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삼켰지만 마이너스, 中펀드 투자자 속앓이
수익률은 -11.2%, 국가·권역별 최하위
美갈등·빅테크 규제..본토주 타격↑
해소까지 시간 필요vs실적 기반 상승세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중국 주식형 펀드에 자금이 쏠리고 있지만 부진한 증시 흐름에 수익률도 힘을 못 쓰고 있다. 최근 석달 수익률은 두자릿수 손실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증권가는 날로 첨예해지는 미국과의 갈등, 중국 정부의 빅 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등에서 원인을 찾았다.
15일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4일 기준 최근 3개월 사이 중국 주식형 펀드에는 1조650억원이 신규 설정됐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에 2조3565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는데, 그중 절반이 중국 주식형 펀드로 향한 것이다. 최근 1~2년 동안 미국과 무역 갈등 등으로 중국 주식형에서 지속적인 환매가 이뤄졌지만, 지난해 연말부터 떠났던 자금들이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북미 주식형 펀드에는 절반 수준인 4845억원이 새롭게 설정됐다.
상품별로는 3개월 기준 ‘미래에셋차이나그로스’(1085억원), ‘KB통중국4차산업’(1058억원), ‘KB중국본토A주’(706억원) 순으로 많은 자금을 흡수했다. 특히 ‘미래에셋차이나그로스’와 ‘KB통중국4차산업’처럼 플랫폼 기업 텐센트,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등 성장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린 상품들이 높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성과는 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자금이 한참 몰리던 3개월 전 중국 주식형 펀드에 새롭게 가입했다면 현재 손실 구간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3개월 기준 평균 수익률은 -11.23%로, 해외 주식형 전체 평균 -1.20%를 한참 밑돈다. 동일 기준 해외 주식형 펀드 소유형 중 유일한 두 자릿수 손실률이자 꼴찌에 해당한다.
설정액 상위 주요 펀드들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본토주(A주) 비중이 높은 펀드 수익률이 홍콩 증시에 상장한 H주를 담은 펀드보다 상대적으로 아쉬웠다. 중국 펀드 중 설정액 기준 가장 덩치가 큰 펀드는 ‘KB중국본토A주’ 펀드로 3개월 수익률은 -17.94%를 기록했다. 1월 말 기준 만화화학(7.56%), 장성자동차(7.12%), 중국초상은행(6.52%) 등 본토주 중심으로 담고 있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줬던 장성자동차는 밸류에이션 부담 등으로 최근 조정을 받으면서 석달새 20% 넘게 빠졌다.
그런가 하면 텐센트(8.26%), 알리바바(8.16%), 대만 TSMC(6.09%), 빌리빌리(ADR)(5.75%) 등을 담은 ‘KB통중국4차산업’는 같은 기간 -6.42%으로 평균 대비 선방했다. H주 비중이 본토주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피델리티차이나’는 2.45% 수익률을 냈다.
글로벌 되살아 나는데…시간 필요vs실적 뒷받침
이 같은 차이는 지수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14일 기준 홍콩 항셍 지수는 석달 동안 1.14% 상승했지만 상해종합지수는 4.20% 하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심천종합지수는 -6.27% 빠졌다. 특히 3월 말 이후 미국 10년 국고채 금리가 안정을 되찾으면서 미국 등 글로벌 증시가 재차 상승 랠리를 보이고 있음에도 중국 증시는 차별화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조 바이든 행정부의 강경한 대중 정책 기조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초까지 중국 증시는 강한 상승 흐름을 보여줬다. 미국 대선 이후 연초 바이든 행정부 출범까지 미중 갈등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던 시기와 일치한다. 즉 양국 간 갈등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증시를 끌어올렸지만, 이전 행정부보다 더 강경한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가 중국 증시 불안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빅테크 기업 규제도 있다.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이 지난해 10월 공개 행사에서 정부의 금융 규제를 비판한 이후 중국 정부는 알리바바를 포함한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34개사 빅 테크 기업을 불러 스스로 위법 사항이 없는지 점검한 후 보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는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증시가 이에 화답할지는 미지수”라면서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을 재구축을 추진하는 바이든 행정부, 빅테크 기업 규제를 이어가는 중국 정부 기조 등을 고려하면 중국 증시의 차별화 현상이 해소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내수 경기와 실적 기반으로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중국의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4.4% 상승해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원자재, 중간재 가격, 제품 출고가 등을 반영해 산출하는 PPI는 제조업 등 분야의 활력을 나타내는 경기 선행 지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미국 제재의 단기 영향은 반도체와 태양광 등에 집중돼 있고 체력과 정책여력도 유리한 편”이라면서 “PPI 상승세가 위협적이지만 순환적인 정상화 단계로 연간으로 긴축 기조 전환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김윤지 (jay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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