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2시간 햇볕 쬐고 침대서라도 뛰게 하세요
코로나 사태 이후 병원 일이 바빠지면서 늦게 퇴근하는 일이 많아졌다. 저녁 10시쯤 아파트 현관문 도어락 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나면 집 안에서 ‘후다닥’하고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다. 네 살 늦둥이 딸이 아직 안 자고 아빠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딸이 “아빠!” 하며 달려온다. 딸을 안아 올리려는 순간 아내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린다. “먼저 씻고 서진이 만질 거죠?” 어린이병원 소속 소아감염 전문 의사지만 아내에게는 그저 잠재적 병균 덩어리로 여겨지는가 보다.
◇손 씻기·마스크 쓰기는 호흡기 질환 예방의 기본
대다수 가정의 가장 큰 행복은 자녀들이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자녀들은 때때로 아파 부모 가슴을 철렁이게 한다. 아이들이 아픈 가장 흔한 원인은 호흡기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다. 감기 증상이 끊이지 않고 지속되는 아이, 열이 자주 나는 아이들을 진료하면서 부모에게 항상 하는 말이 “손은 깨끗이 닦고, 기침은 입을 가리고 하고, 가래가 나오면 아무 데나 뱉지 않게 하라”는 것이다. 뻔한 말 같지만 이것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서 다시 한번 증명되고 있다. 지난여름부터 올해까지 인플루엔자 등 매년 크고 작은 유행을 일으키던 바이러스들이 거의 맥을 못 추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이제 온 국민이 잘 알게 됐지만, 손 위생 관리와 마스크 착용, 사람 간 적당한 거리 두기는 호흡기를 통한 전염성 질환을 막는 가장 핵심적인 방법들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완전하지 않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백신 접종을 통한 예방이다. 물론 모든 백신이 완벽한 예방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때론 부작용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신은 가장 효과적인 감염병 예방법으로 꼽힌다. 우리는 현재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르게 개발된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하고 있다. 언제 마스크를 벗고 여행을 떠나게 될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적어도 중증 감염은 지금보다 크게 줄어 코로나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은 사라지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영유아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코로나 백신의 접종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고 적절한 신체적·정신적 건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선 각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적당한 운동과 충분한 수면이 가장 중요
많은 가정이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봄·가을에는 미세 먼지와 황사가 기승을 부리는 날이 많기 때문에 아이들이 적당한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중학생이 된 우리 집 큰아이는 가끔 부엌 뒤 베란다에서 간단한 운동을 한다. 작은 아이가 뛰놀고 싶어 할 때면 소파나 침대 위에서 놀게 한다. 날씨가 좋은 날은 가능하면 한두 시간씩 한강 공원이나 둘레길 등 산책로에 가서 햇볕을 쬐고 오는 편이다. 예전에는 그토록 자주 가던 마트나 쇼핑몰 등 사람이 많은 곳은 되도록 자제하고 있다. 밖에 나갈 때면 아이들이 이것저것 만지지 않도록 아내가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한다.
사실 아이들이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특별한 약이나 음식 등 대단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몸, 면역 체계가 스스로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적당한 에너지(음식·물·햇빛)를 공급하고 충분히 회복할 수 있도록 수면 시간을 확보해주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입 짧은 아이들이 그때그때 먹고 싶어 하는 음식들을 챙겨주고 가족 모두가 가능하면 오후 10시 전후에는 잠을 자려고 노력한다. 아침에 출근할 때 간혹 큰아이가 깨있으면 억지로라도 더 자라고 한다. 어른들에게는 ‘아침형 인간’이 좋지만, 한창 성장하는 아이들에게는 ‘깊고 건강한 수면’과 좋은 꿈이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