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됐던 인골·미라, 문화재로서 관리·연구 기틀 세웠다
고생물 유체 분석·보관 공간 마련
관련법 개정안 발의에 힘 실릴 듯
[경향신문]
유적에서 발굴은 되고 있지만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방치돼온 옛 인골과 미라가 문화재로서의 법적 지위 속에서 체계적으로 관리·연구될 수 있을까.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인골과 미라 등의 체계적 관리·연구를 위한 관련 법 개정안 발의를 추진 중인 가운데 문화재청이 15일 인골·미라를 포함한 고생물 유체 등을 과학적으로 연구할 문화재정보분석센터를 개관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법적 지위를 부여받지 못해 화장·재매장되거나 방치돼온 인골·미라에 대한 체계적 관리는 물론 관련 연구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은 이날 오전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국내외 유적지에서 수집되는 다양한 유물 시료를 보관·관리하고, 체계적인 분석 연구를 수행할 문화재분석정보센터 개관식을 열었다. 문화재분석정보센터는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로, 첨단 기기를 통한 문화재 연대측정은 물론 석재와 토기·지류·직물·목재 등에 대한 과학적 분석도 진행한다. 특히 인골과 동물뼈 등 고생물 유체의 다양한 분석 연구와 보관 공간도 마련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서민석 학예관은 “발굴조사 중 나오는 고생물 유체(사람뼈·동물뼈) 등 중요 출토 자료들이 그동안 문화재 범주에 들어가지 않아 자체 연구가 쉽지 않았다”며 “이제 센터 개관으로 이들 중요 자료에 대한 연구도 가능해져 과거사를 더욱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골의 성별과 연령·신장을 비롯한 각종 병리학적 연구 시설과 관련 보존 공간 등은 센터 2층에 설치됐다.
문화재 매장유적지 발굴조사에서 출토되는 인골·미라 등은 옛사람들의 유전적·형질적 특성은 물론 병리학적 연구와 식생활 문화 등 당대 역사·문화상 복원에 귀중한 학술 자료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현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매장문화재보호법)상 유구와 유물은 문화재로 보호받지만 정작 유물·유구의 주인공인 인골이나 미라는 법적 지위에서 빠져 방치돼온 실정이다. 실제 2010년 경기 오산에서 발견된 ‘오산 구성이씨·여흥이씨 묘 출토복식’ 96건 124점은 최근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이 예고됐으나, 이들 유물을 입거나 소지하고 있던 무덤 주인인 구성이씨·여흥이씨 등 여성 2명의 미라는 10여년째 부검실에 방치돼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17년까지 미라 59구 가운데 24구가 1차 조사를 마치고 재매장 또는 화장 처리됐다.
그동안 고고학계를 중심으로 인골·미라에도 문화재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해 관리·연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 개정이 시도돼 2016년 조승래 의원, 2014년 권은희 의원(국민의당)이 각각 관련 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으나 회기 만료로 자동폐기됐다.
조승래 의원실은 이날 “여러 논의를 거쳐 매장문화재보호법 개정안 발의를 추진 중으로 다음달 초안이 마련될 예정”이라며 “발굴조사에서 인골 등 중요한 학술자료가 출토될 경우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관련된 연구 활성화도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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