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의삶과철학] 내로남불

남상훈 2021. 4. 15. 23:1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인터넷의 게시글이나 댓글을 보면 중국동포를 비롯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혐오가 우려스러울 정도로 심각하다.

더 문제는 그런 혐오가 잘못이라는 것을 설득하기가 참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의 아시아인 혐오와 우리나라의 외국인 혐오가 모두 외국인 대상이라는 유사점이 있다는 것을 토대로, 한쪽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다른 쪽도 옳지 않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추론을 하는 것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의 게시글이나 댓글을 보면 중국동포를 비롯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혐오가 우려스러울 정도로 심각하다. 더 문제는 그런 혐오가 잘못이라는 것을 설득하기가 참 어렵다는 점이다.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관찰한 것으로 자신의 혐오가 정당함을 확신하고 있는데 그것을 추상적인 이론으로 옳지 않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이럴 때 좋은 설득 방법은 ‘유비 논증’을 이용하는 것이다. 유비 논증은 비교 대상들끼리 몇 가지 점에서 비슷하다는 것을 토대로 다른 점에서도 비슷하리라고 추론하는 논증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아시아인 혐오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당연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기에 분개한다. 외국인을 혐오하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당신이 미국의 아시아인 혐오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의 외국인 혐오도 옳지 않다고 설득하는 것이 유비 논증이다. 미국의 아시아인 혐오와 우리나라의 외국인 혐오가 모두 외국인 대상이라는 유사점이 있다는 것을 토대로, 한쪽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다른 쪽도 옳지 않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추론을 하는 것이다.

유비 논증을 반박하는 방법은 비교 대상이 겉보기에만 비슷해 보이지만 결정적인 점에서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러지 못한 이상 유비 논증은 설득력이 굉장히 강하다. 그런데 그 차이점을 보여 주지 못하면서 나한테 불리한 것은 반대하고 유리한 것만 받아들인다면, 시쳇말로 ‘내로남불’이라면 일관성이 없는 사람이다. 똑같은 것을 똑같게 대하는 일관성은 합리적인 토론이나 지적인 담론에서 가장 기본적인 규칙이다. 의견이나 취향이 다른 사람과는 토론이나 대화를 할 수 있지만, 일관적이지 못한 사람과는 그게 불가능하다. 그런 사람은 위협이나 풍자 등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대할 수밖에 없다.

최훈 강원대 교수·철학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