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견을 듣는다] "이재명 친문다리 넘고, 윤석열 김종인 손 잡으면 대선서 만날 것"

이규화 2021. 4. 15.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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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주의 걷는 李 성공할 가능성 높아.. '기본 시리즈'도 괜찮은 대선전략
국감서 박범계에 "옛날엔 안그러셨잖아요" 했던 尹 탁월한 사람이라 생각
유시민 TV토론서 자영업자에 '알바비 잔소리'.. 현실 모른 계몽군주 모습
안병진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 고견 인터뷰.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정치학)

"진보든 보수든 윤리라는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그 점에서 제대로 된 진보와 보수라면 서로 의심할 여지가 없어요. 그 기반 위에서 사회개혁을 위해 겨룹니다. 그것이 사회의 토대인데 진보라고 주장하는 현 집권세력은 그것을 무너뜨렸습니다. 대한민국의 근간을 무너뜨린 겁니다. 그 출발이 조국사태였고 제가 심각하게 분노했던 이유입니다.(…) 사실 80년대 학생 운동은 순수했고 또 인간적 사회에 대한 열망이 있었어요. 하지만 기득권 사회구조를 타파하는 것 못지않게 자신들의 마음을 항상 깨끗이 해나가야 하는데, 그에 대한 문제의식은 너무 없었어요."

진보주의 정치학자로서 저술, 강연, 언론 칼럼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펴오고 있는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현 정권의 문제를 윤리의 타락으로 꼽았다. 익히 들어온 지적이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현 집권층의 세력화 과정에서 진보적 가치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해왔던 이론가 중 한 사람이 내린 평가는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안 교수는 진보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세 가지가 있는데, 윤리·공감능력·혁신의지라고 했다. 지금 그 세가지가 모두 허물어졌다고 한다. 안 교수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한 TV토론에 나와 자영업자들한테 '왜 그것 밖에 임금을 줄 수 없냐'고 다그치는 모습을 보면서 진보는 '허공에 떠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안 교수는 "그것은 지금 진보 주류들이 가지는 멘탈리티를 잘 보여주는 상징적 모습이었다"고 했다. 자기 지지층 밖 사람들에 대한 이런 편협한 시각, 민주화 투쟁으로 과대포장된 선민의식, 기업에 대한 싸디 싸면서도 거만한 '채권의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했다. 그에 대한 국민의 답이 지난 재보선에서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안 교수는 현재로선 내년 대선이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하지만 이재명은 친문의 관문을 넘어야 하고 윤석열은 정치의식을 검증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대선을 계기로 대한민국이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성숙을 넘어 양극화 해소, 기후위기 극복, 생명 존중의 생태민주주의 나아가길 바란다는 꿈도 소개했다.

인터뷰는 지난 12일 서울 중구 새문안로 본사 대회의실에서 가졌다.

대담=이규화 논설실장

-4·7 재보선 결과는 그간 참았던 국민들의 분노가 표출된 거로 봐야겠지요.

"그렇죠. 저는 이번 여당의 패인이 사실상 조국사태에서 출발한다고 봐요. 내로남불, 오만, 독선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여권의 일부 논객들이 조국사태 이후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았냐고 하는데, 그게 견강부회인 것이 표피적인 현상이었거든요. 예를 들어 권투 링에서 심각한 잽을 맞는다고 그 자리에서 다운되는 건 아니잖아요. 조국사태가 첫 번째 강한 잽이었지요. 여권이 그것을 빨리 눈치 챘어야 했는데 못한 거죠. 여당 초선의원들이 성명서를 냈잖아요. 조국의 '내로남불'을 못 본 채 해 반성한다고. 결국 씨앗은 그때 뿌려진 거죠."

-교수님은 90년대 사로맹(사회주의로동자동맹)에서 조국 전 장관과 같은 시기에 활동한 걸로 알려졌는데요.

"소속된 분과는 달랐고요, 저는 주로 학생파트 사로맹의 전위조직에 관계된 일을 했고요 국이형(조국 전 장관)은 연구소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알았습니다. 사실 80년대 학생 운동을 성찰적으로 돌아봐야 하는 이유가 그 당시 저희는 순수했고 또 나름대로 인간적인 사회에 대한 열망이 있었어요. 단 부족했던 점은 사회 구조를 타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들의 마음을 항상 깨끗이 해나가면서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너무 없었어요."

