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위원 자리 배분 놓고.. 한노총·민노총 "우리가 더 많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최저임금위원 자리를 서로 더 많이 차지하겠다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코로나로 많은 기업이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노조가 자리 다툼에 열중하는 게 적절한 것이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양대 노총은 최근 고용부에 최저임금위원 추천 명단을 각각 고용부에 제출했다. 최저임금위원은 총 27명으로 노동계가 추천하는 근로자 위원 9명, 경제계가 추천하는 사용자 위원 9명, 정부가 추천하는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된다. 임기는 3년이다. 근로자 위원 중 8명의 임기가 다음 달 끝나 새로 임명해야 한다. 그동안 근로자 위원은 5명은 한국노총, 4명은 민주노총이 맡는 게 관행이었다. 한국노총이 민주노총보다 조합원 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민주노총은 “2년 전 조합원 수에서 한국노총을 앞섰다”며 5명을 가져가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한국노총은 4명을 추천, 이번에 임기가 끝나지 않는 위원(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포함해 5명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대 노총의 이번 자리 다툼은 단지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최저임금위원이 갖고 있는 상징성 때문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치열한 세력 다툼을 벌이고 있는 양대 노총이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다수를 차지함으로써 기선을 제압하고 이를 토대로 다른 위원회도 장악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양대 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 외에도 고용보험위원회·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등에도 위원 추천권을 가지고 있다. 이 위원회에선 위원들이 사회보험료 수준, 기금 운용 방향 등 정부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정부는 난감해하고 있다. 어느 한쪽 편을 들 수 없기 때문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첫 전원회의가 20일 열리는데, 위원 선정 문제로 양대 노총이 갈등을 빚을 경우 심의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기업들은 양대 노총의 싸움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노조가 밥그릇 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내년 최저임금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오르지는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