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악몽 재현 안 돼"..쌍용차 노동자들은 지금
[앵커]
쌍용자동차가 결국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2009년 이후 12년 만입니다.
지난 2017년부터 매년 적자가 이어져 경영이 악화됐기 때문인데요.
쌍용차의 회생여부는 이제 법원이 결정하게 됩니다.
우선, 외부 전문가들이 정밀 실사에 들어갑니다.
갚아야할 빚은 얼마인지, 영업 능력은 남아 있는지 등을 검토합니다.
여기서 '생존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쌍용차는 청산됩니다.
반면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야 합니다.
불필요한 자산은 팔고 전망 없는 사업은 정리합니다.
새 주인도 찾아야 합니다.
2009년 쌍용차 사태를 떠올리시는 분들 계실 겁니다.
그 악몽이 재현되는 게 아닌가 우려도 커지고 있는데요,
다시 구조조정의 칼바람 앞에 선 쌍용차 직원들을 김준범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텅 빈 쌍용차 공장.
지난주부터 임시휴업 상탭니다.
경영 악화에다 반도체 부족까지 겹쳤기 때문입니다.
직원도, 차도 없는, 자동차 공장.
70미터 높이의 굴뚝만이 공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6년 전 굴뚝 위에서 88일을 버틴 이를 만났습니다.
[김정욱/2018년 12월 복직 : "도넛 모양으로 좀 공간이 있는데요. 1미터 조금 안 되게…"]
[김정욱/2018년 12월 복직 : "2018년 12월 31일에 쌍용자동차에 만 10년 만에 다시 들어와서 일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복직하시고, 지금은 어떤 차를 만드는 일을 하세요?) 지금 티볼리하고 코란도를 생산하고 있고, 저는 새시과라는 부서에 근무하고 있고요."]
힘들게 일터로 돌아왔지만, 불과 2년 만에 회사 상황은 다시 악화됐습니다.
[김정욱/2018년 12월 복직 : "(가장 걱정되는 일이 어떤 것이세요?) 입에 올리기는 싫지만, 인력 구조조정을 포함한 자구안을 요구받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악몽 같았던 2009년의 시작도 이번과 같은 기업회생절차였습니다.
당시 회사가 대규모 감원에 나서자 노동자들은 공장을 점거했고, 경찰의 강제 진압 끝에 파업은 끝났습니다.
그러나 복직 완료까지 무려 11년, 그 긴 시간은 깊고 거친 상처를 남겼습니다.
[2011년 8월 <KBS 스페셜> 中 : "아! 정말, 사람이 이렇게 죽어선 안 되는데…"]
[2011년 8월 <KBS 스페셜> 中 : "목숨을 던져야 한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런 생각했습니다."]
요즘 쌍용차 노동자들은 부쩍 말이 줄었습니다.
[기자 : "(인터뷰 말고) 말씀만 들을게요. 말씀만. 한 5분이면 되는데…"]
[쌍용차 노동자 : "지난 10년 전의 아픔을 다시 되새기고 싶지 않아서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잘 (안하죠)."]
소속 노조, 파업 여부를 떠나 직원 모두가 입은 상처는 여전히 깊습니다.
[김득중/2020년 5월 마지막 복직자 : "공장 안에 있는 동료들이나, 해고돼서 잠시 밖에 있었던 동료들이나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는 똑같더라고요."]
더 견디기 힘든 건 가족들의 아픔입니다.
[김득중/2020년 5월 마지막 복직자 : "(특히 가족들, 마음의 상처들을 많이 갖고 계신거 잖아요?) 십 년을 저만 아픔을 겪어온 건 아니잖아요. 가족들도 주변에서 절 지켜봤던 지인 분들도 똑같이 그런 아픔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기업 생존의 문제를 인정에만 호소할 수도 없고, 노조마다 현 상황에 대한 인식도 다릅니다.
해외 매각부터 공적자금 투입까지 생각하는 해법은 여러 갈래지만, 2009년 쌍용차 사태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그 점 하나만큼은 쌍용차 노동자들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준범입니다.
촬영기자:박장빈/영상편집:박경상/그래픽:최창준
김준범 기자 (jb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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