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銀, 17년만에 한국서 소매금융 철수

김혜순,이유진,김유신 2021. 4. 15. 23: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구조조정 일환으로
아시아·유럽 13곳 사업 매각

한국씨티은행이 국내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소비자금융 시장에서 완전 철수한다. 2004년 씨티그룹이 옛 한미은행을 인수해 한국씨티은행이 된 지 17년 만이다. 단 기업금융 부문은 남겨 국내 영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한국씨티은행 본사인 미국 씨티그룹은 한국시간으로 오후 9시 씨티은행 전 직원을 대상으로 영상회의를 진행하면서 소비자금융 시장 철수 계획을 알렸다. 이 자리에서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호주 등 13개 아시아와 동유럽 지역 소매금융 사업을 매각한다"며 "지속적으로 전략을 수정한 결과 자산관리 부문에 집중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프레이저 CEO는 "(소매금융을 매각하는) 13개 시장도 훌륭한 시장이지만, 경쟁력을 가지기에는 우리 규모가 작다"고 덧붙였다. 씨티그룹이 소매금융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힌 13개 지역은 한국 호주 바레인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폴란드 러시아 대만 태국 베트남이다. 13개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해외 소매금융과 자산관리 사업을 싱가포르와 홍콩, 아랍에미리트, 런던의 4개 허브에서 관할하기로 했다. 프레이저 CEO는 구조조정 전문가로 2015년 브라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등 지역에서 소매금융과 신용카드 사업 부문을 잇달아 매각한 전력이 있다.

겹규제에 수익악화…씨티銀 한국서 손들어

한국서 소매금융 철수

2013년 HSBC 이후 처음
기업금융은 유지하기로

씨티그룹의 국내 소비자금융 철수 결정은 초저금리와 금융규제 환경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계 은행이 국내 소비자금융에서 손을 떼고 철수하는 것은 2013년 HSBC코리아 이후 처음이다.

씨티그룹은 1967년 한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으며 2004년에 한미은행을 인수해 지금의 한국씨티은행이 됐다. 한국씨티은행은 2017년 전국에 있는 영업점 규모를 129개에서 39개로 줄이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며 이후 소매금융보다는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쪽으로 역량을 집중해왔다. 지난 1월에는 지점 수를 더 줄이면서 총 영업점 수가 기존 43개에서 39개로 축소됐다. 그러다 이번 결정으로 기업금융 등 투자은행(IB) 부문은 그대로 남겨 영업을 이어가되, 신용카드와 주택담보대출 등 소비자금융 사업은 완전히 철수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씨티은행의 지난해 실적은 코로나19 충격 여파 등으로 좋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878억원으로 2019년 2794억원에 비해 32.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인·소매금융 부문 당기순이익은 2018년 721억원에서 2019년 365억원, 2020년 148억원으로 매년 50% 이상 줄어들었다. 씨티은행 개인·소매금융 부문 자산 규모는 국내 17조원으로 전체 은행권 소매금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7%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소매금융 사업을 철수한다고 해도 국내 금융시장에 큰 충격은 없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이번 발표와 관련해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씨티그룹은 1967년 국내 지점 영업을 시작으로 2004년 한국씨티은행을 출범시킨 이래 줄곧 한국 시장에 집중해왔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기업금융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강화하고 이 과정에서 고객들을 충분히 지원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밝혔다.

한국씨티은행에 따르면 소매금융 철수를 비롯한 사업 재편의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져 있지 않으나 이사회와 함께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고객·임직원 모두를 위한 최적의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은행 관계자는 "후속 계획이 마련되는 대로 감독당국과 필요한 상의를 거쳐 이를 공개하고, 관련 당사자들과 협의하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과 현재 씨티은행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개인정보 보호, 씨티은행 임직원들 고용 안정 등을 고려해 철수 전략을 협상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금융 부문 철수가 확정되면서 국내 은행 등에 매각을 추진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혜순 기자 / 이유진 기자 / 김유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