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나주 SRF 사업신고 수리해야"

양창희 2021. 4. 1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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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광주]
[앵커]

폐기물을 연료로 활용하는 나주 SRF 발전소를 놓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사업개시 신고를 잇따라 반려하며 발전소 가동을 막고 있던 나주시의 처분이 잘못됐다는 행정소송 판결이 오늘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3년 반 만에 발전소 가동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데, 갈등의 불씨는 여전합니다.

양창희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쓰레기를 고체 연료로 만들어 전기를 생산하는 나주 SRF 발전소.

2천 7백억 원을 투입해 세웠지만 공사가 끝난 지 3년 반이 넘도록 문을 못 열고 있습니다.

유해물질 배출 등을 우려하는 주민 반대가 완강한 상황에서 나주시가 사업 개시 신고를 3차례에 걸쳐 반려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운영사인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제기한 행정소송의 결과가 1년 4개월 만에 나왔습니다.

법원은 나주시의 신고 수리 거부는 잘못됐다며 난방공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나주시의 거부 이유는 폐기물 연료 사용량이 늘어나는 등 기존 계획과 실제 시설이 달라졌다는 건데, 법원은 본질적 차이가 없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또 오염물질 배출 분석 결과 등을 보면 환경 피해 우려에 대한 객관적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난방공사는 발전소 가동을 위한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세진/한국지역난방공사 부처장 : "법률적인 문제가 남았었는데 이번에 정리가 됐잖아요. 발전소 가동 여부에 대해서 빠른 시일 내에 결정을 할 단계만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갈등이 해소된 건 아닙니다.

만 6천여 명의 탄원서까지 모아 법원에 제출하며 나주 SRF 가동에 반대해 온 주민들은 판결에 반발했습니다.

[김철민/나주 SRF 사용 저지공동대책위원회 : "매우 실망스러운 판결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환경 정의와 시대 정의에 비춰봐도 마찬가지고, 쓰레기 발생지 원칙에도 반하는 내용이고요."]

나주시도 주민들과 소송 결과를 공유한 뒤 항소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어서, 소송전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KBS 뉴스 양창희입니다.

촬영기자:이승준

[앵커]

오늘 나주 SRF 행정소송 판결 내용을 취재한 양창희 기자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양 기자, 일단 관심인 것이 당장 나주 SRF가 가동되느냐인데요.

어떻게 됩니까?

[기자]

네, 그동안 나주 SRF 발전소가 가동되지 못한 직접적인 이유는 나주시가 사업 개시 신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는데요.

이 '수리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는 게 법원 판결의 요지입니다.

따라서 1심 판결대로라면 나주시가 발전소 사업 개시를 막을 수가 없게 됐습니다.

운영사인 한국지역난방공사는 법적 문제가 해결된 만큼 회사가 결정만 하면 가동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아직 결정은 안 내려졌지만, 난방공사는 아마도 SRF 발전소를 돌리는 고형 연료를 반입하는 등의 가동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면 3년 반 동안 발전소를 가동하지 못하면서 손해가 막심하다는 게 운영사의 기본 입장이기 때문인데요.

난방공사는 주식회사인 만큼 발전소를 가동하지 않는 것에 대해 주주들의 불만도 크다고 전했는데, 그런 만큼 빨리 발전소를 돌리길 원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 또 나주시가 발전소 가동을 막은 이유는 무엇보다 환경 피해 우려 때문이었잖아요.

앞서 리포트를 보면 이 부분도 법원이 판단을 했군요?

[기자]

네, 전해드린 것처럼 재판부는 결론적으로 환경 피해 우려 때문에 발전소 가동을 막을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기존에 이뤄진 발전소 검사나 대기오염물질 분석 결과를 보면 배출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 걸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피해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환경 관련 법에 따라서 규제를 할 수는 있겠지만, 사업 개시 신고를 아예 반려하고 거부할 만한 공익상 필요까지는 없다, 이게 법원 판단입니다.

하지만 주민들 입장은 전혀 다릅니다.

판결 직전에 반대 주민들이 입장문을 또 냈는데, 건강권과 환경권 위협은 자명하고 나주 농산물 가치가 하락할 것까지 우려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나주 SRF를 둘러싼 또 다른 문제는 광주 쓰레기가 나주로 옮겨지는 것을 두고 벌어진 지역 갈등이었는데요.

해소될 기미가 보입니까?

[기자]

나주 SRF 가동 중단이 길어지면서 폐기물 처리가 어렵게 된 광주시와 다른 지역 쓰레기를 받는 것을 거부하는 나주시의 갈등이 격해졌는데요.

사실 갈등은 이번 소송을 통해 더 심해졌습니다.

광주시가 '빠른 처분을 바란다'는 호소문을 법원에 내자, 나주시가 반박 입장을 발표한 건데요.

"광역단체가 작은 기초단체를 상대로 강제 수단을 동원했다"는 등 상당히 감정이 섞여 있었습니다.

오늘 행정소송 결과에 대해 나주시는 논의를 통해 대응 방안을 찾겠다며 말을 아꼈는데요.

최근 입장문에서 "광주 쓰레기는 광주에서 처리하는 게 원칙"이라며 "소송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시민 눈높이에서 원칙을 지키겠다"고 밝힌 만큼 어떤 대응이 이뤄질지 주목됩니다.

양창희 기자 (shar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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