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인터뷰] 진모영 감독 "'님아' 러브스토리, 좋은 지침 되길 바라죠"(종합)

고승아 기자 2021. 4. 1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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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모영 감독/넷플릭스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2014년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로 480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관객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안겼던 진모영 감독이 원작을 잇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님아 : 여섯 나라에서 만난 노부부 이야기'(이하 '님아')를 선보였다. 원작에서 영감을 받은 이번 시리즈는 배경을 더욱 확장해 한국을 포함해 미국, 스페인, 브라질, 일본, 인도 등 총 여섯 나라에서 긴 시간을 함께해온 노부부의 일상을 담담하게 표현, 인간의 보편적인 사랑에 대해 곰곰이 되돌아보게 만든다.

진모영 감독은 지난 13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님아'를 공개한 뒤, 15일 화상으로 취재진과 만나 신작 다큐멘터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7년 만에 '님아' 시리즈를 내놓은 진 감독은 "이 시리즈를 할 거라곤 전혀 생각을 못했는데, 넷플릭스 측에서 제안이 왔고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며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이미 있던 콘텐츠에서 이어져서 워낙 이야기가 좋으니 전 세계 관객과 만나길 바라며 만들었는데, 결과적으로 이번에 넷플릭스를 통해 시리즈물이 전 세계에 공개되어 잘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2017년 제안을 받을 당시에는 시리즈물이라고는 예상 못했고, 새로운 다큐멘터리 장편으로 생각했다"며 "그런데 원작 IP를 통해 전 세계 버전으로 하는 것을 제안이 왔고, 제가 맨 처음 생각한 방향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설렜다, 다만 국내에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만든 경험자가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불안감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님아: 여섯 나라에서 만난 노부부 이야기' 스틸/넷플릭스 제공 © 뉴스1

'님아'에는 미국, 스페인, 일본, 한국, 브라질, 인도 등 동서양을 막론한 다채로운 나라를 배경으로 수십 년을 함께 살아온 노부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담겼다. 특히 하루 대부분을 함께 지내는 부부를 최우선으로 둔 만큼 도시보다는 농어촌에 거주하는 커플들로 구성됐다.

진 감독은 여섯 개의 국가로 정한 것에 대해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것은 아니었고, 서로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서 여섯 개 나라가 정해졌다, 각 나라별로 후보군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공감대가 높은 곳을 우선순위로 두고 선발했다"라며 "원작에서 출발한 것이라 비슷비슷한 콘텐츠가 나올 수도 있어서 걱정했는데 만드는 과정에서 보니까 각 나라 개성도 묻어났고 각자 감독님들 스타일도 담겼다, 그게 조화롭게 이어져서 너무나 좋고 고마웠다, 코로나19로 만나지는 못했지만 동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각 나라의 노부부들은 틈틈이 장례 절차를 계획하고, 병원 검진을 같이 다니며 노년의 일상을 사계절로 나뉘어서 찬찬히 보여준다. 더불어 한국 편에서는 어촌의 일상을, 인도 편에서는 인도의 가장 큰 축제 중 하나인 빛 축제 디왈리를, 브라질의 토속 종료 엄브란다의 전통 의식 등도 함께 담겨 그 나라의 고유한 문화도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저는 한국 편에서만 어떤 특별한 정서를 담아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모든 기준은 원작을 두고 시작했다. 부부의 이야기에 대한 것, 좋게, 오래 사는 부부들의 이야기이길 바랐다. 다큐멘터리라 아주 특별하고 충격적인 장면이 나타나진 않지만, 우리가 지켜보는 방식으로 하는 콘셉트로 잡았다. 굳이 일부러 민속적인 부분을 신경 쓰기보다는 시기적인 특성 변화, 문화, 생활 등이 그 안에서 표현되길 바랐다. 모든 편에서 부부의 생활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동시에 그 나라만의 독특한 이슈나 자연적 풍광, 인종적 특성, 심지어 동성 커플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 담을 수 있길 바랐다."

사계절로 표현된 노부부의 일상에 대해서는 "여기 등장하는 커플들의 이야기는 굉장히 긴 시간이다. 짧게는 45년, 길게는 60년 넘게 함께 하신 분들이다. 그래서 70분 전후로 이야기를 편성했는데, 1년 동안 100회 정도 촬영하면서 모든 계절적인 요소를 담고자 했다"라며 "부부가 길게 살아온 과정을 너무 급하게 좇지 않고, 사이사이에 어떤 여운을 주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계절의 흐름으로 표현했다. 좀 더 유장한 느낌을 주길 원했고, 그걸 통해서 노부부들을 더 지켜보고 관찰하는 순간을 시청자분들이 맞이하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영화 '님아 : 여섯 나라에서 만난 노부부' 포스터/넷플릭스 제공 © 뉴스1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 출연했던 강계열 할머니에 대한 근황도 전했다. 진 감독은 "올해 아흔여섯이 되셨다, 시간이 정말 빠르다"라며 "할머니께는 매 명절마다 인사드리고 할아버지 제사 때 찾아뵙고는 한다, 엄청 자주 찾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계절에 한 번씩 찾아가서 인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특히 '님아' 시리즈의 타이틀은 강계열 할머니의 손글씨이기도 하다. 진 감독은 "할머니가 한글을 배우고 싶다고 하셔서 배웠고, 이제는 길가에 있는 간판들을 다 읽으시는 정도가 됐다"라며 "이번에 할머니께 '할머니, 할아버지로 시작한 이야기인데 한국판 타이틀을 할머니가 직접 써주시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할머니가 직접 먹과 붓을 사서 몇 번 쓰시고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골랐다, 할머니 할아버지로 시작한 작업인 만큼 굉장히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님아' 시리즈로 노부부의 삶을 비쳐온 진 감독이 봤을 때 오래 해로한 부부들의 공통점은 무엇이었을까.

"애정 표현에 있어서 동서양의 분위기는 다른 것 같다. 그렇지만 대부분 강한 가부장적인 남성성이 없는 것을 느꼈다. 커플들의 커뮤니케이션은 기본이었고, 보통 차분하게 들어주고, 말을 자르지 않고, 화를 내지 않고, 권위를 강요하지 않는 요소들이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우리 시리즈에 보였던 모든 분들은 대부분 그런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재밌고 유머러스하고 부드럽기도 하더라. 부인들은 또 활달하셔서 서로를 존중하는 커뮤니케이션이 느껴졌고, 특히 서로를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것도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진모영 감독/넷플릭스 제공 © 뉴스1

이렇듯 '님아'의 이야기를 보다 보면, 결국 보편적인 인간의 사랑에 대해 깨닫게 된다. 특히 코로나19 시기 속에서 삶의 여정을 같이 걸어온 이들의 모습에게서 우리는 자그마한 위로를 얻을 수 있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됐다. 그 시간들이 각자에게 어떤 시간으로 다가올지 다를 것이다. 제가 다룬 러브스토리에 관한 이 시리즈가 사람들에게 훨씬 더 좋게 작용하기를 바란다. 같이 사는 사람들과의 시간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과 해답들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이 시리즈를 만들 때 '사랑의 교과서'라는 표현을 즐겨 썼다. 우리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부부, 파트너, 혹은 커플 관계에 있어서 이 관계들이 평화롭고 행복할 때 인생의 순간이 훨씬 더 아름답게 펼쳐질 거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2019년에 시리즈를 대부분 촬영하고, 2020년에는 편집 과정을 거쳤다. 이 콘텐츠를 내놓으면서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좋은 지침이 되기를 바라고, 편하게 즐겨주길 바란다."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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