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동향] '블랙록' 핑크 회장이 연례 서신 보내는 까닭은
CEO들에 투자 방향성 제시
올핸 '넷제로' 양립계획 요구
사회적 문제 해결사役 주목
블랙록. 세계 최대 규모의 이 자산운용사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를 선도하고 있다. 특히 2020년 래리 핑크 회장이 보낸 연례 서신은 ESG 투자 확대 및 경영을 확산하는 신호탄이 되었으며, 변방의 환경 이슈를 단숨에 주요한 글로벌 어젠다로 등극시키는 데에도 혁혁한 역할을 했다. 핑크 회장과 그가 이끄는 블랙록은 이와 같은 영향력을 갖게 되기까지 어떠한 길을 걸어왔는가?
그는 2012년 ‘주총에 앞서 투자자들은 기업 경영자들과 직접 토론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600개 대형 투자 기업들에게 보낸 편지를 시작으로 연례 서한을 통해 투자자들과 기업에 블랙록의 투자 방향성에 관해 메시지를 던지기 시작했다.
2017년부터 그의 서신은 ‘기업의 목적’이라는 주제에 천착하기 시작했는데, 기업들이 어려운 환경에 있을 때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기업의 목적은 사회적 가치를 지향해야 하며, 제대로 된 목적 설정은 기업의 문화를 만들고 윤리성을 촉진하며 일관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고 결국 투자자들에게 장기적인 수익을 제공해줄 수 있다는 것이 요지이다. 특히 그는 ‘기업의 목적과 이익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강조하며, 분명한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기업일수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더 높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믿음을 설파한다. 핑크 회장은 기존의 다자주의 시스템 아래 정부와 국제기구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기업이 그러한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20년 서한은 우리가 겪어온 어떤 글로벌 금융위기에 비할 수 없을 정도의 위기로서 기후리스크를 다룬다. 또한 석탄 생산 기업을 포함해 환경 지속가능성과 관련해 높은 위험이 있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2019년 ‘진짜 서신’ 공개 하루 전에 나온 ‘가짜 서신’에 담겼던 내용이 불과 1년 만에 현실이 되었다. 2021년에는 기업 성장 전망에 에너지 전환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며 각 기업의 사업구조가 넷제로와 양립할 수 있는 계획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블랙록은 신인의무에 기반해 고객들의 재정 안정성을 돕기 위해 투자 기업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철저히 검증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가장 큰 글로벌 리스크인 기후위기에 대해 기업이 어떤 포트폴리오로 대응하고 있느냐를 묻고 있다. 또한 사회적 문제를 푸는 열쇠를 기업이 쥐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대로 기업이 결자해지 차원을 넘어 정의로운 해결사로 발전할 수 있을까. 고민스럽지만, 이들은 현재 9조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 바이든 행정부 경제팀의 요직을 블랙록 출신들이 맡으며 그 영향력은 점점 확대될 전망이다.
지현영 사단법인 두루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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