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B 없는 백신 수급 불안..방역 초점 '사망 억제'로 맞추나

조형국 기자 2021. 4. 1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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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 고령층·노약자 주력하기로..'11월 집단면역' 흔들
정부 "해외 백신, 8월 국내 대량 생산" 악화된 여론 재우기
대안 거론 스푸트니크V도 AZ와 유사해 안전성 의문 여전

[경향신문]

잊지 마세요 ‘15분’ 서울 양천구 목동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 내 모니터링실에서 15일 백신 접종을 마친 시민들이 부작용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대기시간(15분) 종료를 알려주는 알람시계가 비치돼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의 수급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가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 등의 ‘백신 이기주의’에 따른 수급 불안은 정부의 통제 범위 바깥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국내에 도입됐거나 도입될 예정인 백신의 안전성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극복의 ‘게임 체인저’로 기대를 모은 백신의 입지와 공급이 흔들리면서 ‘11월 집단면역’ 목표도 위태로워졌다.

■악화한 여론에 무리수

백영하 범정부 백신 도입 태스크포스(TF) 백신도입총괄팀장은 15일 백브리핑에서 “국내 A제약사가 해외 승인된 백신을 생산하는 것에 대해 구체적인 계약 체결이 진행되고 있다”며 “8월부터는 해당 백신이 국내에서 대량 생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생산하는 백신 종류가 늘어 수급 안정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지만 확정되지 않은 사실을 성급히 공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는 계약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제약사와 백신 종류를 밝히지 않았다. 해외에서 승인받은 백신 중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고 있는 백신은 화이자·모더나 등이다.

정부가 공개할 수 없는 백신의 국내 생산 소식을 알린 것은 최근 백신 수급 불안을 놓고 악화된 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력 백신이던 아스트라제네카(AZ)에 이어 같은 바이러스 벡터 백신인 얀센도 희귀혈전 문제가 불거지며 대체재인 화이자·모더나 선호가 높아졌지만 물량이 충분치 않을 뿐 아니라 국내 도입 일정도 불확실해 ‘올해 내 집단면역이 가능하냐’는 의문이 제기된 터다. 정부는 상반기 계획한 접종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뾰족한 대책 없는 정부

문제는 하반기다. AZ·얀센 백신의 안전성 논란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에서 화이자·모더나 등 대체 백신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모더나가 미국 내 우선 공급 방침을 밝히면서 한국의 모더나 수급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해외에서 AZ·얀센 접종을 중단하는 사례가 나오는 것도 악재다. 상반기 도입 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AZ 안전성 논란이 커지면 향후 접종률 제고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범부처 백신 도입 TF를 구성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백신 수급의 칼자루를 백신 생산국과 기업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돈을 싸들고 간다고 백신을 받아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국제적 외교, 필요하다면 정상 간 외교를 통해 백신을 확보해야 하는 아주 특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령층·노약자 접종에 집중

정부는 백신 수급이 여의치 않을 경우 백신 추가 계약을 검토키로 했지만 대체재가 마땅치 않다.

러시아 스푸트니크V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당분간 도입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스푸트니크 측은 ‘희귀혈전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AZ·얀센과 같은 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백신이라는 점에서 방역당국은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백 팀장은 “해외의 허가 동향을 모니터링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개발 백신은 아직 대안으로 인정받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5개사 제품이 임상시험 중이지만 아직 1~2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3상 시험을 위한 막대한 재정 소요도 걸림돌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되는 고령층·노약자를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에 주력할 방침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결국 위중·중증·사망자 발생을 최소화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1차로 65세 이상, 2차로 기저질환자 접종을 통해 방어력이 확보된다면 그 순간이 바로 1단계로 국내에 집단면역이 완성되는 시기이고, 피해를 최소화시킨다는 목표가 실현되는 때”라고 밝혔다. ‘확산+사망 억제’가 혼재돼있던 방역의 초점을 ‘사망 억제’로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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