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에 밀린 은행의 고민 '알뜰폰과 인터넷전문은행'

황두현 2021. 4. 16.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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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금융 가속화에도 은행 전국 영업점 6400여개
카카오뱅크 직원 생산성, 국민·신한·하나은행 제쳐
KB국민은행 알뜰폰, 인적·물적 자산 활용도 미미
시중은행 '비용절감·경영효율 개선' 고민 커
(연합뉴스 제공)

금융의 비대면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은행들이 미래 먹거리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은 '미꾸라지'로 여겼던 인터넷전문은행(인뱅)이 '메기'가 돼 경쟁자로 급부상하자 직접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지주사의 의견을 금융당국에 전달할 예정인데, 당국 역시 부정적인 입장은 아니라는 얘기가 들린다.

은행을 보유한 금융사가 인터넷은행을 새로 설립하려는 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은행의 고유업무는 수신과 여신, 즉 고객들의 자금을 예치하고 대출해주는 일이다. 업무 대부분은 전국 6400여개 영업점에서 이뤄진다. 비대면 서비스 보편화로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이용이 늘었지만, 이 또한 계좌 개설 등을 위해서는 가까운 영업점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반면 인터넷은행은 전국에 영업점이 단 한 곳도 없다.

고민의 출발점이다. 비대면 금융 흐름을 받아들이면서 수만명의 직원들의 업무 영역도 분장해야 한다. 수익도 창출해야 한다. 은행원의 생산성 향상이 지체되는 건 불가피한 수순이다. 지난해 카카오뱅크의 직원 1명은 2억3400만원의 이익을 냈다. 하나은행(2억5000만원)을 제외한 신한은행(2억1900만원), 국민은행(2억800만원) 그리고 우리은행(1억5300만원)을 제쳤다. 설립 5년만에 수십년 역사의 시중은행 생산성을 따라잡은 것이다.

은행들은 신사업 찾기에 골몰하고 있지만 아직은 쉽지 않다. 고객의 자금을 활용해야 하는 은행업의 특성상 중첩된 규제와 감독당국의 엄격한 통제를 받는다. 금융거래 기록이라는 누적된 데이터가 있지만 활용은 제한된다.

이 와중에 KB국민은행이 도전장을 던졌다. 은행에서 금융과 통신을 결합해 간편하고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알뜰폰(가상이동통신망사업)을 통해 고객의 신용평가를 세분화하고 새로운 상품 출시, 통신시장 확대하겠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이 점을 높이 평가해 '혁신금융서비스 1호'라는 타이틀을 줬다. 이 서비스는 2년간 초기 목표인 100만명의 1/10수준인 10만명을 유치했다.

국민은행은 사업 확대 과정에서 은행이 가진 인적·물적 자산(영업점)을 활용하고자 했을 것이다. 금융서비스의 관점에서 보면 비대면 흐름은 대세가 됐지만 통신업은 덜한 측면이 있다. 휴대전화를 직접 받아야하고 신분확인, 요금제 설명 등 절차가 많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비대면 개통이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은 수가 많지 않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금융전문가가 통신서비스까지 제공해준다면 은행 점포를 찾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생겨났다.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은행에 몸담았던 직원들이 통신서비스 제공에 업무 부담을 느꼈다. 금융당국이 애초 이러한 상황을 금지하면서 '내부통제장치 마련', '구속행위 방지' 등 추상적인 수준의 조건을 다는 데 그쳤다. 은행 사측과 노조 측의 대화도 권유했지만, 사업 추진이 불가피한 회사와 업무 부담을 우려하는 직원 간 충돌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금융당국은 2년여간 이러한 갈등을 지켜봤다. 그렇게 해서 지난 15일 부가조건을 구체화하는 내용을 내놓았다. 그간 은행 노사 갈등이 대립했던 부분을 보다 구체화해 금지했다. 추가 조건으로 '상호 적극 협력할 것'이라는 조항도 달았다. 하지만 해당 조항은 노조의 주장을 명시한 것일 뿐 당국의 고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제 손으로 낳은 '혁신금융서비스 1호'를 유지하면서도 은행 내부 반발을 우려해 타협점을 찾은 것이다.

어쨌든 리브엠 사업은 2023년까지 진행된다. 다만 노사 협의는 이뤄지지 않은 채 남아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갈등이 여전히 치유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번 일이 해프닝으로 끝날지 앙금으로 남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신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국민은행이 혁신금융서비스 재지정에 우여곡절을 겪은 건 은행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중은행의 올해 최대 경영목표가 '비용절감'과 '경영효율 개선'이기 때문이다. 필연적으로 기존 인력의 생산성 향상과 직결된다.

이번 사태를 지켜온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원 평균 연봉은 1억원을 넘어섰는데 은행 자체 수익은 줄고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며 "오래 몸담을 수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 지 구성원들의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평했다.

황두현기자 ausur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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