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 뛴 롤렉스.. 돈 벌려고 명품 산다

변희원 기자 2021. 4. 16.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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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라도 가격 오르는 경우 많아.. '명품매장 긴 줄' 이유 있었네
롤렉스 시계 이미지.

지난 1일 한 현물 조각 투자 플랫폼이 내놓은 ‘롤렉스 집합 1호’라는 투자 상품이 출시 30분 만에 완판됐다. 조각 투자란 여러 명이 공동 투자한 뒤 차익을 나눠 갖는 것으로, 이 상품의 총 모집액은 1억1800만원, 최소 투자액은 10만원이었다. 투자 대상은 명품 시계 롤렉스의 인기 상품 11종이다. 6개월 뒤 이 시계들을 되팔았을 때 나오는 수익을 투자자들이 나눠 갖는 구조다. 롤렉스 펀드의 기대 수익률은 무려 25%다. 손목에 차기 위해서가 아니라 되팔기 위해 명품 시계를 사는 것이다. 이 투자 플랫폼 관계자는 “롤렉스는 중고라도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많아 투자 상품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했다.

과시를 위해서 사던 명품이 투자 상품이 됐다. 환금성이 뛰어난 보석·시계나 구하기 힘든 한정판, 고가 명품을 거래하는 리셀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명품이 유망한 투자 상품으로 떠올랐다. 이 같은 트렌드는 ‘코로나 보복 소비’와 맞물려 지난해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이하 에·루·샤) 같은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린 배경이 됐다.

◇5년 전 900만원짜리 롤렉스는 1200만원에 팔려

중고 명품 시장을 들여다보면, 명품 시계와 보석, 가방이 과시용을 넘어 인기 투자 상품이 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10년 전 480만원에 산 샤넬 ‘2.55백’은 지금도 500만원에 거래가 되고, 에르메스 가방 중 저가로 꼽히는 ‘에블린백'도 중고가가 매장가와 비슷하게 형성이 됐다. 중고 시계 매매업체인 용정컬렉션의 김문정 대표는 “지난해부터 시계를 사거나 팔고자 찾아오는 고객만 재작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며 “5년 전 900만원대에 구입했던 서브마리너 모델은 지금 1200만원 정도에 팔린다”고 했다. 시계나 가방을 중고로 되팔아 남긴 차익엔 세금이 붙지 않는다는 것도 투자 상품으로서 매력이다.

지난달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명품 매장 앞에 사람들이 문을 열기를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서 있다. 명품을 구매해서 사용하려는 소비자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값이 뛰는 점을 이용해 투자 목적으로 고가의 시계·보석·가방을 사려는 사람도 많다. /이태경 기자

코로나 위기 속에 투자 가치가 부각되면서 명품 시계와 보석은 전례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우리 회사 고위 임원이 롤렉스를 사게 해달라고 부탁했는데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며 “매장이 제품이 들어오는 대로 팔려 나가기 때문에 우리도 볼 수가 없다”라고 했다. 판교 현대백화점의 경우, 시계·보석을 제외한 명품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에 비해 23.3% 올랐지만 보석은 50%, 시계는 25.9% 올랐다. 신세계 백화점과 갤러리아 백화점의 지난해 명품 시계·보석 매출 신장률은 전년에 대비 25.8%, 24% 늘었다.

◇에루샤는 과시용 아니라 자산이다?

‘에루샤'로 불리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은 덕분에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두둑한 수익을 남겼다. 에르메스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15.8% 증가한 4191억원이고, 루이비통은 지난해 매출이 1조468억원으로 전년보다 33.4% 늘었다. 샤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3%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4% 증가한 1491억원을 기록했다. 이 3사의 한국 실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공시 사각지대였던 외국계 유한회사도 감사보고서 제출이 의무화된 덕분이다.

명품 홍보 관계자는 ”샤넬이나 에르메스는 자식에게 물려주는 유산이라고 생각하고 구매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라며 “단지 멋내기나 과시용을 넘어서 주식이나 차처럼 자산의 일부로 여긴다”고 했다. 하지만 명품을 샀다고 해서 다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 시계 업체 관계자는 “ ‘사두면 돈 된다'는 생각에 매장에서 권하는 비인기 모델을 덜컥 샀다가 되팔지 못하는 경우도 봤다. 게다가 코로나가 끝나서 해외 여행이 자유로워질 경우, 리셀 시장이 지금과 같지 않을 것이란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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