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만 파편이 총알 10배 속도로 위성 위협.. 우주 쓰레기 청소 산업이 뜬다
지난달 22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Baikonur) 우주 기지에서 ‘엘사(ELSA)-d’라는 이름의 위성이 지구 궤도로 발사됐다. 이 위성의 임무는 우주 쓰레기 청소 시범. 실험용으로 같이 올려진 폐위성을 자석으로 끌어당긴 뒤 함께 궤도를 이탈, 대기권으로 떨어질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청소 위성과 쓰레기 모두 마찰열에 타서 사라진다. 이른바 ‘물귀신형’ 우주 청소다.
‘우주 쓰레기’를 청소하는 시대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1957년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발사 이후 지금까지 60여년간 지구 궤도에 올라간 위성은 총 1만기를 넘는다. 이로 인한 우주 쓰레기의 규모는 지름 1cm 이상 크기 물체만 따져도 90만개에 달한다. 위성·로켓 파편과 수명이 다해 방치된 폐(廢)위성 등이다. 이런 쓰레기가 총알보다 최대 10배 가까이 빠른 초속 8km로 지구 주위를 공전하며 인공위성들을 고장내고, 인간의 우주 탐사에도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영화 ‘그래비티’에서 주인공들이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게 된 원인도 우주 쓰레기가 일으킨 연쇄 충돌이었다. 우주와 우리 삶이 밀접해질수록 우주 쓰레기는 ‘죽느냐 청소하느냐’의 문제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마켓리서치퓨처는 우주 쓰레기 관련 산업이 2019년부터 매년 4%씩 성장해 2025년엔 28억달러 (3조12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우주 청소 산업에서 가장 앞선 나라는 일본이다. 청소 위성 엘사-d는 일본 스타트업 ‘아스트로스케일’의 작품이다. 이 회사는 앞으로 각종 파편 제거뿐만 아니라 폐위성 처리, 위성 수명 연장 등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210억엔(214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고, 2023년쯤 서비스를 상용화할 목표를 갖고 있다. 또 다른 일본 스타트업 ‘에일’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손잡고 끈을 이용한 청소 기법을 개발 중이다. 전도성(傳導性) 끈을 이용해 파편을 위성 궤도에서 이탈(deorbit)시키는 방식으로, 2025년 상용화가 목표다. 이 밖에 통신 위성기업 ‘스카파JSAT’는 2026년까지 레이저를 쏴 쓰레기를 궤도에서 떨어뜨리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유럽에선 유럽우주국(ESA)이 지난해 말부터 ‘클리어스페이스-1’이라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총 8600만유로(1100억원)를 들여 ‘베스파(Vespa)’라고 불리는 지구 궤도 상의 우주 쓰레기를 제거하는 프로젝트다. 이 물체는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로켓에서 위성과 로켓을 연결하는 부품이다. 지난 2013년에 쓰인 뒤 아직까지 대기권으로 떨어지지 않고 계속 궤도에 남아있다. ESA는 2025년쯤 로봇팔 4개가 달린 청소 위성을 올려보내 베스파를 직접 붙잡아 제거할 계획이다.
이 밖에 러시아는 거미줄에서 착안한 접착망(網)으로 우주 쓰레기를 붙여 모으는 기술을, 미국은 바구니로 이를 모아 건져내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영국에서는 위성 업체 SSTL이 그물과 작살을 이용한 청소 실험을 성공시켰다. 다만 작살 청소법은 연료 탱크 등 위험 요소까지 파손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관련 산업이 싹을 틔웠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레이저로 지구 궤도상의 물체를 추적·식별해 대응하는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지상에서 발사한 레이저가 우주 쓰레기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것을 정밀하게 측정해 우주 쓰레기의 움직임을 추적한다. 직접 청소에 나설 수 없으니 일단 위험을 피하는 기술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한국 과학기술위성 3호가 미국과 러시아 위성에서 나온 파편에 충돌할 뻔했다.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빗나가 피해는 없었다.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우주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이 일어나게 된 사건이다. 정부도 최근 우주 물체 추락 등 위험 대비, 사전 감시 등에 130억원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우주 쓰레기 문제 대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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