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88] 국가의 건강과 신진대사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주일대사관1등서기관 2021. 4. 1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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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사(代謝)’라는 말이 일상어처럼 쓰인다. 기초대사, 운동대사, 대사증후군 같은 용어를 생활 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여기서 대사는 ‘신진대사(新陳代謝)’, 즉 영어의 metabolism을 말한다. 신진대사는 한자를 보아도 그 뜻을 짐작하기 어렵다. 설명하자면, 신진은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을 말한다. 진은 진부(陳腐)에서 볼 수 있듯 오래되거나 낡은 것을 의미한다. 대사는 ‘번갈아 바뀌다’는 의미로, 여기서 사(謝)는 ‘물러나다’, ‘기세가 쇠하다’라는 뜻이다. 문자대로 풀이하면 신진대사란 ‘오래된 것이 물러가고 새로운 것이 그를 대체하여 바뀌는 것’을 말한다.

숙어(熟語) 자체는 중국 고전에서 유래한 것이나, 이를 metabolism의 뜻으로 사용한 것은 일본이다. 일본에서는 나쓰메 소세키가 소설 ‘노와키(野分)’에서 당시로서는 생소한 신진대사라는 표현을 사용했음을 들어 그가 이 말을 조어(造語)했다는 설이 널리 퍼져 있다. 이에 대해서는, 1876년에 간행된 ‘개정증보물리대성(改正増補物理大成)’에도 같은 용어가 있음을 감안할 때 이전부터 난학자들이 신진대사를 metabolism의 번역어로 사용하였다는 반론이 있다.

신진대사는 생명 활동의 기초다. 신진대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생물은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국가를 생명체에 비유한다면 국가의 건강도 원활한 신진대사에 달려 있다. 최근 선거에서 드러난 20대의 표심은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반대가 아니라 그들이 처한 암울한 현실에 대한 좌절감, 분노의 표출로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한국 사회 신진대사 기능의 이상 예후(豫後)를 알리는 젊은 세대의 경고라고도 할 수 있다. 다음 세대가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을 갖도록 하는 것은 정치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선거의 유불리를 따지는 진영 논리로 다음 세대의 목소리를 폄하하고 무시하는 기성세대가 있다면 그들만큼 공동체의 신진대사에 해로운 존재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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