-사회와 국가를 바꾼다고 했지만 실은 자신의 허물은 못 본 건가요.

"서구는 진보이든 보수이든 훌륭한 합리적 진보와 보수는 이념은 달라도 그 근저의 공통분모인 윤리에서는 서로 의심할 여지가 없거든요. 가령 제가 좋아하는 미국의 존 매케인이라는 공화당의 걸출했던 인물은 부패에 대한 싸움을 민주당보다 더 철저히 했습니다. 금권선거 타파를 위한 '매케인법'을 만들었어요. (윤리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토대인데 조국사태에서 제가 당시 심각하게 분노했던 이유는, 지금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이유는, 이것은 단지 진보를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진영에 따라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다를 수 없다는 말씀입니까.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미국 건국의 시조들을 떠올릴 때 제도적인 정교한 디자인 속 건국의 시조들만 생각하는데, 그들의 핵심 문제의식은 제도의 토대로서 윤리적 리더십이었어요. 이에 대한 메디슨, 제퍼슨, 해밀턴 등의 공통분모가 있었는데, 조국사태는 근간을 붕괴시킨 용서할 수 없는 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교수님 같이 생각하시는 진보진영의 사람들이 극히 적거나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반성이나 변화가 없는 건 아닐까요.

"진중권 씨나 우석훈 씨는 진보진영의 가장 뛰어난 이론적 정책적 논객들인데, 어느 순간 진보진영에서는 마치 안티처럼 여기고 있거든요. 아시겠지만 우석훈 씨는 지난 번 문재인 대통령 대선 때 중요한 기여를 한 분이거든요. 저는 이런 상황이 초현실적이에요. 보수적인 분들이 저를 중도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여전히 진보이고 죽을 때까지 진보의 가치를 버리지 않습니다. 단 제가 생각하는 것이 '진짜 진보'인데, 문재인 정권 사람들은 자기들이 진보라고 하거든요."

-심지어 문 정권을 진보를 참칭한 '이익집단'이라고 혹평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그런 측면이 강합니다. 단순하게 가치, 이해관계 두 가지 측면에서 진보가 절대로 버려서는 안 될 진보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 있거든요. 그 두 가지가 윤리와 공감이에요. 진보진영에서 대선에서 이기는 것, 간단합니다. 자신들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공감을 지키면서, 안정이라든지 하는 보수가 더 잘하는 가치를 최대한 가져오거나 아니면 균형을 유지하면 이기는 겁니다. 아주 단순합니다."

-하지만 재보선에서 패한 것은 공감하지 못해서잖아요?

"민주당의 위기가 이번에 처음 온 건 아닙니다. 과거에 더 길었던 적도 있었어요. 그때 사람들이 비판했던 것이 대체 민주당 저 사람들은 김대중과 노무현의 가치를 잃어버린 '자영업자 집단' 아니냐는 것이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다시 자영업자 집단 같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어요. 바로 그들의 기본 자산인 윤리와 공감을 포기하는 상황인 겁니다."

-낮은 자세로 소외계층을 위한다는 진보가 공감 능력을 잃은 것은 뼈아픈데요.

"예를 들어서 유시민 씨가 어느 TV토론에 나와서 한 말이 기억나는데, 자영업자 분한데 그러더라고요. '당신은 아직도 알바생들에게 그 정도 돈밖에 못 주냐.' 저는 굉장히 분노했어요. 대부분의 자영업자 분들은 가족들의 피와 땀을 '갈아 넣으면서' 겨우겨우 애들 대학 보내는데, 그런 말을 해선 안 되지요, 더구나 코로나까지 닥친 상황에서. 자기가 그들의 인생을 얼마나 안다고 공감할 줄 모르고 계몽군주처럼 가르치려고 해요?"

-유시민 씨는 노무현과 문재인의 가치를 잇는 진보의 성골인데요.

