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최고금리 20%로 낮추지만.. '대출 낭인' 더 늘어날 우려

조유미 기자 2021. 4. 16.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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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년, 벼랑 끝 몰린 사람들] [上] 불법사채 피해
제도권 금융은 더 까다롭게 심사 "저신용자들 사채에 더 의존할것"

경상남도에 사는 40대 남성 이모씨는 작년 7월 400만원가량의 ‘고관절 수술비’를 구하려고 은행과 대부업체 5곳을 전전했지만 모두 퇴짜를 맞았다. ‘신용 등급이 낮고 빚도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수술이 급했던 이씨는 결국 불법 사채업자 6명에게서 ‘일주일 뒤 갚는 조건’으로 400만원의 돈을 나눠 빌렸다. 그런데 워낙 높은 이자를 쳐주기로 해 요즘 원금을 제외하고 매주 갚아야 할 이자만 10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런 서민들의 대출 이자 부담을 줄이겠다며 정부가 오는 7월 7일부터 기존에 연 24%였던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로 내린다. 코로나로 타격 입은 서민들의 부담을 덜자는 취지다. 예를 들어, 100만원을 빌렸을 때 기존엔 연 24만원을 이자로 내야 했지만 이젠 20만원만 내면 된다. 신규 대출이나 대출 갱신, 연장 계약을 할 때 달라진 ‘법정 최고금리’가 적용된다. 금융위원회는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20% 이상 금리로 대출받은 239만명(작년 3월 기준) 중 약 87%인 208만명(14조2000억원)의 이자 부담이 매년 4830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최고금리 인하’가 이씨 같은 저신용자들을 오히려 제도권 밖의 불법 사채로 내몰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제도권 금융사들이 수익성을 고려해 대출 심사 문턱을 더 깐깐하게 높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업계에선 이번 조치로 신용이 낮은 3만9000명이 불법 사채 시장으로 밀려날 것으로 보고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금리를 낮추면, 대부업체 입장에서도 담보가 없는 신규 신용대출은 거부하게 되고 결국 ‘대출 낭인’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며 “담보 없는 저(低)신용자는 결국 불법 사채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2018년 2월 법정 최고금리를 27.9%에서 24%로 낮춘 뒤에도 이런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 작년 6월 기준으로 제도권 대부업 이용자 수는 157만5000명으로 2019년 말(177만7000명)보다 11.4% 줄었다. 반면 지난해 불법 사채 피해 신고 건수는 2019년보다 5배로 폭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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