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2개 아파트서 코인베이스 설립, 9년만에 억만장자

박건형 기자 2021. 4. 16.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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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세 창업자 암스트롱

미국 최대 가상 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14일(현지 시각) 가상 화폐 거래소 가운데 처음으로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코인베이스 주가는 250달러에 거래를 시작해 장중 429.54달러까지 치솟아 시가총액이 1120억달러(약 125조3000억원)에 이르며 골드만삭스(1141억달러), HSBC(1208억달러) 등 글로벌 금융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시초가보다 31.3% 오른 328.28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코인베이스는 미국에서 가장 가치 있는 150대 기업이 됐다”면서 “비트코인이 처음 만들어진 지 12년 만에 가상 화폐가 사춘기를 넘어 성인이 됐다”고 했다. 코인베이스 공동 창업자이자 지분의 20%를 보유한 38세의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암스트롱은 순식간에 170억달러의 자산을 가진 억만장자가 됐다. 2012년 샌프란시스코의 방 두 개짜리 아파트에서 코인베이스를 세운 지 9년 만이다. 현재 6만2000달러가 넘는 비트코인 1개 가격이 6달러에 불과하던 시절이었다.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장에서 코인베이스 직원들과 가상 화폐 지지자들이 상장을 축하하는 모습. /UPI 연합뉴스

◇가상 화폐의 프로메테우스

CNN은 암스트롱을 ‘가상 화폐 대중화를 이끈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가상 화폐 지지자들은 암스트롱 덕분에 모든 사람이 쉽게 가상 화폐 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며 그를 인류에 불을 선물했다는 그리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에 비유한다. 1983년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태어난 암스트롱은 미국 라이스대에서 컴퓨터공학과 경영학을 전공했고, 컴퓨터공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IBM과 딜로이트에서 개발자와 컨설턴트로 일했다. 암스트롱의 인생은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명을 쓰는 인물이 인터넷에 공개한 ‘비트코인 백서’를 2010년 읽으면서 완전히 바뀌었다. 나카모토가 주창한 ‘조작이 불가능하고 거래의 투명성이 완벽하게 보장되는 획기적인 통화(通貨) 시스템’의 매력에 빠진 암스트롱은 2012년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 개발자를 그만두고, 골드만삭스 출신인 프레드 어샘과 의기투합해 코인베이스를 창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당시 비트코인을 얻기 위해서는 컴퓨터에 비트코인 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복잡한 채굴 과정을 거쳐야했고, 보관도 어려웠다”면서 “암스트롱은 개발자나 할 수 있는 이런 복잡한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은행처럼 일반인이 가상 화폐를 보관하고 거래하는 방법을 떠올렸다”고 했다. 에어비앤비에서 글로벌 결제 시스템을 직접 개발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코인베이스는 급성장을 거듭했다. 올 1분기 코인베이스의 추정 매출은 18억달러에 이른다. 순이익은 8억달러로 지난해 전체 순이익 3억2200만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100국에서 5600만명이 코인베이스에서 가상 화폐를 거래한다.

WSJ은 암스트롱에 대해 “공개 장소에서 으스대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인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암스트롱은 철저한 은둔형 경영자로 가상 화폐 관련 행사에도 얼굴을 잘 비추지 않는다. 트위터에도 거의 글을 올리지 않는다. 심지어 트위터 계정 관리도 평소에는 다른 경영진이 대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기부에는 적극적이다. 흑인 인권 운동에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고, 자산의 절반 이상 기부를 약속하는 ‘억만장자 기부 클럽’인 기빙플래지 회원이다. 2018년에는 은행 계좌가 없는 빈곤층을 지원하는 10억달러 규모의 재단 ‘기브크립토’도 설립했다.

◇미래 전망은 엇갈려

성공적인 증시 데뷔에도 불구하고 코인베이스의 미래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글로벌 투자업계와 외신들은 ‘가상 화폐가 월스트리트라는 주류 금융 시장에 첫 진입한 역사적 쾌거’라고 평가한다. 반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 화폐가 급등하면서 기업 가치가 급상승한 만큼, 언제든 폭락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14일 상장 직후 급등하던 코인베이스 주가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가상 화폐 자산은 투기 수단”이라고 발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상승세가 꺾였다. 가상 화폐가 규제 당국의 움직임에 얼마나 민감하게 움직이는지 보여준 것이다. 투자 리서치 회사 뉴컨스트럭트의 데이비드 트레이너 CEO는 WSJ에 “코인베이스는 좋은 회사일 수 있지만, (투자하기에) 좋은 주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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