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변시 합격 1200명內 감원".. 로스쿨 "밥그릇 챙기기" 반발
합격자수 꾸준히 늘어 작년 1768명.. 변협 "변호사 3만 육박, 포화상태"
로스쿨 "선진국 보다 여전히 적어 올해 1800명 이상으로 늘려야" 맞서
법조계 "법률시장 파이 키워야"
21일 제10회 변호사 시험(변시) 합격자 발표가 예정된 가운데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합격자 정원을 1200명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로스쿨생들이 “변호사 단체의 밥그릇 챙기기다. 1800명 이상은 돼야 한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첫 회인 2012년 1451명이었던 변시 합격자 수는 2018년 1599명, 2019년 1691명, 지난해 1768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 변협 “1200명 제한”에 “밥그릇 챙기기” 비판
변시 합격자 정원은 법무부 차관과 법학 교수, 판검사, 변호사 등 15명이 참여하는 변시 관리위원회에서 심의한 결과를 토대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결정한다. 응시자는 전국 25개 로스쿨 정원 2000명 중 유급생을 제외한 1900여 명과 기존 불합격자들이 함께 치르기 때문에 2017년 6회 시험부터 3000명을 넘어섰다.
지난 5년간 합격률이 49∼55%에 그치고 있어 ‘고시 폐인’을 막겠다던 로스쿨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응시 자격이 ‘졸업 후 5년간 5회’로 제한돼 응시 자격을 상실한 로스쿨 졸업생도 891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종엽 변협회장은 “예년보다 400∼500명가량 적은 1200명 이하로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임 회장들이 “1500명 이하로 뽑자”고 요구했던 것보다 300명을 더 줄인 것이다. 국내 변호사 수가 2009년 9612명에서 지난해 2만9584명으로 3배가량으로 증가해 저가 수임 경쟁이 이어지고 그 결과 법률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는 게 변협의 논리다. 변협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의 월평균 수임 건수가 1.2건에 불과하고 중위소득도 연간 3000만 원 선이라고 한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체는 “합격률을 60%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정 수준의 역량을 갖췄다면 일단 합격시켜서 시장에서 자율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로스쿨 측은 국내 법률시장 규모가 2010년 3조 원에서 지난해 6조3000억 원으로 커졌고 법률서비스 무역 규모가 지난해 2조8000억 원에 달해 국내외 수요가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한국법학교수회도 9일 성명을 내고 “로스쿨 도입 취지는 선발이 아닌 교육을 통한 법률전문가 양성이다. 합격자 정원 감축 주장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되돌리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봉경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2018년 기준 인구 1만 명당 변호사 수는 한국이 6.2명으로 미국(40.85명), 영국(31.2명), 독일(19.95명)에 비해 여전히 적다”고 했다.
○ 합격자 수 줄어들 가능성은 낮아
로스쿨생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올해 변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응시를 제한했다가 시험 하루 전 헌법재판소의 효력정지 가처분으로 응시를 허용하는 등 논란을 빚었다. 여기에 시험 문제 유출 의혹, ‘법전 밑줄 허용’ 논란이 불거지면서 일부 응시생들이 헌법소원과 국가배상청구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만약 합격자 정원까지 줄어든다면 로스쿨생들의 심각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변시를 치른 양필구 씨(35·전남대 로스쿨7기)는 “변협 집행부가 모두 로스쿨 출신인데 큰 배신감을 느낀다”면서 “학생 10명 중 8명은 합격률이 응시생의 75%는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박 장관이 의원 시절 로스쿨 도입을 주도해온 만큼 합격자 수가 예년보다 줄어들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무부 관계자는 “로스쿨 교육 강화라는 정부의 기조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환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은 “정부와 변협, 로스쿨이 머리를 맞대고 법률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우수한 인재들이 시장에 투입되면 자연히 직역이 넓어질 것이고 국내 로펌뿐 아니라 국제기구, 외국계 회사 등으로 진출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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