"유시민 씨한테 분노한 이유는 그게 하나의 상징적 사건이기 때문이에요. 지금 진보 주류들이 갖고 있는 멘탈리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에요. '한국의 자영업자, 당신들은 후진 사람들이야. 당신들은 왜 노동자들에 대해 훌륭한 대우를 안 해?' 이런 편협한 시각, 그리고 기업에 대해서도 싸디 싼 시각을 갖다 대는 겁니다. 윤리와 토대, 그건 진보와 보수가 다 같이 가져야 하는 거고요, 그 다음에 진보의 가장 강한 자산인 공감, 그리고 아까 제가 빠뜨린 게 있는데, 사실은 진보가 잘 할 수 있는 혁신을 내세워야 하는 겁니다. 그게 유시민 씨한테는, 진보를 자칭하는 현 정권 사람들에게는 없습니다."

이 부분에서 안 교수는 "기업에 심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온 것은 자신"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은 기업들의 위대한 성취에 대해서는 평가를 많이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관념적 진보가 아닌 실용적 진보를 일컫는다.

-그래서 그들은 진정한 진보가 아닌 겁니까.

"제가 한국의 진보주의자들한테 자주 들려주는 말이 있어요. 미국은 민주당 정부의 백악관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실리콘밸리 CEO가 되면 잘 해요. 기본적으로 진보는 물질먹인 가치 측면에서 훨씬 앞서가는 경향이 있거든요. 불가능한 것들을 이뤄나가는 혁신의 에너지가 있어요. 그래서 미국에서는 민주당 백악관과 실리콘밸리가 왔다 갔다 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는 민주당에 정세균 총리처럼 산업생태계에서 일해 본 사람과 풀무원의 원혜영 전 의원 같은 분들도 있지만, 지금의 청와대의 경제수석이 판교밸리에서 김범수 수준의 CEO가 될 수 있을까요? 그런데 회계도 제대로 볼 줄 모르는 사람들이 낙하산 타고 공기업의 감사로 가있는 실정입니다. 이게 한국의 진보라는 겁니다."

-현 집권세력에 선민의식이 있다는 지적도 있어요. 욕인데 그들은 부끄러워하지 않고 더 우쭐하는 거 같아요.

"흔히 80년대 민주화 투쟁의 선봉에 섰다는 생각에서 마치 훈장처럼 여기는데, 역사가 명암이 있잖아요, 저는 그 분들을 비판하진 않아요. 좋아요, 뭐 저도 그 일원이었으니까. 그 당시 학생층이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던 한국사회의 특징이 있잖아요. 당시엔 대학생들이 엘리트였으니까요. 얼마든지 다른 길로 잘 나갈 수 있는데 포기했잖아요. 제가 당시 10년 형을 받았을 때 집안 심정이 어떠했겠어요? 물론 나중에 선고는 2년6개월로 낮아졌지만. 이건 하나의 예로서 든 것이고, 당시 민주화 투쟁은 나름대로 역할은 한 것은 분명해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동전의 양면 같은 거죠, 자기들이 세상을 주도한다는 생각이 그 당시 고착화되다 보니까 '우리는 선한 사람, 우리는 세상을 주도해야 할 사람' 이런 고정관념이 생긴 거지요.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에요. 그 중의 일부는 굉장히 성찰적입니다."

-당연합니다. 586이 모두 똑같진 않으니까요.

"586을 일반화 하면 위험합니다. 586 중에서 정치권에 들어간 엘리트층, 그 중에서도 특히 주류 엘리트층이 문제의 그 사람들이지요. 그리고 회사나 시민사회 등 각 영역에서 586세대이지만 자기가 희생하고 젊은 세대에게 조금 더 힘을 실어주려는 조력자들이 많습니다. 저는 이철승 교수(서강대 사회학과)가 최근에 굉장히 좋은 책(쌀 재난 국가-한국인은 어떻게 불평등해졌는가, 문학과지성사, 쌀·재난·국가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분석)을 냈는데, 이 책에서 화두가 된 게 역시 586 세대였어요. 그런데 보수층이 이해돼야 할 게, 인생은 회색빛, 복합성을 띤다는 거예요. 양자역학이 그런 거거든요. 지금 진보주의를 내세우는 사람들은 양자역학을 이해하지 못해서 저러고 있는 겁니다."

