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데나 갖다붙이는 'K' 딱지

김지섭 기자 2021. 4. 16.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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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후 #mint

“한국인만큼 ‘국뽕’(자국 띄우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없더라.” 해외에서 20여 년을 보낸 지인의 말입니다. 방탄소년단(BTS)이나 손흥민 선수 같은 세계적 스타가 국민 영웅으로 추앙받는 현상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유튜브에는 한국의 이런저런 뉴스를 마치 세계적 성취처럼 과장한 동영상이 많습니다. “한국이 나서자 ‘망했다’ 외치는 일본” “시진핑이 한국에 ‘시’무룩해진 사연” “미국도 이거는 한국에 꼼짝 못 해” 같은 것입니다. 이런 동영상이 양산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대중의 반응이 좋기 때문이죠.

글로벌 시장을 휩쓸고 있는 한국 대중문화 산업의 경쟁력을 취재하며 이런 ‘국뽕'에서 조금만 더 자유로웠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흔히들 한국 음악이나 영화·드라마를 좋아하는 외국인을 ‘한류 팬’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특정 국가의 문화만 골라 소비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컨대 넷플릭스에서 재미있는 영화·드라마를 골라 봤는데 그중 한국 것이 많았을 뿐입니다. ‘한류 온라인 동호회’라는 것이 있지만 그들도 대부분 특정 한국 연예인이나 콘텐츠를 좋아하는 것이지 한국이 무조건 좋아서 가입한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BTS와 블랙핑크, 기생충의 성공에 굳이 ‘K’를 붙이고 싶어 합니다. 정부도 갖가지 ‘K’로 시작하는 행사를 기획하느라 바쁘죠. 철저한 준비와 노력으로 이룩한 대중문화 산업 종사자들의 성취에 자꾸만 ‘K’ 딱지를 붙이는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요즘 해외에선 슬슬 ‘K팔이’에 시비를 걸려 한다는 말도 들립니다. 한국 대중문화의 성공을 민간의 자연스러운 성취가 아닌, 국가 주도의 인위적 결과물로 폄하하려는 것이죠. ‘K’ 오남용이 세계시장에서 날아오르려는 한국 대중문화 산업의 발목을 잡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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