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은 인류 공공재' 특허권 풀자..글로벌리더들 호소

김정률 기자,원태성 기자 2021. 4. 1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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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상급 리더 175명, 조 바인든 미 대통령에 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두 번에 걸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쳤다. 바이든 당선인은 11일(현지시간) 오후 델라웨어주의 한 병원에서 공개적으로 미 제약회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했다. 지난달 21일 1차 접종을 한 데 이어 2차 접종까지 마친 것이다. 화이자 백신은 2차례 맞아야 한다. © AFP=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원태성 기자 = 지구촌에 큰 재앙을 불러온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 19) 팬데믹 퇴치를 위해 코로나19 백신의 특허권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질병에 맞선 백신을 인류의 공공재로 보는 이러한 주장은 팬데믹 초기부터 제기됐으나 최근 백신 수급 불균형을 둘러싼 빈부국간의 격차가 제기되며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리더 175명은 1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전 세계 백신 접종률을 높일 수 있도록 미국이 특허권 효력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긴급 대응'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서한에는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등 세계 정상급 지도자들과 조지프 스티글리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등이 이름을 올렸다.

백신 개발 능력을 지닌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특허권을 일시 중단해 개발도상국 등 백신 보급에 어려움을 겪는 국가들이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백신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이들의 취지이다.

미국진보 성향 잡지 TNR은 지금까지 투여된 백신의 약 50%가 전 세계 인구 11%에 불과한 27개국에 배포됐으며 많은 빈곤국은 2024년까지 집단 면역에 필요한 접종률을 갖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북미 36%, 유럽 22%인 백신 접종률에 비해 아프리카는 1%에 불과하다.

글로벌 리더들은 공개서한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지적재산권 잠정 중단은 코로나19 대유행을 끝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며 "백신 노하우와 기술이 전 세계 모든 국가에게 공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 세계가 주로 미국의 공공투자 덕에 빠른 속도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들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면서도 "미국이 특허권을 중단해야 전세계가 현재 직면한 백신 공급 부족 사태를 완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전 세계 백신 공급 부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올해에만 미국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1조3000억달러(약 1453조4000억원) 증발되는 등 경제에도 큰 타격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백신 특허권 '중단' 요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해 10월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WTO에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등과 관련한 '지적재산권에 관한 협정(TRIPs)'을 일괄 유예하자는 청원을 제출했으며 60여개국이 이를 지지했다.

미국 내부에서도 이런 목소리는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은 "수조 달러에 달하는 제약사들이 독점권을 보호함으로써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다"며 비판한 바 있다.

샌더스 상원 의원과 엘자베스 워렌 의원 등 진보성향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백신 특허권에 대한 입장을 바꿔야 한다는 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에는 민주당 하원 의원100여 명도 서명을 했다.

서명에 참여한 로사 드라우로 하원 의원은 "우리가 코로나19를 모두 제거하려면 모든 곳에 백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미국과 WTO에서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공공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특허권 중단을 요구하는 측은 특허권이 중단되도 제약회사들이 큰 손해를 입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항원(바이러스)이 아닌 소량의 유전자를 주입해 항원을 만드는 mRNA 백신의 경우 복잡한 제품으로 일시적으로 특허권을 중단해도 인도와 아프리카 등 국가는 개발사의 협력 없이는 백신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사무총장은 "전 세계에서 백신이 7억회 접종됐는데 저소득 국가의 비중은 0.2%에 그친다며 빈곤국에도 백신이 공평하게 분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약품 관련 지식재산권도 한시적으로 면제하자는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80개국의 제안에 대해서도 더 적극적으로 협상해봐야 한다고 했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의료 격차는 과거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위기에서도 발생했다며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정치 지도자, 국제기구뿐 아니라 산업계도 위기의 시대에 큰 용기와 희생을 발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제약업계 대표들을 포함한 경제단체들은 지난달 말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제안한 특허권 효력 중단 제안에 대해 "광범위하고 모호하다"고 비판하는 등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 상공회의소는 지난 1년 동안 여러 백신이 급속히 개발되고, 생산량이 크게 늘었으며, 이미 생산과 유통을 위해 마련돼 있는 260여 건의 파트너십 협정 등을 감안할 때 타이 대표의 발언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변이, 변종 바이러스 등에 맞서 새 백신 연구와 개발 등에 꾸준히 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개발, 제조사들은 특허권 포기에 난색을 표했다.

앞서 미 제약협회는 지난달 초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코로나19 백신은 복잡한 생물학적 제품"이라며 "보호장치(특허) 제거가 생산 속도를 높이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이 백신 특허권 중단 요구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내 여론은 빈곤국을 대상으로 지식재산권협정(TRIPS)을 중단해야 한다고 하고 있어 바이든 대통령도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TNR에 따르면 최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미국내 유권자 60%는 바이든 대통령이 WTO의 저소득 및 중산층 국가에 대한 지식재산권 중단 요구를 지지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바티칸(교황청)도 특허권 중단 논쟁에 뛰어 들었다. 앞서 지난 3월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인용해 시장의 법과 특허가 인류의 건강보다 우선하도록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jr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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