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조용한 RV는 처음..'시에나 하이브리드' 타보니[차알못시승기]
[편집자주] 마력·토크…우리가 이 단어를 일상에서 얼마나 쓸까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이걸 몰라도 만족스럽게 차를 구매하고 있습니다. 기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독자들보다 더 ‘차알못’일수도 있습니다. 어려운 전문 용어는 빼고 차알못의 시선에서 최대한 쉬운 시승기를 쓰겠습니다.
RV(Recreational Vehicle)이라 불리는 기아 카니발, 현대차 스타렉스 등의 가장 큰 단점은 낮은 연비와 소음이다. 엄청난 내부공간을 확보한 대신에 차 크기가 커진만큼 '타협'해야 하는 부분이 생긴다.
그러나 토요타코리아는 이 둘을 잡겠다고 RV에 국내 최초로 하이브리드 엔진을 탑재해 출시했다. 하이브리드만의 정숙성·고급감을 살려 RV에도 프리미엄 이미지를 심겠다는 포부다.
15일 오전 10시 토요타 시에나 하이브리드 2WD 전륜구동 모델을 시승해봤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경기도 양평까지 약 70㎞ 가량 주행했다.
시동을 거는 순간 하이브리드의 장점이 바로 살아났다. 전기모터만 돌아갈 때는 차의 시동이 걸렸는지 헷갈릴 정도로 별다른 소음이 발생하지 않았다.
저속 구간에서 모터로만 주행했을 때에도 엔진의 미세한 떨림이나 약간의 소음조차도 들리지 않았다. 특히 도로가 밀려 가다 서다를 반복할 때엔 시트 밑에서 올라오는 불쾌한 잔진동조차 없어서 승차감이 정숙하면서도 고급스러웠다. 너무 조용하다보니 엔진이 개입하면 그 소리가 오히려 더 두드러지는 경향도 있었다.
연비는 평소 중형 세단을 모는 기자의 운전 습관대로 주행했지만 리터당 18㎞가 나왔다. 보통 한 자리수 연비가 나오는 RV에 비하면 압도적인 수준이다. 차량 구매시 받는 세금 혜택과 공영주차장 요금 50% 할인 등 하이브리드가 누릴 수 있는 장점도 전부 누릴 수 있다.
편의 기능도 다수 갖췄다. 1열 열선·통풍 시트, 2열 열선 시트가 들어갔고 앞차와 거리를 알아서 조절해주는 '어댑티브 크루즈'도 탑재됐다. 후측방 사각지대 경고등, 차선 이탈 방지 보조 등 주행 관련 편의기능도 모조리 들어갔다.
USB 충전 단자도 기존 USB 타입A와 신형 스마트폰이 주로 쓰는 타입C가 같이 있어 '충전 단자' 때문에 겪는 스트레스는 없었다. 최근 출시되는 신차에도 USB 타입C를 넣는 경우는 흔치 않아 다소 놀라웠다.
차 하단 센서에 발을 갖다 대면 문이 열리는 기능도 들어갔다. 보통 트렁크 하단에만 설치하는 게 일반적인데, 시에나 하이브리드는 양쪽 뒷문에도 해당 기능을 넣었다. 비가 오는 날에 우산을 들고 있어 손이 부족하거나 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는 기능이다.
3열은 공간이 넓지는 않았지만 컵홀더, USB 충전 포트 등 좌석이라면 응당 있어야 할 것들은 전부 있었다. 3열 시트를 접고 펼 때도 손잡이를 당기기만 하면 돼 간단했다.
경쟁 모델인 기아 카니발이 4000만원대, 혼다 오딧세이가 5000만원대인 것을 고려하면 비싼 가격이다. 하이브리드가 탑재된 만큼 그만큼 이득을 보려면 1년에 거의 3만㎞는 주행해야 한다. 아직까지 일본 불매운동 영향이 있는만큼 브랜드 국적도 구입을 망설이게 할 수 있는 요소다.
사소한 부분에서 아쉬운 점도 꽤 있었다. 왼쪽 사이드 미러가 평면 거울이어서 약간의 적응이 필요했고, 통풍시트는 3단으로 틀었어도 너무 강도가 약해 꺼진 줄 오해했을 정도다. 온도 21도인 봄날씨에 이정도면 한여름에는 더 크게 체감될 단점이었다. 3열 시트를 접어두면 바닥 고정이 완벽하지는 않아 방지턱 등을 넘을 때 덜컹거리는 소리가 꽤 크게 들렸다.
RV에도 프리미엄을 지향하고 중요한 손님을 태울일이 많은 법인차량이라면 뉴 시에나 하이브리드는 최적의 선택이다. 또 일반 소비자도 단순한 가성비를 떠나서 하이브리드만의 정숙성을 RV에도 적용하고 싶다면 충분히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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