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서 마이크 잡은 무당..이색 오디오가이드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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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보고 저는 '칼레의 시민들'이라는 조각을 떠올렸습니다. 황당하고 무서운 사건을 맞닥뜨렸을 때의 무미건조한 표정이 닮았다고 느꼈거든요. 점을 보면 예기치 않은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사람들의 표정도 별반 다르지 않아요."
운명의 의미를 고찰하고 내면세계를 깨달아가는 여정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작가 17팀이 참여해 샤머니즘과 우주론적 세계관을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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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이 작품을 보고 저는 '칼레의 시민들'이라는 조각을 떠올렸습니다. 황당하고 무서운 사건을 맞닥뜨렸을 때의 무미건조한 표정이 닮았다고 느꼈거든요. 점을 보면 예기치 않은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사람들의 표정도 별반 다르지 않아요."
한복을 입고 머리에 비녀를 꽂은 차림으로 마이크를 든 도슨트의 전시 설명이 색다르다.
광화문 일민미술관에서 16일 개막하는 기획전 'Fortune Telling: 운명상담소'의 오디오 가이드를 맡은 만신(萬神·여자 무당) 해화암의 말이다.
그는 성난 파도와 폭풍에 두려워하는 군중의 모습을 재현한 우정수의 '캄 더 스톰(Calm the storm)'을 보며 점을 보는 사람의 꾸밈없는 표정을 생각했다고 했다.
성경에 나오는 예수의 기적 중 하나인 '예수가 폭풍을 잠재우다'에서 모티브를 얻은 우정수의 회화는 예수의 후광을 지우고 성경과는 다른 서사의 가능성을 실험한 작품이다.
운명의 의미를 고찰하고 내면세계를 깨달아가는 여정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작가 17팀이 참여해 샤머니즘과 우주론적 세계관을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인다.
빛과 어둠, 사계절, 음양오행, 별자리 등 동서양의 운명론과 신화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들이 전시실을 채웠다.
만신 해화암은 무당의 관점으로 해석을 곁들였다. 일반 관람 기간에는 오디오 가이드로 들을 수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만신 해화암은 "평소 미술에 관심이 있었고, 기본적으로 하는 일이 사람들을 설득하고 설명하는 입장에 있어서 도슨트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 무속에서는 사람의 삶은 제각각이고 사람의 신도 제각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라며 "전시를 보시고 모든 삶을 존중하고 서로 이해하며, 각자 신앙과 무의식 속에서 힐링 포인트를 찾고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주현 일민미술관 학예실장은 "우주 만물의 순환과 흐름을 다룬 작품 해석을 종교적 영역에 밀접한 시각으로 듣는 경험도 전시의 한 부분으로 생각했다"고 색다른 오디오가이드를 시도한 배경을 전했다.
이어 그는 "특정 신앙을 대변해 전달하려는 것은 아니고, 우리 생활과 밀접하면서도 은밀한 영역에서 지속해온 목소리를 양지에서 자연스럽게 들어보자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1층 전시 공간에는 우정수 외에 강호연, 김수환, 김주리, 노진아, 장종완, 비디오로즈 등의 작품이 소개된다.
강호연의 '산장'은 낡은 장롱과 박스, 비닐봉지, 포도 줄기 등 주운 재료로 암실을 조성해 관람객이 산장에서 홀로 밤을 보내는 것 같은 경험을 하게 한다.
노진아의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는 인간의 얼굴 형상을 한 로봇이 소리를 내는 인터랙티브 조각이다.
종교적 도상을 차용한 유토피아의 이미지를 동물 가죽 내피에 그린 장종완의 '가죽 회화' 연작과 달의 힘을 불러오는 '초환 의식'을 모티브로 한 미디어아트인 비디오로즈의 '달의 정원'도 볼 수 있다.
2층 전시는 사주포차 등 작가들이 만든 6개의 상담소에서 관객이 체험을 통해 자신의 무의식을 들여다보도록 꾸몄다. 7월 11일까지.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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