-사회를 이해하는데 양자역학이라? 어렵습니다.

"사회는 다양성이 층층이 겹친 곳입니다. 가령 이어령 선생 같은 분은 항상 사물을 다양한 면을 보잖아요. 왜 양자역학과 이어령 선생을 얘기하느냐 하면 복잡하게 얽힌 이 구조를 선과 악의 구조로 단순화한다든지 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겁니다. 이철승 교수의 책도 586은 다 기득권이라고 얘기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하는 겁니다. 회사에서 자영업에서 생업을 영위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기득권이라 할 수 있나요."

-그건 맞는 말씀인 거 같아요.

"지금 20대들에게 '꼰대'는 누구인지 아세요? 586이 아니에요. 40대입니다. 586은 20대들이 직접 대면하는 상사가 아니에요. CEO나 임원이 됐거나 은퇴하는 시기거든요. 은퇴하면서 부모세대처럼 자식세대들한테 다 바쳤고 이제 자기는 별로 가진 게 없어요. 그런데 자신들의 젊은 시절에 공감을 가졌던 민주화 정부에 대한 실망, 권력이 자신들의 손에서 빠져나간다는 느낌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겁니다. 보수가 그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무조건 당신들은 나쁜 세력으로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는 거죠. 마치 진보가 보수를 적폐로 보듯이."

-진보와 보수가 서로 좋은 점을 배우려는 자세를 갖고 있으면 극한 대치를 피할 수 있을 텐데요.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 조봉암 씨를 들여서 토지개혁을 했던 것은 정말 훌륭한 일입니다. 이건 진보들이 한국 자본주의가 발전하는 것에 대해서 이승만 대통령은 공이 없다고 하는데, 토지개혁이 얼마나 큰 것이었나를 모르는 겁니다. 북한이 결국 체제경쟁에서 졌잖아요. 그리고 시대를 앞서간 조봉암 같은 사민주의자(社民主義者)를 기용한 것을 보면 보수가 열려있었거든요. 반면에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예를 들어 김대중 대통령이 김중권 씨를 비서실장으로 기용한 거라든지, 그러면 왜 안 되는 건지…."

-최근 여야와 진보·보수 진영에서 그동안 서로 적으로만 보았다는 반성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로 선과 악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가 한국사회의 비극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민주화운동 586들이 갖는 명암이 있고 보수는 그것을 이해하면서 서로 좀 더 나은 세력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죽비를 들어야 한다고 봐요. 우선 문재인 정부가 협치를 말하면서 적폐로 몰아붙인 원인을 제공했지요. 그런데 탄핵을 자신들이 한 건가요? 사실은 거기에 편승한 거잖아요."

-'촛불혁명' 정부라고 합니다.

"제일 먼저 광화문 촛불에 동참한 여의도 세력은 사실 안철수 대표 쪽이었어요. 놀랍죠? 당연히 일반의 상식은 문재인 당시 대표였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닙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은 신중한 분이니 안철수 대표에 한 수 뒤떨어진 거죠. 중도주의를 표방하는 안철수 대표가 일찍 결합한 겁니다. 이렇게 역사라는 게 복합적으로 진행되는데 자기들이 탄핵을 주도한 것처럼 얘기하는 건 잘못된 거지요. 위선이지요"

-당시와 비교하면 안철수 대표는 보수로 돌아선 것으로 보이는데요. 보궐선거에서도 보수와 야권 통합을 했잖아요.

"변한 측면도 있지만, 제가 이해하는 안철수 대표는 안철수 현상 때부터 지금까지 중도입니다. 보수가 아니에요. 미국 정치에 비교하면, 미국 민주당이 빅 텐트이지 않습니까. 중도적인 사람들이 주류잖아요. 예를 들어 바이든 대통령이 지금 가장 골치 아픈 사람이 한 사람이 있습니다. 미국은 상원이 현재 민주 대 공화가 50:50 구도거든요. 웨스트버지니아 출신의 민주당 상원의원인 조 맨친 의원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잠을 못 이룬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공화당과 손을 잡으면 바이든 대통령은 아무 것도 못해요. 그래서 일각에서는 진짜 미국 대통령은 조 맨친이라고 농담을 할 정도예요. 안철수 대표도 원래 조 맨친 같은 분입니다. 다만, 그 당시 민주당이 안철수 대표를 끌어들였던 건 미국 민주당처럼 빅 텐트가 돼야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곧 민주당과 다른 길을 갔습니다.

