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키우고 친문 챙기고 "與 대선후보는 나"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가 나란히 대선 준비에 시동을 걸었다. 대선 체제로 조직을 전환하는 등 캠프를 키우고 여권 인사들과의 접촉 면을 넓히며 여당의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에 들어간 것이다.
이재명 지사는 4·7 재·보궐선거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당한 격차로 여권 후보 선두를 지키고 있다. 그런 이 지사 측은 당내 우군(友軍)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본선 경쟁력은 확인된 만큼 9월 초로 예정된 민주당 경선에서 이기기 위한 세력 확보가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지난 13일엔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우원식·홍영표 의원을 잇달아 면담하고 “당이 민생 문제에 매진해달라”고 했다. 20일 경기도가 서울 여의도에서 여는 노동·인권 토론회에는 정성호·김영진 등 이재명계를 비롯한 범여(汎與)권 의원 40여 명이 공동 주최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지사는 팔로어가 100만명에 달하는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해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공개 칭찬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유정주·전용기 의원, 이정훈 서울 강동구청장,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당 대표를 지낸 최배근 건국대 교수 등을 호명해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민주당 관계자는 “친문(親文)과 앙금이 남아있는 그가 동거를 모색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과거 문재인 대통령이 캠프를 꾸리기도 했던 여의도 대산빌딩 사무실을 추가 임차해 공간을 확장했다. 국회 보좌관과 당직자 출신들도 캠프 멤버로 합류하고 있다. 15일 코로나 확진자 접촉에 따른 자가 격리에서 해제된 그는 곧바로 이낙연계 의원 20여명을 소집해 2시간 동안 비공개 모임을 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서야 한다는 건의에 대해 “이낙연답지 않은 행동이다”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선을 그었다고 한다.
선거 패배 후 민주당 안팎에서 책임론에 직면한 그는 다음 달 전당대회 전까지는 호남 등 지방을 돌며 원외(院外) 인사들을 두루 만날 계획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낮은 자세’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대표 시절 당직을 맡았던 의원들을 위주로 “고생 많았으니 막걸리 한잔하자”며 전화를 돌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이 제안한 신복지·신경제 정책과 관련해 학자 그룹과 꾸준히 소통하며 각론을 다듬고 있다고 한다.
정세균 총리는 여권에서 제3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그를 돕는 인사들도 최근 여의도에 임시 사무실을 마련했고, ‘정세균 캠프’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 지난 14일엔 정세균계 의원 모임인 ‘광화문포럼’이 여론조사 전문가를 초청해 20·30대 청년 유권자 지형을 분석하는 자리를 열었다. 최근 이란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정 총리는 13일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혔고, 이르면 16일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리와 가까운 한 인사는 “그간 유의미한 지지율을 획득하지 못했지만,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경우 다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정 총리는 여론조사 지지율이 5% 미만에 그치고 있다. 정 총리 측에선 직능단체를 키우고 회원들을 대거 가입시켜 민주당 내 영향력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정 총리의 싱크탱크 격인 ‘국민시대’도 인천, 전북 등 지역별로 발대식을 열며 세 규합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15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네 여론조사 기관이 합동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이 지사는 26%,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3%로 나타났다. 이 전 대표는 전주보다 2%포인트 하락한 8%로 해당 조사 집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 총리는 1%에 그쳤다. ‘진보 진영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선 이 지사(33%), 이 전 대표(11%), 정 총리(4%)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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