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가 세월호를 아파하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
[경향신문]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았다. 채 피지도 못하고 스러진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은 조금씩 무뎌진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7년 전인 2014년 4월16일 오전 8시50분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안산단원고 학생 등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옆으로 기울다 이틀 뒤 완전히 침몰했다. 시신을 찾지 못한 5명을 포함해 304명이 사망했다. 생존자의 절반 이상을 해양경찰보다 40여분 늦게 도착한 어선이나 민간 선박이 구조했다. 대통령 박근혜가 파면된 후 비로소 선체 인양 작업이 시작돼 3일 만인 2017년 3월25일 세월호가 건져 올려졌다.
이런 사실들은 세월호 사건 전체에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왜 세월호가 침몰했는지, 왜 그리 희생자가 많아졌는지, 청와대·해경은 뭘 하고 있었는지 등은 여전히 투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참사 직후 박근혜 정부는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당시 수사는 국가와 정권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청와대와 해경 수뇌부 잘못을 감추고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유병언 일가의 비리에 초점을 맞췄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검찰이 다시 나섰지만 형사 처벌을 잣대로 진행된 수사는 세월호 참사의 구조적 원인과 국가 책임 규명에 한계를 노출했다. 2015년 시작된 세월호특별조사위 활동 역시 당시 정부·여당의 방해로 제 역할을 못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사회적참사특별위원회가 재조사했지만 첫 단추가 잘못 채워진 탓에 시민들과 유족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침몰하는 세월호는 대한민국의 민낯을 보여줬다. 세월호 참사는 생명의 존엄성을 되새기고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물었다. 하지만 참사를 겪고도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일터에서는 오늘도 ‘김용균’이 죽어가고 있고, 하루가 멀다하고 전국에서 ‘정인이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진상 규명이 미흡하고 책임자 처벌이 지연되면서 세월호는 정치의 먹잇감이 되고, 유가족들은 2차 가해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아직 기회는 있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사회적참사특별위원회 활동 기간이 1년 남았다. 책임자를 단죄하고 기존 검찰 수사의 문제를 파헤칠 수 있는 세월호 특검도 출범한다. 안전한 대한민국과 인권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그 전까지는 세월호를 끊임없이 얘기하고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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