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30만원부터 신고제, 임대소득 증세의 서막?
오는 6월부터 보증금 6000만원 또는 월세 30만원이 넘는 전·월세 계약을 한 집주인과 세입자는 지방자치단체에 계약 내용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작년 7월 말 여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 상한제는 작년부터 시행 중이고, ‘주택 임대차 신고제(전·월세 신고제)’는 시차를 두고 이번에 시행되는 것이다. 정부는 전·월세 신고제를 통해 임대차 시장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 세입자 보호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전·월세 신고제가 고강도 임대료 규제인 ‘표준 임대료’나 미(未)등록 임대주택에 대한 과세 강화로 연결되면서 결과적으로 세입자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6월부터 전·월세 신고 의무화
국토교통부는 6월 1일부터 전·월세 신고제를 시행하기 위해 신고 대상과 내용, 절차 등 세부 내용을 규정한 ‘부동산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15일 밝혔다. 지난해 7월 30일 임대차 3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 상한제는 바로 다음 날 시행됐지만 전·월세 신고제는 행정 시스템 준비가 필요해 시행 시기가 늦춰졌다.
전·월세 신고제가 시행되면 임대인과 임차인은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관할 지자체에 이를 신고해야 한다. 아파트, 단독·다가구, 다세대주택, 오피스텔, 고시원 등 주거 목적의 모든 건축물이 해당된다. 신고 지역은 수도권, 지방 광역시, 세종시와 지방 도(道)의 시(市)다.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모두 신고 대상이며, 갱신 계약의 경우 기존 임대료와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도 함께 신고해야 한다.
임대차 계약을 신고하지 않거나 허위로 신고하면 최고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정부는 혼선을 막기 위해 제도 시행 첫 1년간은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전·월세 신고제를 통해 수집한 임대차 관련 정보를 오는 11월부터 공개할 방침이다. 김수상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주변 임대료 정보가 공개됨에 따라 임차인은 합리적 의사 결정이 가능해지고, 임대인도 공실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표준 임대료·임대소득 과세 위한 포석?
정부와 여당이 지난해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 상한제를 시행할 당시 내세운 명분은 ‘임차인 보호'였다. 의무 임대 기간을 늘리고 임대료 상승을 제한하면 임차인 부담이 줄어든다는 단순한 논리였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시장에 나와야 할 상당수 전셋집이 묶인 탓에 거래 가능한 매물이 급감했고, 아파트 전셋값은 수천만~수억원씩 뛰었다. 이는 고스란히 새로 셋집을 구하는 임차인들의 부담으로 돌아갔다.
전·월세 신고제 역시 표준 임대료 등 추가 규제를 낳고,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로 연결되면 집주인들이 늘어난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나 지자체가 임대주택의 적정 임대료를 정하는 표준 임대료 제도는 독일 등 해외에서도 나타나듯이 단기적으로 임차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예컨대 시장 가격보다 싸게 세를 놓아야 하는 집주인은 임차인에게 뒷돈을 요구할 수 있다. 지난해 전세금을 시세 수준으로 못 올리게 된 일부 집주인이 매달 수십만원을 관리비로 요구한 일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부가 전·월세 신고제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미등록 임대주택 과세에 활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국내 민간 임대주택 595만가구 중 약 87%인 516만가구가 미등록 상태다. 세금이 늘면 집주인은 이를 어떤 식으로든 세입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는 “표준 임대료 등 신규 임대료 규제 도입은 검토된 바 없고, 신고제 정보를 과세 자료로 활용할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작년 9월만 해도 국토부는 “표준 임대료 제도는 해외 선진 사례 등을 참고해 도입 필요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지금 정부는 임대사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줬다가 3년 만에 폐지하는 등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표준 임대료나 임대소득 과세도 얼마든지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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