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칼럼] 전금법 개정안, 핵심가치에 주목하자

2021. 4. 15.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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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이준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개정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안이 발의된지도 다섯 달이 지나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디지털금융 혁신방안의 핵심으로 지난 수년간 달려온 긴 여정에 방점을 찍고자 하는 이번 전금법 개정안과 관련, 예상과 달리 '빅테크 외부청산' 이슈에 관한 논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게다가 청산기관의 결제정보 집중에 관한 '빅브라더 논쟁'까지 제기되었다.

하지만 핀테크 산업의 건전한 육성과 이용자 보호라고 하는 이번 개정안의 핵심적인 가치에 관한 논의는 이 이슈에 밀려 아직 성숙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는 못한 상황이다. 이제는 발전적인 시각에서 다시 이번 개정안의 실체와 핵심에 주목을 해볼 때가 아닌가 싶다.

이를 위해서 잠깐 타입슬립으로 2000년대 초반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해 보자. 월드와이드웹의 공간에서 본격적인 온라인 비즈니스가 펼쳐지기 시작하고 전자상거래와 인터넷뱅킹이 태동하여 본격적으로 발전하던 그 때, 전금법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기존에 감독규정 형태로만 존재하던 금융보안에 관한 규제를 통합하기 위하여 2002년경부터 추진된 이 법은 2006년에 OK캐시백, 항공사 마일리지에 관한 이용자보호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비로소 통과되어 지금까지 약 15년간 나름대로 전자금융산업과 핀테크, 금융정보보호의 핵심적인 법률로서의 소임을 다 해왔다.

하지만 당시에는 금융시장 전체 규모에 비하면 이러한 산업의 비중은 크지 않았고, 핀테크라는 말은 존재하지도 않았으며, 금융보안의 중요성이 크게 대두된 것도 2011년 이후에 와서였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플랫폼이니 빅테크니 하는 IT와 금융의 융합 현상이 나타난 것도 최근의 일이었다.

그리고 15년이 흘렀다. 핀테크 시장이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고 유니콘 기업도 나타났다. 비금융 영역에서 공룡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꿈꾸는 생태계의 완성을 위한 마지막 퍼즐 조각으로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의 대형 핀테크 서비스도 출현했다. 이제는 증권, 보험, GA 등 전통적인 금융상품의 영역까지 직접 침투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전반적인 시장환경 변화를 반영하고 더욱 발전적인 핀테크 산업의 육성을 도모하면서도 이용자보호와 금융보안을 함께 추구하고자 하고자 도입되는 것이다. 현행 전금법이 내연기관 기반 자동차 플랫폼이라고 한다면 개정안은 E-GMP 전기차 플랫폼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PG업을 중심으로 한 금융 '주변' 산업이었던 전자금융산업을 이제 새롭게 정의하고 금융산업의 당당한 한 축으로서의 지위를 부여하고자 하는 정책적인 방향성이 곳곳에 숨어 있다. 지난 몇 년이 핀테크산업의 성장기였다면 이제는 어엿하게 청년으로 성장한 핀테크 산업에 상응하는 역할과 책임을 정의하는 것이다.

개정안이 담고 있는 혁신적인 내용을 모두 여기서 다루기는 쉽지 않지만, 실무적으로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몇 가지를 예시로 들어보자. 우선, 가장 중요한 변화로 꼽히는 것으로 '업종개편'을 들 수 있다. 기존에 전자화폐, 자금이체, 선불발행, 직불발행, 결제대행 등 단편적으로 구분되어 있던 업종을 자금이체업, 대금결제업, 결제대행업으로 개편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에 핀테크 혁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낸 선불양도 형태의 간편송금 사업을 자금이체업으로 포섭하여 이제는 환업무에 준하는 제도적인 지위를 부여하고 이용자자금보호 및 자금세탁규제, 보이스피싱 등에 관한 관리책임을 부여하는 시도다. 이는 우리 금융업인가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인 기능(module)별 인가와 규제라고 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더 전진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실무적으로 핀테크 업계에서 걱정하고 있는 전업규제, 즉 겸영부수업무 신고제도의 도입 문제도 있다. 다른 금융업법과 유사하게 이번에 전자금융업자에 대해서도 리스크 관리와 이용자 보호의 관점에서 포지티브 방식의 겸영부수업무 신고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업계에서는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실상 허가에 가까운 제도로 운영되기도 했던 경험에 비추어 이러한 지적도 일리가 있기는 하다. 이를 고려하여 당국과 업계 사이에는 시행령에서 다양한 업종을 겸영업무로 폭넓게 허용하고 모니터링에 가까운 형식의 사후신고를 대안으로 도입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의견수렴의 과정을 거쳐 핀테크 산업의 건전한 육성을 꾀하면서 리스크가 적절하게 관리될 수 있는 합리적인 균형점이 찾아지기를 기대해본다.

그 외에도 금융거래의 기술중립성 원칙, 인증제도의 개편, 제3자 리스크 적정 관리를 위한 주요수탁자 관리제도의 도입 등 새로운 프레임으로의 전환을 위한 많은 고민이 녹아 있는 개정안이 있다. 이에 대한 보다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방향의 논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제 국회 의안심사 단계에서 치열한 논의가 이루어져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리된 최종안이 입법화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제 새로운 그라운드에서 '플레이 볼'을 외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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