예방차원에서 이 백신의 사용을 중단했다.
미국과 EMA의 내주 평가결과에 따라 접종 재개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접종이 재개되더라도 접종 대상이 제한될 수도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문기구인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는 14일(현지시간) 회의를 열어 얀센 백신의 사용 여부를 논의했으나 똑부러진 결론을 내지 못했다. 미 CNBC 방송은 ACIP가 얀센 백신에 관해 권고안을 결정하기 위해 일주일 내에 회의를 다시 소집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EMA도 같은 날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안전성위원회가 얀센 백신의 특이 혈전 사례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평가를 더욱 신속히 처리해 현재로서는 다음 주에 권고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모더나, 미국내 우선공급 원칙 재확인…국내 도입 일정은 불확실
이처럼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백신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미국 제약사인 모더나가 자국내 우선공급 원칙을 재확인함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 대한 백신공급 일정은 후순위로 밀리게 됐다.
모더나는 최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5월 말까지 미국 정부에 백신 1억회분(5천만명분)을 공급하고, 7월 말까지 추가로 1억회분을 공급할 계획"이라며 "미국 외 지역에 대해서는 미국의 공급망보다 약 1분기 정도 늦게 공급하는 것으로 (일정이) 구축돼 있는데 현재 백신 물량을 늘려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얀센 백신 접종 중단 등의 여파로 모더나 백신에 대한 미국 내 수요가 급증할 경우 국가별 계약 순서대로 도미노식 공급 지연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정부 "8월부터 국내 제약사가 해외백신 위탁생산"…국내 공급용인지는 언급 안 해
백신도입 일정이 여전히 안갯속이지만, 정부는 11월 집단면역 형성 목표를 차질없이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특히 오는 8월부터는 국내 한 제약사가 해외에서 개발한 위탁생산하기로 했다면서 앞으로 백신 공급에 숨통이 트일 가능성도 시사했다.
백영하 범정부 백신도입 태스크포스(TF) 백신도입총괄팀장은 전날 백브리핑에서 "국내 제약사가 해외에서 승인된 백신을 생산하는 것에 대해 구체적인 계약 체결을 진행 중"이라며 "이에 따라 8월부터는 승인된 백신이 국내에서 대량으로 생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 팀장은 "이어 세계 각국이 백신 수급불안으로 인해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으나, 우리나라는 국내 생산 기반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적다"며 "안정적인 백신 수급을 통해 11월 집단면역 형성 목표를 차질없이 추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발표 직후 국내 증시에서는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 에스티팜 등 코로나19 백신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요동치는 등 혼란이 빚어졌지만 백 팀장은 기업 간 계약사항이라며 해당 제약사와 위탁생산할 백신의 종류, 국내 공급 여부 등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아직 계약이 확정되지도 않은 사항을 독자적으로 밝혀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관련 기사에는 "민간이 하는 비밀사항을 왜 정부가 미리 발표하나", "생산하면 한국에서 다 사용할 수 있나"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정부가 확실하게 정해진 결과를 발표하지 않아 사회에 혼란만 주고 있다"며 "백신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큰 상황에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지, 국민을 상대로 희망 고문을 하겠다는 것인지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현재 국내에서 위탁생산 중인 제품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유일하다. 오는 6월부터는 노바백스 백신도 국내에서 위탁생산된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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