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진과 지중배의 키노트] 축제가 있는 곳에는 그 음악이 있었다

장재진 2021. 4. 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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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C major(장조), D minor(단조) 클래식 곡을 듣거나 공연장에 갔을 때 작품 제목에 붙어 있는 의문의 영단어, 그 정체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음악에서 '조(Key)'라고 불리는 이 단어들은 노래 분위기를 함축하는 키워드입니다.

헨델의 대표 관현악곡 '왕궁의 불꽃놀이 음악'(HWV 351)은 D 장조로 작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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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 '찬란한 축제'의 조성 D 장조
편집자주
C major(장조), D minor(단조)… 클래식 곡을 듣거나 공연장에 갔을 때 작품 제목에 붙어 있는 의문의 영단어, 그 정체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음악에서 '조(Key)'라고 불리는 이 단어들은 노래 분위기를 함축하는 키워드입니다. 클래식 담당 장재진 기자와 지중배 지휘자가 귀에 쏙 들어오는 장ㆍ단조 이야기를 격주로 들려 드립니다.
'찬란한 축제'의 조성 D 장조 '고난과 인내'의 조성 B 단조

D 장조는 B 단조와 관계조(Relative key)다. 파(F)와 도(C)에 샾(#)이 붙은 조표를 함께 쓰는 쌍둥이인데, 엄숙한 B 단조와 달리 D 장조에서는 무한한 긍정과 희망이 느껴진다. 바로크부터 낭만주의까지 시대를 초월해 기쁨을 줬던 조성이다.

1749년 영국 런던 버킹엄 궁전 근처에 있는 그린파크에서 왕실의 주최로 개최된 불꽃놀이 축제의 풍경화. 헨델은 이 행사에 쓰일 음악을 D 장조로 지었는데 '왕궁의 불꽃놀이 음악'으로 명명됐다.

불꽃놀이의 배경음악

지중배 지휘자(이하 지): 다양한 시대의 음악학자와 음악가들은 D 장조를 '화려하고 찬란한 음악을 위한 완벽한 조성'으로 생각했다. 특히 바로크 시대에는 '영광(Glory)'의 조성으로 통했다.

장재진 기자(이하 장): E 플랫(♭) 장조 역시 화려하고 찬란한 조성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같은 장조로서 D 장조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 E♭ 장조가 종교적 색채가 짙다면 D 장조는 보다 세속적인 음악에 어울린다. 상대적으로 덜 권위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웃고 즐기는 축제에 쓰이곤 했다. 헨델의 대표 관현악곡 '왕궁의 불꽃놀이 음악'(HWV 351)은 D 장조로 작곡됐다. 1749년 영국 런던 그린파크에서 성대한 불꽃놀이가 열렸는데, 그 당시 축제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곡이다. 축제 분위기를 고취할 수 있는 악기는 뭐니뭐니 해도 음색이 화려한 금관악기다. 피스톤과 밸브가 발명되기 전 바로크 시대 금관악기들은 음이 D조로 조율돼 있는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축제와 D 장조의 관련성을 유추해 볼 수 있다.

: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쓰여서 친숙한 파헬벨의 '캐논'도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D 장조 곡 중 하나다. 돌림노래처럼 이어지는 선율들은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에 비친 봄날의 햇살처럼 찬란하다.

바이올린은 솔, 레, 라, 미(왼쪽부터) 음의 4개 줄로 이뤄져 있다. 이 때 왼쪽 두 번째 '레' 줄이 연주됐을 때 나타나는 주파수는 바이올린 고유의 음색을 잘 나타내는 소리로 평가받는다. 바이올린 곡 가운데 레(D)를 으뜸음으로 하는 D 장조 곡이 많은 이유로 해석된다. 게티이미지뱅크

바이올린과 찰떡궁합

: D 장조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바이올린과 궁합이 잘 맞는다는 점이다. 바이올린은 솔(G), 레(D), 라(A), 미(E)의 4개 줄로 구성돼 있는데, 특히 '레' 줄을 활로 그었을 때 바이올린 고유의 소리가 잘 공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옛 작곡가들이 주파수에 관한 물리학적 특성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지만, 바이올린 명작 중에서는 D 장조 곡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이른바 '3대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꼽히는 작품 중 2개(베토벤, 브람스)가 D 장조고, 선율미의 극치를 자랑하는 차이코프스키 협주곡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이 지난달 발매한 앨범 '파리'에 수록된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1번 또한 D 장조 곡이다.


D 장조를 사랑한 하이든

: D 장조는 고전주의 시대에 와서도 하이든과 모차르트 등이 즐겨 썼던 조성이었다. 특히 하이든의 경우 104개 교향곡 가운데 23개가 D 장조다. 지난 1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연주한 모차르트의 미공개 작품 '알레그로 D 장조'(1773)도 있다. 다음달 6일에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서울 금호아트홀연세에서 하이든 건반소나타를 연주한다.

: 부산시립교향악단은 16일 부산문화회관에서 베토벤의 '세레나데'(op. 25)를 연주한다. 젊은 베토벤의 새로운 시도와 패기가 돋보이는데, 유려하면서도 즐거운 현악 3중주곡이다.

지중배 지휘자. 더브릿지컴퍼니 제공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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