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케이크는 됐어, 내가 원하는 선물은 삼전·테슬라 주식"
인터넷몰선 '주식 상품권' 팔아
직장인 임모(29)씨는 최근 주식 투자 얘기를 자주 주고받던 직장 선배의 카카오톡 프로필에 ‘생일 알림’이 뜬 것을 봤다. 아메리카노 커피나 케이크 쿠폰을 선물할까 고민하던 임씨는 대신 3만원어치 테슬라 주식을 선물했다. 임씨는 “선배가 ‘커피 쿠폰보다 100배는 낫다’며 좋아하더라”며 “애인과 만난 지 1000일이 곧 다가오는데 기념으로 주식을 선물할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최근 2030세대에서 장미꽃, 명품, 커피 대신 주식(株式)을 선물로 주고받는 이가 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젊은 층의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온라인 쇼핑몰이 손쉽게 주식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관련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11번가, 카카오톡 등에선 2030세대를 겨냥해 ‘주식 상품권’을 팔고 있다. 마치 커피 쿠폰처럼 사서 선물하면, 상대방이 자기 증권 계좌에 등록해 넷플릭스·테슬라와 같은 주식을 살 수 있다.
카카오에서 상품권을 판매 중인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상품권 구매자는 30대가 전체의 45%로 가장 많고, 그다음은 20대(24%)”라고 했다. 11번가에서 주식 상품권을 10% 할인 판매하고 있는 KB증권 측도 “3월 29일에 판매를 시작했는데, 20일도 안 돼서 매출이 50억원을 넘어섰다”고 했다.
온라인 재테크 커뮤니티에도 ‘주식 선물’과 관련된 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남자 친구가 생일 선물로 가방과 테슬라 주식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다” “여자 친구에게 선물로 삼전(삼성전자) 7주 사 주는 것 어떠냐” 같은 내용이다. 직장인 이모(28)씨는 “다음 달이 생일인데 여자 친구가 ‘삼성전자 주식 사 줄 테니 계좌를 만들라’고 하더라”며 “그동안 돈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투자를 기피했는데, 선물받은 김에 경험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식 선물’ 문화에는 낭만보다 현실을 중시하는 최근 2030세대의 정서가 담겨 있다.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2030 밀레니얼 세대는 ‘자본주의 키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본주의 법칙에 밝다”며 “단순 소비를 통한 만족보다 현실을 더 중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도 “‘애플 노트북이 아니라 애플 주식을 사겠다'는 식의 젊은 투자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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