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데이터 독점' 공정위, 전격 현장조사
"소비자에 직접 피해는 없지만 후발주자의 시장 진입 막아"
공정거래위원회가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업체 페이스북의 ‘데이터 독점'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가 데이터 독점 문제를 조사하는 것은 처음이다.
데이터 독점이란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수집해 맞춤형 광고·검색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업들로부터 광고 수익을 올리는 새로운 형태의 독점 유형이다. 미국 학계와 언론은 이를 ‘데이터 모노폴리(독점)’라고 부르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에 있는 페이스북코리아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 조사를 벌였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까지 독점은 상품의 공급망을 장악한 뒤 가격을 올려 소비자에게 직접 피해를 주는 방식이었지만, 21세기형 독점은 고객의 데이터를 독점한 뒤 맞춤형 광고나 검색 등으로 수익을 내는 방식”이라며 “직접적으로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털진 않지만 시장에 후발 주자가 뛰어드는 것을 막아 경쟁이 사라지고 소비자들은 선택권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일거수일투족 수집하는 페북
페이스북은 가입자에게 ‘맞춤형 광고’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전 세계 5억명이 넘는 회원의 개인 정보, 온라인 활동 정보를 연결·확장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 가입자가 또 다른 소셜미디어인 인스타그램에서 구두를 검색한 뒤 페이스북에 로그인 하면 구두 광고가 뜨는 식이다. 가입자들은 “어떻게 내 속마음을 알았지”라며 놀라지만 사실은 페이스북이 가입자가 다른 사이트에서 활동한 정보까지 긁어와 영업에 활용하는 것이다.
여기엔 페이스북의 자회사인 인스타그램, 와츠앱뿐 아니라 ‘페이스북 아이디로 로그인하기’ 기능을 탑재한 제3의 사이트나 앱까지 포함된다. IT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페이스북 아이디로 로그인하기'를 이용하면 해당 사이트의 활동 정보가 페이스북에 공유된다”며 “인스타그램의 경우 ‘좋아요’를 누르면 그와 관련된 광고가 페이스북에 뜨는 식”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개인 정보 동의 과정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으로 가입하려면 페이스북에 자기 개인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동의하는 동시에 제3의 사이트 등이 갖고 있는 내 활동 정보도 연계·활용할 수 있다는 조건에 동의해야 한다. 이를 꼼꼼하게 읽는 소비자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동의하지 않으면 페이스북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동의를 체크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동의를 강요하는 셈이다.
◇미국, 독일도 ‘데이터 모노폴리' 견제
데이터 독점에 대해선 세계적으로도 제재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반감이 높은 유럽에선 독일 연방카르텔청과 페이스북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연방카르텔청은 2019년 페이스북이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동의를 얻지 않고 개인 정보를 연계·활용한 혐의로 시정 조치를 내렸는데, 페이스북이 반발해 소송을 낸 것이다.
페이스북은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도 재판을 받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기업들을 무더기로 인수해 데이터 시장을 독점했다는 혐의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와 46주 검찰이 작년 12월 페이스북을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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