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그늘] 담배 건조장
[경향신문]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산간 내륙 지방에는 마을마다 담배 건조장이 있었다. 사진에서 병풍처럼 뒤로 펼쳐진 채 눈발이 희끗거리는 산은 속리산이고 그 허허벌판에 관광호텔 같은 것이 멀리 보인다. 허물어져가는 토담은 담배 건조장으로서 임무를 일찍이 마친 것 같다.
이젠 담배가 극도로 혐오 대상이 되었지만 예전엔 국가가 국민들에게 담배를 팔아서 큰 수익을 내는 장사를 했다. 동네의 자그마한 구멍가게에서도 담배 판매 허가증만 가지면 밥은 먹고 살았다. 지금보다 배에 기름기가 훨씬 덜하고 식구들 목에 풀칠하기가 어려웠어도 남녀노소가 담배를 사서 피웠다. 사무실에는 재떨이를 갖추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 시절에는 아무도 나서서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이야기를 해준 적이 없다. 단순히 의학이 발달하지 않아서였을까?
우리는 모두들 기호품인 줄로만 알았다. 약간의 터부가 있었다면 ‘어른 앞에서 맞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는 정도였다. 왜 그때는 담배의 해독을 말하지 않았을까? 일찍이 지구가 둥글다는 것도 알고 달나라도 가고 원자폭탄도 만든 사람들이 담배의 해독은 왜 몰랐을까?
차밭에서 일을 하면 청량감이 든다는데, 얼마 전 시골 한 아주머니는 담배 농사가 제일 힘들다고 했다. 하루 종일 담뱃잎을 따고 거두는 일을 하다보면 다른 일보다 몇 배나 몸이 더 고단하다고 했다. 이제는 타산이 맞지 않고 힘든 노동을 할 일손이 없어 담배 농사를 접은 곳이 많다. 무너져가는 흙담의 담배 건조장을 보면서 불공평한 세상일을 떠올려본다.
김지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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