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하세요"..1년 새 점포 100곳 늘린 은행 [오래전 이날]

김지원 기자 2021. 4. 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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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96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1981년 4월16일 은행 소외지역 없애려 연내 점포 100곳 증설

고객유치를 위해 매장에서 명화·골프강좌등이담긴 비디오테이프를 무료로 빌려주고 있는 하나은행 분당지점.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언론은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등 각 금융기관이 전국에 약 100개의 일선 지점 및 예금 취급소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는 약 두 달 전 발표된 ‘은행 일선 점포 설치 제한 철폐’ 조치에 따른 것이었는데요.

가장 먼저 ‘은행 일선 점포 설치 제한’이 무엇인지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텐데요. 당시 재무부는 은행 점포 난립으로 인해 예금 유치 과정에서 과당 경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주택가의 소형 점포 설치를 제한해왔습니다.

하지만 저축 유치 필요성이 커지면서 국가 차원에서 국민들의 저축을 장려하기 위해 주택가 소형 점포 설치 제한을 풀게 된 것이죠. 이와 함께 재무부는 가계 예금을 늘리기 위해 가계 당좌 예금 거래자에게 융자 혜택을 주거나, 일반 정기 예금자에게 소액 신용 대출을 대폭 늘리겠다는 방침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날 기사에 따르면 상업은행의 경우 서울에 4개소를 신설하고, 그 밖에도 제주, 춘천, 부천 등 8군데에 지점급 점포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조흥은행은 금융기관의 혜택을 입지 못하고 있는 산간 벽지 및 신흥 주택가에 12개 지점 및 예금취급소를 증설키로 결정했습니다. 한일은행은 서울 8곳, 지방 5곳 등 13곳의 일선 점포망을 늘릴 계획이며, 서울신탁은행도 10개 점포를 늘리기로 했다고 하네요.

이 밖에도 일반 예대 업무를 취급하는 외환은행, 국민은행 등의 국책 은행들도 대부분 각각 10개소 내외의 일선 점포 신설 계획을 세워놓고 있어 이를 모두 합할 경우 연내에만 100여개 점포가 늘어나게 될 전망이라고 했습니다.

기사는 또한 각 은행의 점포 신설 계획은 서울의 경우 강남, 강동, 강서 관악 아파트 지구 등 신흥주택가에 대부분 설치되며, 지방의 경우 중소도시와 함께 예금 취급 기관이 없는 산간 벽지 지역, 도서 지방 등에 신설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소재 은행 지점에서 돈을 세고 있는 행원의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2년 뒤인 1983년부터는 은행 점포 설치 상의 규제도 완화돼, 반경 500m 이내에 5곳까지도 허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이미 주택가에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한 소규모 점포들의 경우 300m 이내에 3~4곳이 들어서있는 곳들이 많아, 기존 규칙을 적용하게 될 경우 신설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죠.

마치 편의점처럼 은행들이 앞다투어 신규 점포를 내려는 40년 전의 풍경은 현재와 사뭇 대조됩니다. 최근엔 앱을 통한 비대면 거래 추세 및 코로나19로 인한 은행 방문 감소로 은행들이 점포를 점차 줄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은행들이 비대면으로도 계좌 개설이 가능한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하나은행 제공


지난해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영업점포 수는 2015년 총 5093곳에서 지난해 6월 기준 4564곳으로 5년 새 약 10%(529곳)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온라인을 통한 은행 거래는 크게 늘고 있는데요.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이체 및 출금의 온라인 거래 비중은 36.8%(2016년)에서 74.4%(2020년 3월 기준)로, 예금은 같은 기간 19.2%에서 47.1%로 거래가 늘었습니다.

이처럼 일선 은행들이 앞다투어 점포수 감축에 나서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은행 점포 폐쇄조치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점포 수를 줄이는 것은 필연적으로 지점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감축을 야기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점포 폐쇄 및 축소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는 방향으로, 노조와의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한층 가속화되고 있는 비대면 기조로 인해 은행 점포에서 직접 업무를 보는 모습 역시 ‘오래 전 이날’의 풍경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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