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좌절 뒤 실리콘밸리로 가서 날았죠"

장형태 기자 2021. 4. 16.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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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2번째 유니콘 '센드버드' 김동신 대표

“첫 투자 받았을 때는 세계를 정복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책임감만 밀려오더라고요. 사인하고 바로 일 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에서 1억달러(약 1116억원)를 투자 받아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에 등극하는 순간, 창업자의 기분은 어땠을까.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센드버드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김동신(40) 센드버드 대표는 “지금 우리 서비스를 한달에 1억5000만명이 쓰는데, 얼른 10억명,50억명이 쓰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며 “스타트업 창업자의 숙명”이라고 했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센드버드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김동신 대표는 "올해 100명가량을 채용할 것"이라며 "회사가 성장하면 나도 성장하는 실리콘밸리식 보상을 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은 김 대표와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을 뜻하는 유니콘을 합성한 것. /박상훈 기자·게티이미지

센드버드는 기업용 채팅 메신저 프로그램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최근 미국 스테드패스트 캐피털벤처스와 일본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등 해외투자자들로부터 1억달러를 유치했다. 이 분야 글로벌 1위 업체로, 딜리버리히어로(독일), 레딧(미국), 넥슨·엔씨소프트·배달의민족·국민은행(한국)이 주요 고객사다. 이들 회사의 앱에 채팅·영상통화 같은 기능을 맞춤형으로 넣어주는 것이다.

김 대표는 스스로를 ‘게임 폐인’ 출신이라고 했다. 그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재학 시절, 총쏘기 게임 ‘언리얼 토너먼트’ 세계랭킹 3위를 기록하며 프로게이머 전직을 진지하게 고민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졸업 후에는 엔씨소프트에서 약 3년간 개발자로 일했다. 2007년 첫 창업도 게임회사였다. 2012년 이 회사는 다른 업체에 매각했다. 그는 “게임도 좋아했지만, 새로운 것으로 세상에 기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창업에 자신감을 얻은 김 대표가 두 번째 세운 회사는 ‘육아 커뮤니티’ 업체였다. 이 회사를 운영하며 ‘채팅’에 꽂혔다. 그는 “서비스 안에 채팅기능을 붙이려니 번거로워서 직접 만들었다”며 “당시 매출이 3년간 ‘0원’이었는데, 채팅 프로그램을 부업으로 팔아보니 반응이 좋았다. 이것이 센드버드의 시초”라고 했다.

하지만 사업은 쉽지 않았다. 2015년, 김 대표가 채팅 프로그램을 팔기 위해 한국 기업들을 만나면 “우리가 만들면 되지 왜 돈 주고 사요” “클라우드를 어떻게 믿고 우리 데이터를 주나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좌절한 김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행을 택했다. 한국과 달리 B2B(기업간 거래) 소프트웨어 시장이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기업들을 만나 사업 설명을 하자 한국에서 받은 질문은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만 사업을 했으면 진작에 망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회의 문은 활짝 열려 있었지만, 이를 공략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는 “한국에서 하던대로 장문의 이메일과 사업설명서를 보내면 100% 묵묵부답이었다”며 “처음 1년은 핵심을 요약해 간결히 소통하고, 나를 대놓고 어필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러다 2016년 세계 최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육성기관)인 와이콤비네이터의 육성 대상에 선정되면서 사업에 날개를 달았다. 와이콤비네이터는 에어비앤비·슬랙·드롭박스 같은 미국 IT 대기업들을 길러낸 창업사관학교로 유명하다. 김 대표는 “선배 사업가들의 조언을 받으며 타깃 고객층, 서비스 가격, 홈페이지 구성, 계약서 내용을 전부 바꿨다”고 했다.

김 대표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미국 실리콘밸리서 사업하는 ‘팁’을 전하고 있다. 그는 영상 댓글에서도 후배 창업자들과 활발히 질문 답변을 주고받는다. 일 중독자인 김 대표의 유일한 취미다.

김 대표는 이번에 유치한 1억달러 투자로 공격적인 개발자 채용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 센드버드 임직원은 250명이다. 한국·미국·영국·싱가폴 등 6국에 사무실이 있는데, 한국에 절반 정도가 근무한다. 개발은 한국 지사가 주로 맡는다. 그는 “올해 100명가량을 채용할 것”이라며 “회사가 성장하면 나도 성장하는 실리콘밸리식 보상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전 사원의 주인화’를 강조했다. 회사가 잘 됐을 때 직원도 잘 되려면 결국 스톡옵션으로 보상을 확실히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센드버드는 임직원에게 연봉의 최대 150% 상당 스톡옵션을 부여하고 있다. 행사 기간도 국내 기업의 절반인 1년으로 정했다. 또한 기업이 상장하지 않아도, 중간중간 주식을 현금화할 수 있는 제도도 만들었다. 이와 함께 기존 임직원 연봉을 700만원 일괄 인상하고, 본인 및 배우자 유급 출산휴가 3개월같은 혜택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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