"안철수 대표의 잘못도 있고 문재인 대표의 잘못도 있는데, 헤어지는 과정에서 둘 다 유연하지 못했어요. 이후 안철수 대표는 좀 더 보수 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지형이 형성된 거지요. 결국 한국은 양당제로서 구심력이 워낙 세니까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왜 그리 안철수 대표를 '디스'(평가절하)하는 겁니까.

"저는 김종인 대표에 대해 탐탁지 않은데요, 정말 장점은 많은 분이죠. 국민들의 상식과 대한민국의 특성을 이해하고 있잖아요. 연륜이 있죠. 진보주의자들은 정세인식에서 자주 틀립니다. 제가 '김종인 대표를 과소평가하지 마라.' '당신들보다 인생을 더 잘 안다.' 했을 때 비웃었는데, 지금 어떻게 됐습니까. 지금 킹메이커가 누구입니까?"

-윤석열 전 총장이 갑자기 부상한 데는 정권이 키워준 부분이 많지요?

"국감자리였던가요, 국회에서 당시 박범계 의원한데 그랬잖아요. '옛날에는 안 그러셨잖아요?' 저는 그걸 보면서 '야, 이 사람 진짜 탁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말이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서와 정확히 부합하는 거였거든요. 그 때 '의원님,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란 무엇이냐면요'라고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게 되면 윤석열은 그냥 평범한 사람인 거죠. 그런데 당시 여권에서 누가 그랬습니다. '야, 역시 윤석열은 후졌네.' 후진 게 아니라 탁월했던 겁니다."

-거기서 드러난 게 윤석열 모습의 다는 아닐 텐데요.

"이 사람은 우직한 사람이에요. 이런 표현 쓰면 어떨지 모르지만, 약간 '건달기' 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김종인 대표가 윤석열과 손을 잡는다면, 중도적인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면서 합리적 보수로 전면 재편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꾸 개인적 감정이 있는 듯 어른스럽지 못한 태도는 버렸으면 좋겠어요. 비교되는 것이 돌아가신 박세일 선생 같은 분은 그러지 않았거든요."

-칼럼에서 이재명·윤석열에 회초리를 들 때라고 하셨는데요.

"이재명 지사에게 기본소득, 기본대출, 기본주택 등 '기본'밖에 없지 않느냐고 비판하는데, 저는 좀 다르게 봐요. 굉장히 실용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겁니다. 기본 시리즈는 탁월한 대선전략입니다. 경기도지사가 대통령에 당선되기는 쉽지 않거든요. 대한민국은 서울중심이거든요. 손학규 지사, 김문수 지사도 실패했거든요. 그 두 분이 역량이 부족한 분들은 아니잖아요. 그러나 이재명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요. 왜냐하면 기성 엘리트와 다른 실용주의적 면을 잡았거든요."

-그것만 갖고는 부족하지 않나요.

"약삭빠르게도 이재명 지사도 그걸 잘 알고 있다는 겁니다. 대통령이 되는 데는 부족하지요. 본인이 진심으로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대한민국의 이 다양한 교착상태를, 과거 산업주의 모델이 해결할 수 없는, 과거 산업주의와 싸운 민노총 중심의 반발이 해결할 수 없는 이 교착을 실용주의적 진보로써 털고 갈 수 있는 비전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런데 경선에서 이겨야 하거든요. 초선 의원들이 그렇게 센 것도 아닌데, 보선 패인으로 조국의 내로남불을 지적하자 들고 일어나는 거 보세요. 친문들의 이런 상황을 보면서 이 지사도 매우 곤혹스러울 겁니다. 그래서 이 지사가 보폭을 넓힐 수 없는 겁니다. 이 지사라고 왜 광폭 행보를 하고 싶지 않겠어요?" <기사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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