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든 성배?..'포식자' 글로벌 OTT 잇단 韓 상륙

김은지 2021. 4. 16.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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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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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디즈니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디즈니플러스가 연내 국내에 상륙하는 가운데 글로벌 미디어 공룡에 대한 종속 논란이 여전히 존재한다.

디즈니플러스는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만날 수 있지만 IPTV를 영위하는 국내 통신사들이 '유료방송' 고객 락인 효과를 위해 디즈니에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고 있다. 이미 통신업계는 SK텔레콤 웨이브, KT 시즌, LG유플러스 U+모바일tv 등 독자적인 OTT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어벤져스로 대표되는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들과 겨울왕국 ,소울 등 압도적인 애니메이션 콘텐츠들이 가정 내 IPTV를 통해 제공되면 MCU 팬덤, 가족 고객 등을 겨냥하기 용이하다.

넷플릭스 연계 요금제를 통한 ARPU(가입자당평균단가) 상승 효과도 노릴 수 있다. OTT 측면에서는 디즈니플러스가 경쟁상대이지만 정작 IPTV 영역에서는 아군으로 끌어들어야 하는 양극의 상황이 펼쳐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논란이 되는 부문은 디즈니플러스에 앞서 진출한 또 다른 OTT 포식자 넷플릭스와 IPTV 콘텐츠 제휴를 맺은 이통사들이 아직도 제대로 된 망 사용료를 받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와 IPTV를 통한 제휴를 체결한 KT와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를 통한 유료방송 고객 유치에 상당한 성과를 내면서 디즈니플러스에도 굴욕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지적 역시 크다.

◇KT·LG유플러스와 제휴?…망사용료 논란 뜨거운 감자= 이달 말 OTT 웨이브 웨이비 영화관(월정액 영화 상품)에서는 디즈니그룹 계열의 100편가량의 영화가 권리사 요청으로 서비스 중단된다. 오는 30일까지만 제공되는 영화리스트에는 겨울왕국과 토이스토리 등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어벤져스로 대표되는 마블의 영화 대다수가 포함됐다. 이에 비췄을 때 SK텔레콤 자회사 SK브로드밴드 IPTV와 디즈니플러스 간 제휴 체결은 무산되고 KT와 LG유플러스가 앞서 넷플릭스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디즈니플러스의 미디어 파트너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가 나온다.

넷플릭스의 경우 2018년 LG유플러스와 '독점계약'을 맺어 국내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으며, 이어 유료방송 1위 사업자인 KT도 그 뒤를 따르며 시장에 충격을 준 바 있다. KT와 LG유플러스 모두 IPTV를 통한 디즈니플러스 제휴를 성사할지, 이전처럼 LG유플러스가 먼저 독점 계약을 맺을 지가 관건이 된 셈이다.

업계 전반에서는 과거 LG유플러스와 넷플릭스의 독점 계약에 비춰, 이번에도 LG유플러스가 가장 유력한 디즈니플러스의 파트너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물론 디즈니 측의 의중은 아직도 알려지지 않았지만, LG유플러스가 가장 파격적인 협상 조건을 내 걸었기 때문에 이 같은 'LG유플러스 유력설'이 대대적으로 부상하고 있다. 복수의 미디어업계 관계자들은 "LG유플러스가 디즈니플러스가 원하는 대로 다 해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 분쟁을 겪고 있는 SK브로드밴드를 제외하고 넷플릭스 '망사용료' 부과에 대한 이통업계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더군다나 넷플릭스는 해외 플랫폼과 협업하며 글로벌 스탠다드로 9대 1의 수익 배분을 고집하고 있기도 하다. LG유플러스의 경우 9대 1의 수익 배분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KT와 넷플릭스의 수익배분률과 망 사용료 협상 내용 등 계약 조건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KT 역시 지난해 8월부터 IPTV 내 넷플릭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당시 밝힌 "계약에는 KT가 넷플릭스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는 근거도 포함될 것"이란 언급 외에 현재까지 그 어떤 진전 사항도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한국 내 캐시서버 설치 등 '오픈커넥트(Open Connect)'를 통해 ISP와 소비자 모두 윈-윈 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넷플릭스는 자체적으로 이 같은 정책을 운영 중으로 망 사용 대가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을 계속해 펼쳐 왔다. LG유플러스는 이 같은 캐시 서버를 통해 넷플릭스 시청으로 발생하는 대량의 트래픽을 소화하는 중이다.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와도 사실상 망 사용료 무료 조건을 담은 계약을 맺는 등 굴욕적인 제휴가 체결될 수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배경 역시 여기에 있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과 디즈니플러스가 협업을 하기에는 이미 국내 진출한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망 사용료를 공방을 벌이고 있는 점이 부담이 됐을 것이란 관측 역시 크다.

◇너무 더딘 협상…디즈니플러스 직진출 가능성 배제하기 어려워= KT와 LG유플러스의 2파전인 양상이지만 디즈니플러스가 디즈니, 픽사, 마블, 루카스,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의 콘텐츠를 자사 계열 플랫폼을 통해서만 유통하고 국내 기업과 협상에 크게 반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일단 디즈니플러스가 2019년에 론칭했고, 이에 국내 통신사들이 재빠르게 러브콜을 보내왔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아직까지 그 어떤 성과도 나오지 않고 있다. 그만큼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사업자들과 협상에 소극적이며 저울질만을 하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LG유플러스 IPTV 서비스를 위한 독점계약도, LG유플러스와 KT 양사 모두를 향한 제휴도 체결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디즈니플러스는 2019년 11월 북미 지역에서 서비스를 론칭한 후 1년 4개월만에 유료회원 수 1억명 돌파라는 성과를 거뒀다. 글로벌 1위 OTT 넷플릭스를 위협하는 유일한 라이벌로 자리매김하면서 국내에서도 상륙과 동시에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행사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로서는 이통사 IPTV 서비스 제공을 통한 마케팅 효과가 없이도 앱·웹을 통한 'OTT'만으로도 손쉽게 시장 장악이 가능한 상태다.

다수의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동시에 디즈니플러스에 이통 3사가 IPTV 서비스를 위한 러브콜을 보낸 지가 오래임에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소식이 없는 것에서, 디즈니플러스에서 너무 국내 통신사의 제안을 너무 오래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 아니냔 회의적인 시각 역시 크다"면서 "월트디즈니쪽에서는 디즈니플러스가 직진출을 해도 충분히 게임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시각이다.

자사 IPTV와 디즈니플러스 제휴를 열렬히 원하던 통신업계이지만 디즈니플러스의 OTT 론칭과 동시에 자사 OTT 구독 해지에 대한 방어도 매우 큰 과제로 자리했다. IPTV 고객 락인 효과만을 위해 글로벌 포식자와 손을 잡기에는 너무나도 큰 딜레마가 존재하는 것이다.

디즈니플러스의 자본력과 콘텐츠 경쟁력이 월등한 상황에서 미디어 사업을 확장 중인 이통사의 고심 또한 깊어질 것임은 이미 예견돼 있었다. 최근 고객들이 디지털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선뜻 지갑을 열고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는 있으나, 시중의 모든 OTT를 이용하기에는 비용적인 부담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미디어 시장의 판도가 OTT로 향하고 OTT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하며 '복수 OTT' 구독이 트렌드가 될 것으로는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 OTT를 구독하는 것에 대한 비용 부담 때문에 국내 OTT의 설 자리가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크다. 월트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 론칭을 위해 넷플릭스에서도 자사 콘텐츠 공급을 중단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독자들이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를 우선 구독하고, 국내 OTT를 후 순위로 둘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내다봤다. 김은지기자 ke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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